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토크워크숍] 현경과 함께 이 시대 혁명과 영성을 만나다 (7/11,13) 후기
[토크워크숍] 현경과 함께 이 시대 혁명과 영성을 만나다 (7/11,13)
현경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영성은 Inner Guide, 내면의 길잡이로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는 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마음이 깨어졌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성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진 마음의 틈새에서 발견하는 빛줄기들의 통합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통합이 일어났을 때 우리 내면은 치유됩니다.
사진. 박영록 Youngrok Park ⓒ 참여연대 월간<참여사회> 2016. 8월호에 수록된 사진으로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영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세 가지 물음이 있습니다.
“내 스스로에게 진실한가.”
“나는 그것을 표현하는가.”
“그 표현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세 질문 중 ‘표현’과 ‘책임’에 대한 물음이 바로 혁명과 이어지게 됩니다.
선생님은 ‘가장 나다운 게 신성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와 상호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에 ‘온전한 나’는 ‘사회와 나의 관계’를 빼놓고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에 길들여지는 것과는 다른 일입니다. 사회와 나의 관계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나라고 생각한 것 중에 ‘사회적인 것’을 구분해 내고 동의할 것과 동의하지 않을 것을 선택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동의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일, 지키는 일, 이게 ‘혁명’입니다. 현경 선생님의 말대로 옮기자면 ‘개인의 영성을 꺼내는 일은 그것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바꾸는 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표현만 하고 끝난다면 그것은 단편적인 발산에 그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자신의 표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완성됩니다. 저는 이것을 강의에서 배운 네 분의 선생님들의 삶 속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로시 데이(Dorothy day)는 Cathoric Workers 잡지를 만든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로 가톨릭 사회 정의 운동을 일으켰고 여성 참정권 운동, 노동운동, 평화운동 등을 시민 불복종, 비폭력 저항의 방식으로 했던 분입니다. 자신이 있는 곳을 변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움직이셨고 공동체를 만들어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는 삶을 실천하셨습니다. 최대한의 자선을 정의라고 믿으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도로시 데이가 만든 공동체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자신이 먹을 것을 생산하고 자선을 베풀며 자본주의와 세계의 폭력적 일들에 대해 시민불복종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King)은 흑인 인권 운동가로 아주 유명한 분이죠. 이분의 가장 큰 공은 시민들이 스스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 주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 분도 간디에 영향을 받아 비폭력 저항을 했는데요, 보이콧 운동, 행진 등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정의와 평화와 올바름을 위해 계속 드럼을 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틱 낫한(Thic Nhat Hanh)은 베트남 승려로 현재도 생존해 계십니다. 베트남 불교 계파 중 아무 데에도 속하지 않고 접현종을 창설하여 청년 불교 운동을 펼치셨다고 합니다. 스님의 제자들이 바로 베트남 전쟁 때 분신한 스님들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주요한 가르침으로는 “Inter I Inter Being” “Do not take side” 등으로 ‘실천’을 강조하는 가르침을 해오셨습니다. 주요 저서로 ‘마음 챙김의 기적’이 있습니다. 스님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과 베트남군을 구분하지 않고 치료하고 음식을 주어 국가를 배신했다, 이단이다, 등의 비판을 받았고 베트남 정부에 의해 추방을 당해 프랑스로 넘어가 불교 심리학을 전공하셨다고 합니다. 스님은 지금도 세계에 폭력적 상황에 가장 먼저 가시는 분입니다 9.11 테러가 났을 때도 가장 먼저 그곳에 가서 현장을 어루만지고 법회를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틱 낫한 스님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깊이 차분해지는 저를 느꼈습니다. Don’t take side, 라는 가르침은 제게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갈등에 대한 위로와 답이 되었습니다. 평소 저는 '경계'에 대한 의심과 의문 가끔은 반발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국가를 나누고, 적을 분류하고, 편을 선택하고, 동일한 행동과 판단의 요구가 폭력의 고리를 유지시킨다는 느낌을 받곤 했기 때문입니다. 먼 과거에는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를 시작으로 가장 가까운 예로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때였습니다. 살해의 죄는 절대적으로 악하고 유죄이지만 그 사람을 무조건 '나와는 다른 이상한 남성' 또는 '정신병자'로 사건을 해석하려는 사람들의 시선이 저는 불편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가해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재발을 방지 할 지혜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같은 문제의식이었을 것 같은데, 한때 SNS에서는 남성들 사이에 '나는 잠재적 가해자 입니다.'라는 태그 운동이 일었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매우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남성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논쟁을 하면서 저의 질문은 더 강해졌습니다. "누구를 위해 경계를 만드는 것일까?"
경계를 뛰어넘은 틱 낫한 스님의 행보는 매우 감동스럽습니다. ‘적이 곧 나이다.’ ‘죄인이 곧 나이다.’ 이 가르침에 대해 더 듣고 싶으시다면 스님의 시 ‘Call em by my true name’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앨리스 워커(Alice Walker)는 미국의 민권운동, 여성운동, 평화운동가이면서 시와 소설을 쓰는 분입니다.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흑인 여성이 소외되어 있다는 모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Womanism, Womanist 라는 말을 처음 쓰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믿는 것을 삶으로써 실천하는 여성으로 그 실천은 백인과 흑인의 결혼이 금지된 주에서 백인과 혼인하는 식의 도발적 방법들이죠. 이 분의 영감의 원천은 자연이라고 합니다. 글을 쓰기 전 자연 속을 산책하다 보면 인물들이 뱀이 되어, 꽃이 되어 말을 걸어온다고 합니다. 판타지스럽게 느껴지지만 깊은 명상의 과정을 그렇게 설명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분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한국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현경 선생님이 저희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러한 분들의 ‘영성의 포현’에 영향을 받고 또는 수혜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이어나가려 노력하는 것이 염치이자 도리이자 ‘나’라는 존재의 삶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렵고 고독하고 때론 위험했던 그분들의 삶의 10%만이라도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틱 낫한 스님께서 직접 만드신 만트라를 옮겨 적겠습니다. 단순한 것이 동요 같지만 유심히 생각하면 그 깊이가 끝이 없을 것 같은 문장들입니다.
수업 시간에 현경 선생님이 한글로 번역하셔서 다 같이 불렀답니다.
나는 꽃이네 나는 피어나네
나는 이슬이네 나는 신선하네
나는 산이네 나는 단단하네
나는 땅(지구)이네 나는 든든하네
*함께 만트라를 읊는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당시엔 몰랐는데 다시 들으니 정말 '만트라'네요. 파일로 첨부하여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