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미국 대선 따라잡기> 3강 후기
<미국 대선 따라잡기> 3강은 미국 대선의 쟁점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으로서 불평등과 포스트민주주의에 대해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현재 미국의 쟁점은 '부의 불평등 심화'인데요, 이러한 불평등은 경제적 영역에서 정치적, 사회적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제도권 정치의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시작에 앞서, 역사비평 2016년 봄호에 실린 김만권 선생님의 <'샌더스'와 '코빈' 신드롬>을 읽어보시거나, 참여연대 팟캐스트 <톡톡! 철학 사이다 - 불평등 특집>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후 세계를 이끌어갈 경제 시스템으로 케인스의 브래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가 구축됩니다.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IMF(국제통화기금)를 중심으로 국제 질서를 마련한 이 체제는, '자본에 국적을 붙이는 것'을 지향했습니다. 케인스 경제의 기본 철학인 총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족국가'가 적합하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와 인플레이션 이후, 소위 서방의 경제 선진국은 국내의 총수요가 소비하지 못하는 잉여생산물을 내다팔 곳이 필요해집니다. 즉, '민족국가'라는 경계가 불편해진 것이죠. 이를 배경으로 1980년대 미국과 영국은 신자유주의 전파로 지구화를 주도합니다. 이들은 WTO(세계무역기구), World Bank(세계은행), IMF를 활용해 지구적 무역 및 금융 질서를 장악하게 됩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리는 이 지구적 경제 질서 아래, 국가의 경계는 낮아지고, 이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경제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예외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997년에 돈을 빌리면서 IMF의 강력한 규제 아래 구조 조정을 실행하며 노동의 유연화로 인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가장들의 자살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죠. 한편, WB의 최대 주주가 미국, ADB의 최대 주주가 일본임을 견제하며 중국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으로 대응, 자국 위주의 경제 질서('베이징 컨센서스') 재편을 꾀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컨센서스' 하에 초국가기업은 그 규모 면에서 국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변모합니다. '월마트'에 210만명, '맥도널드'에 170만명에 고용되어 있거나, 한국의 10대 재벌의 매출 비중이 전체 GDP의 85%를 차지하는 것 등이 그 사례입니다. 따라서 정치가는 기업에 의지하고, 국가는 법인세를 낮춰 기업의 탈국가를 방지하게 됩니다. 토마 피케티는 초국가적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을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 더불어 이런 자본이 세습되는 경향을 꼽습니다.
신자유주의 질서 아래 경제적 지구화는 저개발국 뿐 아니라, 발전된 국가의 노동자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예컨대 제조업이 중국으로, 서비스업이 인도로 아웃소싱되는 것이 그 사례죠. 결국 선진국, 기업가들 위주로 무역의 이익이 돌아가며 이것이 임금으로 분배되지 못하여 계층의 불평등이 심화됩니다. '20:80'의 사회를 넘어, '1:99' 사회로 양극화가 진행된 것입니다. 이 문제는 '무엇을 소비하는가'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오늘날, 소비할 수 없는 인간은 쓸모 없는 존재로 전락되고 맙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영국와 미국에서도 극심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래리 바텔스는 피케티의 데이터를 사용해 1980년과 2005년 사이 미국의 세전 실질소득 총증가분의 80% 이상이 최상위 1%에 집중되었음을 지적합니다. 또한 바텔스는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 간의 인과관계를 발견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상원의원들은 소득분포 하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에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빈곤지역인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정치인들은 복원사업에 사실상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음을 사례로 제시하였습니다. 한편, 지그문트 바우만은 지구화 과정이 대량해고를 통해 잉여노동력을 배출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포스트민주주의 사회는 민주주의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직업구조의 변화나 초국적자본의 영향력 증가 등을 배경으로 정치의 에너지와 활기가 민주주의 이전 시대의 소규모 엘리트와 부유한 집단에게로 돌아가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는 민주주의 정당 모델의 동심원 구조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정당의 강력한 지도자를 핵으로, 정당 소속 국회의원, 정당활동가, 진성당원, 유권자의 순서로 점점 더 커지는 동심원 구조에서, 강력한 지도자와 기업가(혹은 시장 권력)가 타원형의 구조로 바로 연결되며 확실한 결탁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과거 시민권의 이루였던 권리들이 민영화되거나 민간 위탁되면서 시민들은 권리를 상실하는 것이지요. 포스트민주주의 하에서는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로 인정되거나,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좋은 관계가 유의미하게 작용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지구화가 만들어낸 불평등사회에서, 지구화를 주도한 미국과 영국에 각각 '샌더스 신드롬'과 '제레미 코빈 신드롬'이 일어나면서 제도권에서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김만권 선생님께서 불평등을 바라보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들을 압축적으로 들려주신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의 말미에는 '노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화두로 '기본소득', '기초자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벌써 다음 차시가 마지막 강의네요!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시간에 어떤 이야기들로 마무리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