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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에 던지는 여섯 가지 불편한 질문] 제6강. 저성장이라는 사막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
강사: 에듀머니, 쥬빌리 은행 대표 제윤경
날짜: 2015년 10월 22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오후 9시 40분.
제윤경 대표는 저성장에 대한 가계의 입장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서두를 열었다. 고성장시대에는 변동이 심해서 가계 운영이나 재테크에 난점이 있었는데 저성장시대에는 변동이 적어서 재테크하기엔 더 순조로울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재테크를 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아지게 되었다. 과거에는 저축, 적금 위주였으나 오늘날은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과 같은 수단이 재테크 수단이다. 그래서 본인의 경제사정에 맞는 재테크 수단을 스스로 강구해야 한다고 강론했다.
그 다음에는 부동산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인들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 그것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손익을 사회적인 문제가 아닌 '나도 임대인이 될 수 없을까'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임차인의 고액 임대료라는 현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고 제윤경 대표는 한국인들이 저성장시대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임대인에게 감정이입할 것이 아니라 현실의 비정함을 성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우스푸어의 문제 또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호황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거나 대출과 투기를 종용하는 사회 풍토가 하우스푸어를 대거 양산하도록 조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동산 버블에 대해 언급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두고 대개 한국인들은 기뻐하는데 이는 기뻐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려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이 투기자산인 경우에도 팔리기 전까지는 수익이 생겼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세금만 늘어나는데 하물며 자신이 사는 집 값이 오른 것을 두고 기뻐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면 일단 좋아하는데 이는 '보유효과' 때문이다. 보유효과란 판매하지 않을 것이어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 내지 재화의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뜻하고 다른 말로는 이를 '심적 계좌'라고도 한다. 마음의 계좌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만큼 재산이 불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 상황이 되면 대부분의 부동산 소유자들은 '더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만 들려서 부동산을 매각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금 팔면 손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제윤경 대표는 그러한 손해에 대해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오늘날 기업이나 공인중개사들은 작은 손해를 줄이는 대신 큰 손해에 무디게 하는 마케팅전략을 사용하는데 그 결과가 바로 직장인들의 소위 '월급 광속 인출'이다. 대표적인 예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이다. 할인폭이 크다는 이점이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구태여 필요 없는' 물건을 구입하는데 돈을 쓴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역시 작은 손해(할인폭)를 줄이고 큰 손해(구입 자체 비용)에 무디게 하는 전략으로, 이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먹혀들었다.
신경써야하는 것은 이런 보유효과나 큰 손해에 무딘 것 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의 심리 기저에는 '손해 효과'가 있다. 손해 효과란 투자 수익이 나면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더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손해가 날 때까지 계속 투자하다 손해가 나면 그제서야 되팔아버리므로 비용만 늘어나고 이것이 손해로 이어진다. 이는 1929년 대공황 발생 이전 미국의 증상과 비슷하다. 주식값이 날로 오르던 1920년대 중반, 많은 미국인들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고, 그 주식 값이 오르면 되파는 것이 아니라 그 주식을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다. 그러나 대공황으로 주가가 크게 폭락하면서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았다.
그 다음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부동산의 붕괴는 부동산 소유주는 물론 전세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들에게도 큰 타격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소유주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 자체와 융자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고 전세 세입자의 경우에는 전세금이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서로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소유자들의 수익이 자신의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 내지 임차인으로부터 나오는 바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으므로 임대료 낮추기 운동같은 것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을 한국민들이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마지막으로는 제윤경 대표는 수강자들에게 '자산 형성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가능한가?'에 대해 강론했는데 이는 불가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는 주장을 했다. 과거에는 자산 형성이 가능했고, 또 필요했으므로 저축으로 자산을 형성하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IMF 이후에는 그것이 어려워져서 빚을 내서 부동산을 매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이 올라서 차익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었으나 이 역시 오늘날에는 불가능해져 사실상 중산층부터 자산 형성은 불가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산 형성은 왜 필요 없는가? 물론 오늘날 한국에서는 그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주거나 교육, 의료, 노후활동의 목적으로 자산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의 '복지'라는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한국인들이 '다 같이 잘 살자'가 아니라 '나만 잘 살면 돼.'하고 투자하고, 자산을 모으게 만들었고, 국가 복지에 반대하면서 스스로를 옥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제윤경 대표는 한국민들은 앞으로 재테크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자산 형성이 필요 없게끔 복지제도를 갖추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