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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언론/ 두서없는 강의 후기
'80년 광주' 하면 어떤 세대들에게 성지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IMF와 신자유주의 파고 속에 허우적대는 젊은세대에 비해 자신의 안위를 접어두고 순수하게 의를 갈망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는 그 세대들은 분명 뭔가 특별한 이상향을 간직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땐 학생운동의 분위기가 남아있었다. 80년 이후 약 15년간 대학가의 학생운동은 광주가 잊혀지지 않고 살아있었다고 생각한다. 1학년 새내기 땐 선배들 따라서 집회에도 따라가고 '바위처럼' 노래도 율동에 맞춰 종종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2학년이 되니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 IMF가 대학가의 문화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 즈음 복학했던 선배들이 달라진 대학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했었던 모습들을 보았다.
대학가에서는 더 이상 모여서 의를 이야기하지 않고 취업준비 때문에 뿔뿔이 흩어졌으며 개인주의화되었다.
그 즈음 민주정부도 들어서고 해서 민주주의는 이제 쟁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이만하면 됐다라는 생각이었을까?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박물관에 보내야 할 구시대의 이야기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던 분위기였던 것 같다.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민주인사라고 해서 민주주의에 대해선 그가 모든 걸 해결하리라는 믿음이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이룩한 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으리라는 바람이었을까?
2008년 촛불집회 때 구호 중 하나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였다. 지난 민주정부 때 이런 구호를 다시 들고 나오리란 건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민주주의는 주인이 깨어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취약해 질 수 있는 것 같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갖춰졌다 해도 국정 최고통수권자의 의지만으론 실현되기 벅찬 문제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지난 10년의 민주정부 하에서 민주주의는 많이 발전되었고 성숙했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은 민주주의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부자되는 것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권이 끝날 즈음 TV광고에서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1년간 덕담처럼 유행했던 것.. 실제로 임금노동자로 살면서 몇십억대 재산을 모으기는 어려우나 누구나 한번쯤 나도 억대의 재산을 모을 수 있다라는 희망을 가졌던 것.. 무엇이 그런 희망을 갖게 했는지.. 부채질했는지는 모르겠다.
제4의 권력이 될 만큼 오늘날 현대인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언론은 공정해야한다 기대한다. 그런데 언론인 스스로 밝히기를 자신들 또한 시청률과 광고주라는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한다. 민주화되기 전엔 바꿔야 할 대상이 전면에 있어 분명했으나, 오늘날은 권력의 배후에 존재하며 불공정한 게임구도를 고착화시키려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라고 한 발언은 투항선언을 한 것인가? 시장의 힘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공정한 구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말하는 것은 커밍아웃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한 행태인가? 국민들도 공정한 게임 룰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집단에 역량을 모아주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는 것인가? GDP가 아무리 성장해도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을 본다. 잔치가 났다고 한쪽에선 소수의 인원들이 떠들썩하는데 우리가 접하는 많은 곳은 여전히 썰렁하기만 하다. 흑자를 많이 냈다해도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게 오늘날 기업들의 모습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얼 기대해야 하는가? 그들은 단지 경제논리로써 오늘날 산업구조에 맞게 자본을 재조정할 뿐이다. 그들은 분배자가 아니다. 경제논리로만 풀어나갈 뿐이다.
최위원장은 오늘날 사회의 중추세력은 어느덧 광주를 경험한 세대들이 되었으며, 이 정권에서 싸우는 것은 광주를 기억하는 힘이라고 했다. 5년마다 선출되는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 정권을 조정하며 사회 많은 부분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세하는 자본의 힘이 더 무서운 거라고 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제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순수했던 이상을 타락시키는 것도 야금야금 손을 뻗치는 경제문제일 수 있고, 갖고 있어도 더 많이 갖게 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당위적 생각들이 확산된다면 자본의 폭력을 제어할 수 있을까? 생활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만 있으면 된다는 신념이 얼마나 어렵고 숭고한 생각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나마 보수신문은 재벌과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버티고 있지만, 독립적인 언론, 객관적인 보도와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거죠.
시민들의 구독료 이상의 지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생활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만 있으면 된다는 신념"으로 행복하게 사는 많은 사례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다른 어떤 방법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