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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복지국가를 말하다]-2강 북유럽 모델에서 무엇을 배울것인가
강의 첫째날에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 노르웨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았고, 둘째날에는 교수님이 노르웨이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것을 토대로 실제 복지사회가 어떻게 체감되는지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의료 부문을, 자녀들의 교육과 교수님의 대학교 재직생활을 통해 교육 부문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의료와 교육부문을 중점적으로 다룬다고 하였습니다.
노르웨이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작거나 중간 규모의 병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큰 규모의 공공병원 위주로 의료체제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 국민총생산의 9%정도가 의료부문에 사용되는데 이는 그렇게 많은 정도는 아닙니다(미국의 경우는 15%, 우리나라는 6%). 그러나 노르웨이는 전체 의료지출 중 85%가 공공지출로 공공성이 매우 높습니다(우리나라 : 56%). 완전 무료는 아니지만 빈곤층, 고질병 환자, 아동, 임산부, 수유모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수수료가 면제됩니다. 자기부담률이 15%인데 이마저도 입원치료의 경우에는 자기부담률이 없습니다. 노르웨이의 의료 지출을 살펴보면 약자를 배려해주는 공공성이 다소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우리가 실제로 노르웨이에서 의료시설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상당히 불만스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전문의를 만나기까지가 매우 까다롭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해당 지역 의사(주치의)에게 왕진을 예약해야 합니다. 대체로 대기자 명단이 긴 편이어서 당일 예약이 불가능할때가 많고 보통 모레나 글피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치의가 전문의에게 의견서를 e-mail로 보내고 난 후 날짜가 정해지게 되는데 보통 4주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큰 수술도 꽤 기다려야 할 때가 많고 작은 수술의 경우에는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위급한 환자를 위한 구급차 서비스는 아주 잘 되어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국가는 표준 대기 시간 경과 시 항의하여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 중환자의 수술 대기 시간 초과 시 해외에서 수술 받은 후 보상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통해 극복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의료 시스템은 자기부담이 거의 없지만 대기시간이 길고 관료적이라는 불편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가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정의 측면에서는 좋은 제도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완전한 평등이라고 볼 수 없는 점들이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대학교 졸업자들보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고질 질환 발병률이 약 50% 높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이는 직종과 주거환경과 음주량과 같은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노르웨이의 5%의 사람들은 민간의료보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노르웨이의 전체 의료시설 중 10%의 민간의료시설이 있는데 주로 부유층이 이용하며 병원비가 매우 비싸다고 합니다. (교수님의 경우 1회 진료비와 약값까지 10만원 이상이었다고..)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면 노르웨이의 의료 시스템은 공공성이 높고 복지가 잘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료적이어서 개개인에게 불편을 끼치기도 하며 완전한 의료격차 해소는 실현되지 못했고 부유층은 특혜를 누리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경향으로 사립병원의 점유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으며(원래는 거의 없다가 지금은 10%정도), 같은 병원에서도 돈을 내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무료, 유료 환자를 나누기도 하고,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큰 병원으로 합치기도 한다고 합니다(멀어지는 사람 많아져서 불편함 초래할 수도 있음). 공공시스템 내에서 영리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는것입니다. 또한 치과의 경우에는 노르웨이의 부유층인 치과의사들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의료 공공화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유료이며 매우 비싸고 하나의 이를 때우는 데 6-7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아동과 국가지원자는 무료,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증명에 의해 국가지원 가능). 이를 통해 복지국가는 여러 사람들의 타협의 결과이며, 역학관계에 의한 것이므로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완벽한 복지국가는 불가능하다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노르웨이의 노후 연금은 통상적으로 67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가장 높았던 때의 소득의 67~70%가 지급됩니다. 신자유주의 경향으로 개인 연금 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복지사무소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집안일과 쇼핑을 해주고, 재택거주가 불편한 노인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고독사 같은 문제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후복지에 대해 세대 간 갈등이 별로 느껴지지 않으며 사회 연대의식이나 사회통합이 강한 편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최저임금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국가적 최저임금은 정해져 있지 않고 부문별로 집단협의약에 의한 최저임금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사직 같은 경우 시급이 15000원 정도인데 이는 노르웨이 물가에 비하면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또한 예외적으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은 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한달에 400달러 정도를 받으며 일하고, 온실딸기재배를 위해 고용되는 리투아니아 사람과 같이 계절마다 단기 고용되는 사람들도 인력파견업체 같은 하도급을 통해 노르웨이의 최저임금 기준을 피해서 아주 낮은 임금이 지급된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예시를 살펴보면 노르웨이 내부의 공공성은 높지만 외부에서의 착취로 인해 메꿔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노르웨이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자본주의 성공 국가로 보기 때문에 심한 차별을 하지 않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배타적이라고 합니다. 실업자의 1/3, 빈곤아동의 50%가 비서구인들이라는 말도 덧붙이시면서 이민자들은 대부분 저임금 고난도 직종에 종사하며 오슬로 대학에 재직하는 15년 동안 백인인 청소노동자를 본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무상교육과 같은 복지를 통해 이민자 2세나 3세는 신분상승이 가능한 사회라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교육 제도는 초등학교 7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립중학교의 비율은 전체 학생 중 1.5%, 사립고등학교의 비율은 전체 학생 중 3%로 사립학교의 비율이 매우 낮다고 합니다. 현재 6개의 종합대학이 있는데 모두 무료이며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전체 학생 중 10%정도입니다. 장학금을 받거나 생활자금 대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빈곤 가정에서도 충분히 대학을 다닐 수 있습니다. 이는 평등에 크게 기여하는데 비서구 이민자의 2세, 3세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생활수준이 노르웨이사람들과 비슷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능과 같은 대입제도가 없기 때문에 사교육이 거의 없고, 의대와 같은 인기학과는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사3년, 석사2년, 박사3년의 과정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성적의 개념은 없다고 볼 수 있고 교사가 상담을 통해 개선점을 알려줍니다. 중학교 때는 모두 평균적인 수준이 되도록 학급을 관리한다고 합니다. 수학의 경우 우리나라나 교수님이 경험하셨던 소련의 학창시절보다 난이도가 눈에 띄게 낮아 고난도 학습노동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점은 초등학교 교육기간이 1년 더 길다는 것으로 보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인권에 대한 교육의 질이 높으며 성소수자, 이슬람교, 유대교에 대해서 배우고, 자기권리에 대한 학습이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합니다. 학교 참정권이 주어지고 전국 고교협회라는 단체가 있는데 정치력을 행사하며 상당수 정치계로 진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교사가 기피 직종이라고 합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으며 평균 임금에 못 미치는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교사에 대한 인식은 지식을 제공하는 서비스업 종사자 정도 라고 할 수 있고, 교사들은 조합화 되어 있다고 합니다.
신자유주의의 경향으로는 비공식적 서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5년에 일체고사라는 것이 실행되었으며 그것으로 어느 학교의 성적이 좋은 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철저하게 평준화 되어 있는데 이는 사회 진출에 차이가 없고, 국가의 대학 지원도 균등하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는 교장 선출 방식도 우리나라와 다른데, 공채이며 학교 관리 지자체가 임명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또한 학교차원에서 보상해야 할 때는 지자체에서 보상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노르웨이의 학교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왕따문제라고 하셨습니다. 따돌림의 이유를 살펴보았는데 첫째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고급브랜드 의류를 소유하지 못하는 것도, 인종이 다르거나 뚱뚱하다는 외모의 다름도, 다름이 아닌 모자람으로 보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남성의 경우에는 운동을 잘하지 못하거나, 여성의 경우에는 특히 뚱뚱한것으로, 표준 성격에서 벗어나는 성격의 아이들이 따돌림을 받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그렇게 평등교육과 다양성 교육을 많이 받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병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신자유주의의 경향으로 남성여가잡지가 200종 이상 되는 등 매체 과잉과 소비주의 사회 속에서의 표준적 획일화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노르웨이에서는 현재 스포츠 스타가 가장 인기가 많고 그들을 여러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여 주셨습니다.
노르웨이의 교육 제도에 대해 정리해보면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수학과 같은 과목은 내용적으로 부실하지만 공공성은 아주 높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문제점이라고 이야기 되는 높은 개인부담, 경쟁과 성과위주의 교육, 교사의 권위주의와 고강도의 학습노동과 같은 문제는 전혀 없지만 왕따문제만큼은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마무리 정리를 하자면, 정치화된 노동조직의 압력에 의해 공공성이 아주 높은 복지사회에도 자본주의의 기본적 병폐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 30분동안의 질문 시간이 있었는데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리나라의 노후 복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노르웨이의 대학에도 우리나라처럼 권력을 이용한 교수의 성추행이 있는지, 강의 중에 교수님이 노르웨이에서는 중산층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인문학 열풍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풍요로운 노르웨이 사람들은 삶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노르웨이의 성차별 문제 극복 노력은 어떠한 지,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많은데 노르웨이는 어떠한지, 노르웨이의 유럽연합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지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고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식적인 강의일정이 끝나고 옥상에서 뒤풀이 시간을 가졌는데요. 교수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더 많이 들어볼 수 있었고, 사람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궁금증을 해소해주시려고 열심히 답변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교수님과 유머코드가 맞는것인지 평소에 집중력이 없는 편인데 강의도 재미있게 웃으면서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복지 정책으로도 그 기본적인 병폐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강의였기 때문에 돌아가는 발걸음은 조금 무겁기도 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더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강의였습니다.
이 글을 끝마치며 어두운면에 치우쳐 글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북유럽 복지사회의 좋은 점은 이미 당연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번 강의에서 몰랐던 측면에 대해 더욱 집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부족한 후기이지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