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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춤을 추다 - 고양이, 사람, 그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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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저지 예술인 마을에서 열린 청년작가 고동우의 개인전 '누구냐옹' 전시회에서 <도시의 노마드>가 시민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
제주에서 춤을 추다 - 고양이, 사람, 그림과 함께
세 사람이 어떻게 공연을? 걱정했으나
느티나무 춤서클 <도시의 노마드>가 또 공연 초청을 받았다. 올해 5월 <경기도 양평 2019 발달장애 작가들의 폐공장 전시>, 9월 <충남 홍성 유영주작가 작품발표회>, <강원도 월정사 한강 시원제>에 이어 네 번째다.
제주도 저지 예술인 마을에서 열리는 청년작가 고동우의 개인전 '누구냐옹' 전시회. “소통 약자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위한 단체”인 사단법인 ‘누구나’가 주최해 “삼나무숲이 사라지면 고양이는 어떻게 되나?”를 주제로 그림과 도자기 전시를 하는 자리였다.
공연날짜는 11월 9일. 불과 10일 전에 초청을 받았으니 바쁜 주말 일정을 비워 제주도로 향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백미정, 김남영, 주은경 단 세 사람이 손을 들었다.
주최측이 원하는 건 보여주는 춤이 아니었다. 행사 참여자들과 더불어 함께 추는 춤을 추며 함께 축복하고 힘을 돋우는 춤. 이것이 <도시의 노마드>를 초청한 이유였다.
어떤 춤을 출까. 세사람이 카톡방에서 의논하며 음악과 춤을 확정했다. 공연 이틀전에. (이거 영업비밀인데 말해도 되나?^^) 우리의 ‘백결’선생이 음악을 편집했다.
공연 전날 밤 10시반이 넘은 시간, 제주도 <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 요가방에서 우리 세사람은 연습을 시작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솔직히 말해 두 개의 춤은 1년 동안 수차례 배웠는데도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며 우리끼리 동작을 정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치유와 자유의 에너지가 흐르는 타시텔레 요가방에서 춤춘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제주 만추의 햇살과 바람이 응원을 보내다
다음날 숙소에서 공연장까지 1시간 가는 차안에서 세 사람은 춤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음악을 계속 들으니 어제 우리의 춤이 잘못된 걸 짚어낼 수 있었다. 음악을 함께 듣고 들으며 세세한 음악의 변화를 감지하였고, 그 흐름에 맞춰 동작을 기억해냈다. “우리 천재 아니야?” 하면서. 사실은 1년 동안 배운 걸 그제야 스스로 기억해낸 지진아인데. 그래도 상관없이 얼마나 기뻤는지. 이 근거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만추의 제주, 11월의 바람이 우리를 응원하니까?
공연장소에 도착했다. ‘공연전날 숙소에서 백결선생의 코치를 받으며 만든 종이꽃’과 행사장에 있던 늙은 호박, 귤, 꽃으로 센터피스를 만들었다. 순식간에 그 장소가 환하게 피어난다.
옷을 다리고 분장을 하고 드디어 공연. 떨리진 않는다. 오늘 11월 제주도의 바람, 햇살을 만지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하는 <넬켄라인>으로 입장한다.
- 둥글게 손잡고 ‘길’을 의미하는 평화의 둥근춤 <까미노>를 춘다. 이 자리를 만든 여러 인연과 삶을 생각하면서.
- 신나고 경쾌한 <so happy together>를 춘다. 이 자리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끼며
- 싸이의 챔피언으로 막춤 한판.
15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이 행복했으니. 본 행사의 오픈을 즐겁게 시작했으니. 무엇보다 <도시의 노마드> 우리 세 사람이 더 없이 충만감을 느꼈으니.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
이곳은 제주도 저지리의 북 갤러리 ‘파파사이트(PAPA Site)’. 책(Paper)과 예술(Art)과 순례(Pilgrim)와 커피(Americano)가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갤러리 주인, 부인은 서울에서 예술경영 강의를 하던 학자고, 남편 김씨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디자이너 출신이다. 아내 홍씨는 보청기가 없으면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이고, 남편 김씨는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이 부부가 적극 추진하여 이 전시가 이뤄졌다고 한다.)
전시의 주인공 고동우 작가의 스토리도 감동이다.
“고동우 작가는 제주에서 작업하는 발달장애 청년화가다. 일상 속에서 가족과 친구인 고양이 사비와 노마에게 받은 영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옹기 작업도 한다. 최근에는 동네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아가 숲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고양이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자연을 생각하고, 아프고 도움이 필요한 제주의 유기 고양이를 돕고자 고동우 작가가 발 벗고 나섰다.
고동우 작가는 그의 고양이 노마와 사비를 사랑한다. 우연히 길을 걷던 중 그의 시선 속 동네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숱한 나무들이 베어지는 현장을 보며 그곳 고양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고동우 작가의 무심한 발견을 시작으로 자신의 고양이에서 동네의 길고양이 그리고 숲의 고양이로 확장되어가는 그의 시선을 이번 전시를 통해 캔버스에 담았다.”
이 전시를 주최한 사단법인 ‘누구나’의 이사장은 여성학자 오한숙희. 그녀는 지난 5월 양평에서의 폐공장 전시에서 <도시의 노마드>에 반해서(?) 우리를 초대했다고 한다.
내 옆에서 손을 잡고 춤춘 사람은 장혜영 감독.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며 2018년 다큐영화 <어른이 되면>을 세상에 내보였고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부터 정의당에서 정치를 시작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깜짝 선언’을 한 사람.
다음에는 본 순서로 제주에 내려와 고양이와 개를 돌보며 제주의 환경보호에도 적극적인 가수 장필순, 가수 조동진의 동생으로 가수와 작사가로 활동하는 조동우의 노래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무리를 해서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도 장필순의 노래를 코앞에서 듣는 것이었는데, 소원을 이룬 것.
<고동우작가의 <누구냐옹>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모든 행사가 끝났지만, 다음날 우리에겐 또하나의 큰 선물이 운명처럼 찾아왔다.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우연한 만남이. 이 얘기는 시작하면 너무 길어지니 여기서 줄이기로 하자. 진짜 궁금한 분께만 나중에 공개하겠다. ^^
안했으면 후회할 뻔! 고마워요
처음엔 단 세 사람이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고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도시의 노마드>는 일단 시작하면 “하길 잘했다,” 아니 “이걸 안했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게 된다.
춤을 추면서 평소 만날 수 없는 새로운 사람과 세계를 만나는 경험을 한다는 것.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이번에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이번엔 만추의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좋은 기회를 준 사단법인 ‘누구나’ 사람들, 세명의 공연을 걱정해주면서 응원해준 우리 <도시의 노마드> 친구들, 그리고 제주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 고맙고 또 고맙다.
글. 주은경(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원장)
현장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