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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 월요일 <기본소득, 세상을 살릴 수 있나 1강> - 금민
기본소득 – 논의 배경과 주요 쟁점
-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며칠 전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이제 대선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선거일이 몇 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공약과 발언들은 평가대에 올라있습니다. 다양한 발언들 중 주목할만한 것은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입니다. 많은 대선후보들이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표명하며 논의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사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경제위기 등과 같은 불안정한 미래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이미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며 세계 곳곳에서 실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 시장으로써 추진했던 청년배당이 기본소득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년배당이 도입될 때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것을 보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기본소득의 개념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깊게 알아보지 않고 수박 겉핥기마냥 정책을 접하면 이상적이라고 느껴질 소지가 다분한 정책이 기본소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이 마냥 이상적이고 현실에서는 도입불가능 할까요? 기본소득이 이슈가 되기 전부터 연구해온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님이 그 개념부터 효과까지 참여연대 아카데미 교실에서 낱낱이 파헤쳐주셨습니다.
1. 기본소득의 개념
1) 기본소득의 정의
기본소득의 정의는 “국가 등 정치공동체로부터 개별적인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소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금소득은 일체의 자산 심사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선별적 복지와 다른 보편적 복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초연금이 보편적 복지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역연령적 기준과 기본적인 자산조사로 선별하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를 기조로 하는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소득에서 주요한 특성은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각의 특성에서 다른 복지제도와 차이가 나타납니다. 먼저 무조건성에서는 수급조건이 제한된 기존의 복지제도와 구분되는데, 엄격한 재산심사와 근로능력의 유무를 조건으로 가진 한국 공공부조의 대표 격인 기초생활수급제도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개별성에서는 기존 복지제도들은 수당의 지급 기준을 가구로 두었다면 지급기준에 대해 개인으로 접근하는 것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셋째, 정기성의 특성에서는 일회적인 ‘사회적 지분급여’와 구별될 수 있습니다. 앤 알스톳 등이 주장했던 ‘사회적 지분급여’는 성인이 될 때 한 번의 종잣돈을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었지만, 기본소득은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2) 기본소득의 모델
기본소득에도 지급되는 급여의 차이에 따라 구분되는 모델이 있습니다. 빈곤선 이상의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강한 기본소득 모델’이 되고, 그 이하의 소득이 주어지면 ‘약한 기본소득 모델’이라고 개념 지어집니다. 강한 기본소득 모델은 빈곤선 이상의 소득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복지제도와 연동하지 않아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가 결의안에서 밝혔듯이 “물질적 빈곤을 제거하고 사회적 문화적 참여가 가능한 수준”이 됩니다. 반면 약한 기본소득모델은 독자적으로 물질적 빈곤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공급 등의 제도적 개선과의 연동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동력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기존의 선별적 복지정책인 장애수당이나 기초연금과의 연동을 통한 해결책을 필히 강구해야 합니다.
3) 기본소득의 재원마련
앞에서 기본소득의 개념들을 살펴보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마련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재원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되면 조세부담이 높아진다는 주장을 합니다. 또한, 기본소득은 비용대비 효과성이 기존의 선별적 복지제도보다 더 적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의 도입에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는 데 찬성론자들도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1인당 지급액수가 아무리 작아도 총액은 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을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기존의 복지제도보다 불평등 시정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은 쉽게 이야기하면 사람들끼리 능력에 맞게 돈을 내고 모인 돈을 평등하게 나누는 제도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즉, 15조원의 기본소득은 불평등을 15조원만큼 시정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본소득이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한다는 ‘재정환상’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풀 필요가 있습니다. 재정환상은 명목조세와 순조세의 차이를 이해할 때만 해소될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막대한 정책 이행 비용은 명목조세만을 따졌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순조세는 실제 증세하는 액수 그러니까 개별적인 부담액과 돌려받게 되는 배당액의 차액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이는 명목조세의 절반 이하라고 예측됩니다.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의 초기 지급액인 30만원(1인당 60만원인 빈곤선의 절반 금액)이 실행되는데 드는 비용은 180조원입니다. 하지만 이는 명목조세이고 순조세로 따진다면 재정은 실제로 90조원 정도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명목조세에만 놀라 성급하게 기본소득이 실현불가능 할 것이라고 예단하지 말고 순조세와 그 효과성을 따져보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은 현재 선별적 복지에 필요한 규제와 감독, 심사 등의 행정비용인 직접비용과 사람들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클라이언트로 변화시킴으로써 발생하는 간접비용 절감효과도 있기 때문에 실제적인 조세상승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적을 것입니다.
2. 기본소득의 장점과 효과
위에서 기본소득의 개념과 재원조달의 방법을 말했다면 실제적으로 기본소득이 가져오는 효과는 무엇일지가 궁금해집니다. 다양한 효과가 있지만 크게 보아서 두 가지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고용 효과입니다. 기본소득이 앞서 살폈던 ‘강한기본소득모델’을 택한다고 가정한다면 빈곤선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될 때 개별적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화되어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질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게 됩니다. 물질적 빈곤을 해결해주기 때문에 피고용자들은 질 좋은 일자리를 찾게 되고, 이는 노동시장에서 전체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 확대와 급여인상의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고용률의 증대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인데, 이는 일자리 분배의 활성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즉,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근로의 보편화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둘째, 임금노동을 넘어선 비시장적인 자유로운 활동의 증대 및 시간의 재분배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기본소득의 도입은 임금노동과 소득의 연계성의 약화를 가져와서 필연적으로 노동시간의 단축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는 여가시간의 증대 즉, 비시장적인 자유로운 활동의 증대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 결과 다양한 무급활동이 증대하며 협동적 경제,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이 일자리 선택에서 임금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출산, 육아, 교육 등 사회재생산의 영역과 문화, 예술 등의 영역이 보수의 강박, 임금노동화의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사회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탈빈곤의 효과, 소득불평등 시정, 가계소득의 안정화와 내수기반의 형성, 실질적 자유와 실질적 민주주의 등의 많은 효과가 기본소득으로 실현될 수 있습니다.
강의 질문
Q1. 전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들이 많이 실행되고 있는데, 공간적 시간적 제한이 있는 이러한 실험들은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실험들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 A1. 대부분의 사회과학적 혹은 정책적 실험이 그렇듯 ‘외적 타당도’를 따졌을 때 그리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기본소득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근로의욕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Q2. 간접세와 특정제품에 대한(석유 등) 특별세 그리고 재산세 등을 통한 조세모델을 생각해 보신적은 없으신지?
- A2.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만으로는 재원조달에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세보다는 보유세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거대 금융자본(주식 등)과 같은 보유재산들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는 것도 중요한 조세모델 중 하나입니다.
Q3. 선별 복지제도와의 연동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 A3. 기본소득네트워크의 주장은 현물수당은 유지하지만, 현금수당에 있어서는 통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도입으로 인해 소득이 줄면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무엇보다 기본소득과 기존 선별 복지제도 사회수당들의 차이점 즉, 기본소득은 멤버십의 원칙인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Q4.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이 포퓰리즘이라고만 여겨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가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을 경험해보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하면 기본소득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 A4.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아서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논의가 확대되도록 해야 하고, 논의가 많아진다면 지자체에서 실험을 통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후기 작성자가 생각해본 질문
Q1. 기본소득에 대해서 들었는데, 기본소득이 가져올 수도 있는 부정적 효과는 말씀해주시지 않아서 반대론자들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기본소득의 지급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더불어 물가상승은 일어나지 않을지? 이 외에도 기본소득의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궁금합니다.
Q2. 강의를 통해 명목조세와 순조세와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목조세만을 보고 기본소득의 재원이 불가능 할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도입된 이후에 오르게 될 조세인상률이 걱정됩니다. 현재 빈곤선은 60만원 선이지만,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인건비 인상과 물가상승 등을 통한 빈곤선 상승을 가져오게 되면서 1인당 지급액이 높아지고,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도입 첫 시기에는 순조세 100조정도가 들겠지만, 이후에 더욱 많은 재원이 필요하게 될 텐데 이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아야 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