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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혁명과 다른 세상을 위한 사회운동론] 1강 / 위태로운 시민 : 데이터로 보는 한국 사회
[촛불시민혁명과 다른 세상을 위한 사회운동론] 1강 / 위태로운 시민 : 데이터로 보는 한국 사회
장덕진_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2017.03.08
별안간 쌀쌀해진 날씨에도 많은 수강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강의실의 불을 밝혔습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님의 진행으로 2시간 여 동안의 강의는 배움의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오늘 강좌는 데이터를 통해 한국사회의 현재를 진단하는 내용으로,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님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1부는 강의로, 2부는 수강생과의 자유로운 질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1. 행복하지 않다.
1945년 이후, 한국은 빠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GDP 세계 11위, 1인당 GDP 28위, 수출 5위, 수입 7위에 이릅니다. 기대여명*은 WHO기준 194개국 중 9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요? 행복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157개국 중 58위 입니다. 앞선 순위와 대조를 이룹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에 대한 물음으로 강의는 시작됩니다. 국민을 청년과 노인으로 나누었을 때, 둘 모두 행복할 수 없는 사회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문제는 부각을 나타냅니다. 비정규직은 증가하고, 정규직 전환은 낮아졌으며, 사회보험의 사각과 빈부격차는 날로 늘어갑니다. 삶의 장기적 전망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청년들은 혼인과 출산을 포기할 수 밖에 없고, 종국에는 연애마저 포기해버립니다. 청년들이 사회를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노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인 자살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노인과 청년은 모두 비슷하게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세대간의 갈등은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기대여명 (期待餘命, life expectancy) 일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그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 평균 생존년수를 말한다. 특히 출생시 평균여명을 평균수명이라고도 일컫는다. 이는 사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잔여평균수명을 예측하고 있는 지표이다. 출처 : 인적자원관리용어사전 )
2. 요지부동의 한국인
그러면,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가치관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의 학자들이 모여 만든 가치관에 대한 그래프(World Values Survey & Cultural Map of the World)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대한민국은 세속합리성은 높으며 자기표현은 낮고, 생존 욕구에 매몰되어 있음이 드러납니다.
한 학자는 연구를 통해 '한국인은 '낮은 욕구단계'인 '물질주의'에 머물러 있으며, '조용한 혁명'을 통해 '탈물질주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1981~1993년의 시간동안 한국의 GDP는 7배가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가치관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이는, 한국에는 물질주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입니다. 성장과 안보를 최고의 가치로 치부하고 있는 겁니다.
3. 불안사회 : 아무도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은 공공성이 낮고, 노블레수 오블리주에 대한 행위 실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용성 수준은 60개국 중 60등을 차지한 수준입니다.
10억 이상 금융자산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자신이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64.8%에 달합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그럼 어느 정도의 자산을 보유했을 때 부자가 되는가를 다시 물으니, 100억 이상이라고 합니다. 왜 100억일까요?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100억 이상의 자산을 보유했을 때라야 다쳐도, 늙어도, 자식한테 재산을 물려줘도, 자신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범위라고 합니다.
이들은 왜 불안할까요?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 사회, 공동체의 도움이 전혀 없을 것이라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각자 도생의 사회입니다.
4. 이 모든 문제의 배후에 무엇이 있나?
우리는 왜 이런 불안한 사회 속에서 살게 되었을까요?
대한민국은 지금 이중화, 고령화, 민주주의의 상호 제약에 갇혀 있습니다. 그 속에서 무엇 하나를 해결하기에도,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겁니다. 이중화는 세계 공통적인 현상입니다만, 그 나라의 이중화로부터 국가의 정치가 국민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느냐를 보면, 사회가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중화와 양극화 해소는 뒤로 미룬 채, 성장과 안보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외치고 있습니다.
복지논쟁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공공복지지출이 아닌 가족과 노동을 위한 복지 지출을 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과 노동을 위한 투자는 결국에는 경제활동인구를 높이는 선순환을 부르기 때문이지요. 데이터에서도, 공공복지지출을 올렸던 나라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불건전성이 높아진 나라인 것으로. 가족과 노동을 위한 복지를 높인 나라는 북유럽 등지의 성공적인 복지국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같은 복지지출은 무작정 올린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거버넌스를 향상시킨 후에야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건강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얼마의 시간이 남았을까요?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부양률*은 100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지금의 20대가 50대가 되는 시간이고, 그 때에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때이죠. 지금은 이 부양률의 증가세가 완만하지만, 당장 6년이 지나면 베이비부머세대가 은퇴하게 되고, 급격한 증가세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부양률, 부양비 扶養比, dependency ratio 생산가능연령인구(15~64세)에 대한 유년층인구(0~14세)와 노년층인구(65세 이상)의 합의 백분비로 인구의 연령구조를 나타내 주는 지표이다. 출처 : 인적자원관리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