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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도시의 노마드 춤서클 2015 서울무도회 공연 참가
‘도시의 노마드’는 참여연대 느티나무 강좌 <도시의 노마드 춤 워크숍: 강사 최보결>에서 만난 이들의 모임입니다. 강좌 <도시의 노마드>는 2014년 봄 첫 수업을 시작으로 현재 4기 워크숍이 진행 중입니다. 이 글은 지난 9월19일 선유도에서 열린 ‘서울무도회 공연’에 참가한 ‘도시의 노마드’팀의 후기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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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노마드
난 나를 아낄 권리가 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의식 저편에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더 멀리 멀리가 300만년전으로 간다. 남아프리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의 디엔에이가 우리에게 온다. 두 발로 걷고 손을 사용해 도구를 만들어 창조적인 노동을 한다. 산과 들, 바람과 비, 태양과 달 사이에서 조화로운 삶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만들어진 도시의 규율에 마음의 구름은 하루에도 수백번 변하지만 우리는 몸으로 말하는 것이 서툴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서로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 가고 있을 때,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무엇으로 향해 가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난 몇 달 간 도심 속에서 저 깊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다. 깊은 호흡과 함께 몸의 가장 작은 부분이 나를 이끈다. 사소한 성냄으로 시작해 거대한 우주의 기운 속에서 유영한다. 손가락 끝은 생각하고 느낀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질 수도 있다거나 무소유 세상이 가능하다거나 졸렵다거나. 툭 머리가 떨어진다. 중력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눈을 뜬다.
나와 같은 세상들이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일어서며 피어난다. 팔과 다리, 머리와 가슴 그리고 허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우리는 사이사이 작은 틈으로 드나들며 서로의 얼굴과 몸짓을 만나 작은 인사를 한다. 춤을 춘다. 그리고 멈췄을 때 우리는 선유도 원형 무대 위에 서 있다.
신전에서 막 내려온 여신들과 지상의 남성들이 일렬로 서 양 손을 치켜들며 달빛을 부르며 천천히 움직인다. 하나. 둘. 셋. 넷. 천천히 움직이며 한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한 명씩 무리에서 이탈해 자신만의 몸짓으로 하늘과 바람과 저 높은 곳에 있는 달과 이야기한다. 돌고, 팔을 모았다 펴고, 머리를 아래로 내렸다 올리고, 좌우로 몸을 펼치고 움추리는 등의 자유분방한 몸짓들이 달빛 그늘과 어울려 논다.
다시 멈춘 여신들 사이로 세 사내가 다가와 달의 기운을 달라며 청한다. 여신들은 온 힘을 다해 달에게 기원한 뒤 한아름의 빛을 따와 사내와 나눈다. 달의 기운을 모은 사내들은 앞으로 나와 관객과 자연과 세상과 함께 충만한 기운을 만끽한다.
무대 곳곳에서 모인 이들이 원시리듬에 맞춰 살아있는 노동을 한다. 끊임없이 돌거나 땅과 하늘을 이어주거나 자신의 내면을 보듬는 등 각각의 방식으로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다시 흩어져 자신에게 충만한 기운을 폭발시키며 관객에게 자연에게 나눠주고 쓰러진다.
10여분의 도시의 노마드 '달의 아들' 공연이 완성됐다. 그리고 우리는 나를 아끼는 일상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