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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후기] 검찰이 ‘괴물’이 된 이유, 시민이 거리에 나선 이유
검찰이 ‘괴물’이 된 이유, 시민이 거리에 나선 이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김태일 간사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서초동 앞에는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돌이켜보면 3년 전, 박근혜정권을 탄핵하기 위한 촛불광장에서 검찰은 개혁 대상으로 벼랑 끝에 서있었습니다. 우병우 황제소환을 계기로, 수많은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검찰의 위세는 그 어느때보다도 강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과 아카데미느티나무는 검찰개혁에 대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특강 “민주주의, 진정한 검찰개혁의 길을 묻다”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첫 강좌가 10월 8일(화) 저녁 7시에 열렸습니다. 강사로 나선 하태훈 교수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과거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을 공저한 바 있습니다. 이번 강좌에 대한 수강생들의 열기는 매우 높았습니다. 강좌 날이 되자 시작 5분 전부터 수강생들이 거의 다 착석해있었습니다. 강좌를 공동기획한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주은경 원장도 이런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다고 감탄했습니다. 또한 참석자들은 연령과 성별, 직업이 모두 다양했습니다. 자신의 지인들이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로 완전히 양분된 상황에서 검찰개혁에 대해 듣고싶어 참여한 시민도 있었고, 검사가 되기를 목표로 하는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개혁대상’으로 궁지에 몰렸던 검찰이 다시 부활한 이유에 대해, 하태훈 교수는 검찰이 제대로 개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고발장을 남발하여 ‘검찰의 정치화’ ·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등 강력한 권한을 독점한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정치권이 검찰을 해결사로 활용하면서 검찰이 적폐청산의 기수로 부활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형사법으로 가고 있습니다. 가히 형법의 부흥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검찰의 권력이 강해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범죄로 죽는 사람은 하루 1명 꼴입니다. 반면 산업재해로 죽는 사람이 평균 하루 5명, 자살로 죽는 사람이 하루 38~9명 꼴입니다. 그럼 국가는 어디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복지 등 자살 대책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도 국회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범죄 처벌 법만 엄청 만듭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법안 만들 때 다 처벌조항을 넣어주길 원합니다. 그래서 검찰의 권한은 점점 더 세집니다.”
형법을 전공한 하태훈 교수가 형법이 강화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수강생들은 모두 이러한 문제의식에 수긍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수사와 관련하여 검찰 권한의 무서움을 실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검찰에는 조국 장관의 혐의만이 아니라 패스트트랙 수사 등, 정치권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의혹들이 고발되어 있습니다. 사건이 많아질수록, 검찰의 영역이 그만큼 더 많아진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정치권이 검찰의 눈치를 보게 된다면 검찰개혁 입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말미에 하태훈 교수는 검찰개혁의 과제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 특수부 축소, 고등검찰청 축소, 검사장 직선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검사장 직선제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제도로, 검찰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검찰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이 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해진 맥락에 대한 강의가 끝난 후, 수강생들은 조별로 나뉘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테이블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모두 열의가 넘쳐보였습니다. 제가 앉은 테이블에서는 검찰개혁 방안으로써 검사장 직선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함께 테이블에 동석했던 수강생은 검사장을 선거로 뽑으면 지금보다 더 검찰이 정치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교육감 직선제 도입 당시에도 같은 논의가 나왔다며,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의 역사도 생각보다 짧은 만큼 모험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한, 오늘은 검찰이 개혁대상으로 지목된 맥락에 대한 강의였던 만큼 다음 강의에서는 검찰개혁의 구체적 방향에 대한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토론이 끝난후 진행된 질의응답시간에도 검찰개혁의 방향과 대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수강생들은 정치의 사법화를 넘어 사회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다음 강좌 주제로 예정되어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한 기대를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