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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3/27(월) <기본소득, 세상을 살릴 수 있나> / 3강 : 시간의 재분배와 젠더평등
기본소득, 그리고 시간의 재분배와 젠더평등
<기본소득, 세상을 살릴 수 있나>의 마지막 강의에서는 기본소득과 젠더평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기본소득이 불평등 해소, 일자리 분배, 생태적 전환과 더불어 젠더평등에까지 기여할 수 있다니,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정말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젠더 불평등의 경우 오랫동안 문화적으로 쌓인 편견과 갈등 문제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본소득 제공만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금민 소장님도 강의에서 기본소득만으로 젠더평등이 전면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하지는 않으셨다. 다만, 기본소득은 ‘시간의 재분배’를 통해 젠더평등의 초석을 까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기본소득이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공공서비스 확대와 필수적으로 결합되어야만 성별 분업과 재생산 영역에서 젠더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기본소득이 이루어낼 ‘시간의 재분배’를 통한 젠더평등, 금민 소장님의 강의내용을 차근차근 짚어보자면 논의의 최초 출발점은 ‘여성의 이중부담’이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생산을 담당하고, 여성이 재생산을 담당했던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에서 여성은 경제적 전권을 가진 남성에게 예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보편적 생계부양자 모델’, 즉 맞벌이 모델로 변화되었는데 급격한 경제팽창으로 여성의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여성의 이중부담’이 발생한다. 국가의 공공서비스 제공으로 여성 노동력을 시장으로 끌어내긴 했지만, 재생산 노동을 온전히 국가가 부담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여성들은 임금노동과 더불어 돌봄노동을 병행하는 이중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나아가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는 여성의 부담을 격화시키고, 서비스 구매 능력을 기준으로 여성을 계층화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재생산에 대한 여성의 부담이 심각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출산을 꺼릴 수밖에 없고, 이는 인구 감소라는 국가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재생산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맞벌이-맞돌봄 모델’, 즉 남녀 모두 동등하게 일하고 동등하게 양육하는 모델이 필요하며, 이 모델을 위해서는 기본소득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의 단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노동시간 격차로부터 비롯되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동시에, 남성의 시간을 재생산 노동으로 돌릴 객관적 시간 조건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서비스 확충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여성의 재가족화를 막을 수 있다.
기본소득은 무조건적 지급으로 여성의 재생산 노동을 인정, 보상하는 동시에 노동시장의 젠더평등한 작동 – 노동시간 및 임금 격차 해소 – 을 가능하게 한다. 더불어, 기본소득 기반은 노동자로서, 아내로서 협상력을 높여 여성의 권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쟁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 또한 20대 여성이고,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출산, 양육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낀다. 사실 아이를 갖지 않고 커리어를 쌓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아무리 배우자가 많이 돕는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건 한 여성의 인생을 걸고 수많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젠더불평등이 해소될 것 같지는 않지만, 기본소득도 젠더문제를 포함하여 논의되듯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젠더평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다보면 언젠가는 우리 사회의 여성들도 맘편히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희망해본다.
<기본소득, 세상을 살릴 수 있나> 강좌를 마무리하며
시간이 빠르게 흘러 벌써 <기본소득, 세상을 살릴 수 있나> 강좌의 마지막 시간이 지나갔다. 세번의 강좌를 들으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를 다각적으로, 심층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강좌 전반에 걸쳐 ‘기본소득이 좋은 것 같긴 한데 너무 이상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도입되기 어려울 것 같다’ 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기본소득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논거가 주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기본소득 현실 도입 시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한 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몇년 전만해도 기본소득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많은 반대자들의 비판 속에서도 기본소득 논의는 빠른 속도로 많은 이들에게 확산되고 있으며 기본소득의 지지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기본소득 논의는 더욱 구체화된 로드맵을 갖게 될 것이고, 시민들의 도입 요구도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본소득은 신자유주의의 종말과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눈앞에 둔 우리 시대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변화를 기존의 편견이나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수많은 현실문제의 대안으로 고려해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