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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에 던지는 여섯 가지 불편한 질문] 제2강. 일본의 창으로 본 저성장의 미래는
추석연휴를 앞둔 목요일 저녁.
분주함과 설레임을 잠시 내려두고, '저성장 시대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과 대면하기 위해 적지 않은 분들께서 아름드리홀을 찾아주셨습니다.
'저성장 시대에 던지는 여섯 가지 불편한 질문' 두 번째 시간은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님께서 '일본의 창으로 본 저성장의 미래'를 주제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강의내용을 요약하여 강의록을 작성하였습니다.
저성장은 임금, 복지문제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즉, '성장'의 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도 저성장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잠재성장능력에 비하여 실제성장액이 낮은 경우, 노동, 자본, 기술이 남아도는 공급과잉상태로 볼 수 있는데, 일본이 20년 이상 겪어온 이와 같은 장기불황의 구조가 리먼쇼크 이후 미국와 유로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만 공급과잉 및 디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될 전망이어서 장기불황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장기불황 논의의 가장 큰 배경은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경향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화와 IT혁명으로 인한 고용의 악화, 글로벌 금융불안의 만성화 또한 장기불황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구조, 산업구조의 측면에서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고, 약 15년의 격차로 일본의 장기불황추세를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는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지속할 전망이나, 이는 경쟁력이 강화되어서가 아니라 고령화의 영향으로 씀씀이가 적어지고 저축이 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원화강세가 지속된다면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 고용이 악화되고 저성장에 빠질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2010년을 기점으로 한국 제조업 기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장기불황은 복합적 요인에 의해 장기간 진행되었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 주식 등의 버블이 꺼지면서 가격이 급락하였고, 1990년대 중반이 되자 부실기업이 부동산에서 유통 및 제조업으로 확산되었다. 이에 금융기관이 파산위기에 직면하였음에도 일본정부의 낙관적 전망 및 정치논리로 인하여 2000년대에 들어서야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러한 금융경색 극복 후에도 엔고, 제조업 공동화, 저출산, 인구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생산성(TFP) 및 자본의 성장기여도 악화로 잠재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한 점 또한 저성장의 원인으로 꼽힌다.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의 문제를 겪으면서도 다방면의 혁신을 통하여 생산성과 자본의 성장기여도를 유지함으로써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과 그 대처양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일본 장기불황의 특징은 미약한 경기회복과 극심한 경기후퇴가 반복되면서 전반적인 성장잠재력이 하락했다는 것, 성장세 둔화의 결과 공급과잉과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며 이는 또 다른 디플레이션의 원인이 되어 지속적으로 경기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불황을 거치며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고, 분야별 차이는 있으나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환율을 안정시키고 비즈니스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수출 부가가치를 확대시킨 독일의 경우와 대조를 이룬다.
장기불황은 일본 사회에 다방면의 변화를 가져왔다. 장기불황과 함께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가 심화되었고, 소득분배가 악화되어 빈곤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격차사회'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었다. 대기업의 경우 사내실업자를 해고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비정규직화 하였다. 이러한 젊은 층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니트족, Parasite Single, 초식남, 사토리세대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였다. 또한, 장기불황과 함께 빈곤층으로 전락한 이들의 자살이 급증하였으며 부양부담으로 인하여 학대 받는 고령자의 수도 증가하였다.
한편, 장기불황에 따라 정부의 재정도 악화되었는데, 이는 경기부양을 위한 여러 차례의 감세조치로 인하여 세수가 감소하였고 고령화 등에 따른 사회보장비용의 증가로 세출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기득권 및 기존의 상식 등으로 인하여 경직성이 남아있는 재정구조, 정치적 리더쉽의 부재로 인한 정권의 단명화와 혁신의 어려움 등은 앞서 언급한 일본 사회의 변화들과 함께 일본의 생활만족도(행복감)를 하락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성장의 지표인 GDP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가치(건강, 일과 삶의 균형, 인간관계 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시작했고, 행복도 지표를 반영하는 새로운 경제지표의 작성이 시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 또한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게 되면서 현재의 아베노믹스가 등장하였다.
아베노믹스는 이전 정권들의 실패를 반영하여 진행되었다. 우선, 대폭적인 양적완화를 통하여 엔저와 주가상승을 도모하고, 이로써 기업수익을 확대하고 소비심리를 개선함으로써 생산 및 성장을 회복시키는 단기적 성과를 거두었다. 장기적으로는 규제완화 및 신성장사업 육성 등과 같은 조치를 통해 기업투자를 확대시키고 결과적으로 성장을 유도하는 전략을 수립하였다.
또한, '일본 재흥전략 10대 과제'를 제시하였는데, 기업의 버는 힘의 회복, 법인세 인하 및 소비세 확대, 여성활약 촉진, 일하는 방식의 개선, 외국인 인재 활용, 농업의 수출산업화, 의약품 산업 강화 등을 통해 성장전략의 실효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강화하기 위하여 산업경쟁력강화법안을 제정하고 국가전략특구를 통한 규제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세 제고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