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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3강 바람직한 시민상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과학기술 시티즌십을 찾아서] 3강(1/28), 과학기술사회에서 바람직한 시민상
3강은 STS(Science Technology & Society)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STS는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를 말하며, 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도 소개되면서 학계와 시민운동 등에 확산되었습니다.
우리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이번 과학기술 시티즌십 강의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지요?
STS에서는 울리히 벡이 말한 과학기술 위험사회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고 합니다.
이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 불거진 사회학 논의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기술적 합리성이 의도치 않게 위험사회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위험사회에 대한 논의가 특히 우리에게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산업사회에서 부는 불균등하게 배분되는데 위험사회에서 위험은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된다는 점입니다. 위험의 보편성입니다.
인류는 과학기술에 힘입어 진보했으나, 그 결과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두) 사람에게 돌아와 영향을 미치는 재귀적reflecive 근대화가 바로 위험사회라는 거죠.
이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위험 관리를 제도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지난 시간에도 문제점을 짚어보았던 과학기술 전문가의 위험 관리 독점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전문가가 독점한다고 해서 위험이 제대로 통제되는 것은 아니어서, 현대사회는 여전히 기술적 위험과 재난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적 연구들이 등장한 것이지요.
기술관료에 의한 위험 거버넌스(governance: 지배구조, 협치)는 비전문가 일반인을 과학적, 전문적 지식이 결핍된 존재로 보고 이들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인이 위험에 대하여 히스테릭하고 비합리적이며 비이성적으로 반응하리라고 보는 ‘결핍모델’을 낳기도 합니다. “무지한 일반 시민의 참여는 위험을 증폭한다”고 보기 때문에 전문가가 일반 대중을 계몽, 훈육하여 지식을 주입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반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참여적 위험 거버넌스는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과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무엇이 위험인지에 대해서조차 만인이 합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구성성을 중시하는 형태로 거버넌스를 이루는 것인데요. 즉, 전문가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자는 것이죠. 시민은 전문가만큼의 지식이 없으므로 전문가의 판단을 옳고 그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마다 전문가의 신뢰성에 기반해 판단을 내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정부의 태도, 전문가의 신용이 중요해집니다. 그러므로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기제인 셈입니다.
시민참여가 필요한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바로 과학의 불확실성과 시민지식(lay knowledge)의 유용성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눈부신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지식이 무지를 낳는다고 하듯이요. 과학 패러다임의 전환은 종종 완전히 판을 뒤집는 형태로 이루어져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이 거꾸로 바뀌어버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의 과학기술 적용은 사회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시민지식은 이번 강의의 이영희 선생님이 무척 강조하던 부분입니다. 시민지식이란 전문가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삶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식을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지식의 주체인 시민은 종종 이해당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문제 해결에의 동기나 의지가 강력합니다. 에이즈 환자들이 스스로 의학공부와 신약개발 프로토콜 개발에 뛰어들었던 사례를 담은 How to Survive a Plague 다큐멘터리에서 처럼요.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내 아이가 살아갈 터전을 걱정하는 엄마들이 방사능 모니터링을 직접 시도했던 것처럼요.
시민참여의 방법에는 선호취합이나 숙의 등의 여러 모형이 있어, 전문가-일반인의 지적 위계질서를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과학기술 시티즌십 강의에 등록하고 찾아오시는 여러 시민들의 모습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강의도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