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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1강, 토건공화국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 읽기: 과학기술 시티즌십을 찾아서]
1강(1/14), 토건 공화국의 국민에서 생태적 시민으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대형 토건사업의 성찰
우리 삶에서 과학기술은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이중적인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상상에서도 과학기술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고마운 대상이 되면서도, 정작 그 과학기술 때문에 기계에 지배당한다든가 하는 디스토피아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듯이요.
전북대에서 오신 정태석 선생님께서도 과학기술의 양면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실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과학기술이 언제나 양면적인 경험을 가져온다는 것이지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개성적인 외양을 갖게 되는 반면 자원이나 에너지가 소모되고 환경이 오염되는 등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을 단점만 생각하고 배척하거나 장점만 생각하고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시민이 과학기술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알아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게 됩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사회의 복잡화, 전문화가 심화되면 소위 전문가인 기술관료가 정책결정을 주도하고, 그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인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참여율이 낮아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찍이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도구적 합리성’이 사회에 확산되면서 시민의 자기결정권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런 사회현상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토건국가’라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정태석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토건국가는 기술관료 중심의 정책결정이 공고화된 나머지, 중요한 토건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국가가 독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의 토건사업은 국민 전반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토건 자본이나 토건 업계, 그리고 지방토호세력에게 국가재정으로 돈을 벌어다주는 사업들이 되겠지요. 그들의 이익만 극대화되고, 표면적인 자본의 움직임은 많아지니 GDP 등의 양적 지표에서는 국가가 부유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빈부격차만 심화되고요. 요즈음의 우리사회와 많이 닮아보입니다. 특히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나, 각 지방에 우는 아이 달래듯 하나씩 쥐어주는 국제공항들의 예를 들 수 있겠지요. 후자의 경우에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가시적인 토건사업 결과물로만 유권자의 눈을 현혹한다는 점에서 참 걱정스럽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보다 먼저 성장을 이루어냈던 여타 선진국들은 1인당 GDP가 11,000~16,000달러인 시기까지는 건설투자 비중이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는데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두 국가 모두 20,000달러를 훨씬 넘어서도 여전히 건설투자비중이 상당히 높아, 토건국가의 눈 가리고 아웅이 계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긴 저도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하여 참 근대적인 발전모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자연을 인공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근대를 넘어서서 탈근대적인 국가발전모델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고 무마하려고 하던 것들을 모두 토건국가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시민참여 요구와 활발한 여론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기술관료들이 정책결정 과정을 독점하면서 일어난 폐단을 고치는 것은 역시 다시 민주주의의 자기결정 논리로 돌아가는 것일 테니까요. 비록 과학기술사회가 워낙 복잡하고 전문화되었기 때문에 시민으로서는 접근이 힘들지만, 전문가에게 맡겨서 다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전문가들 개개인에게도 이해관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지요.
구체적으로는 아마도 참여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 그리고 진정한 시민참여의 거버넌스를 정태석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강의를 통해서 이들 대안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글 : 자원활동가 최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