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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된 미래- 한국사회 전환을 위한 조건] 제2강, 경제민주화와 좋은 삶 (박종현)
안녕하세요, 느티나무 아카데미 자원활동가 한채란입니다.
"돈벌이 수단은 아니지만 경제적 수단이다”라는 표현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참 의뮨이 많이 생기는 표현이에요. 이 표현을 수긍할 수 있게 된 강의가 바로 지난 수요일에 있었던 박종현 교수님의 ‘경제민주화와 좋은 삶’ 강의였습니다. 저는 요즘 하루 종일 미시경제학 속 아담스미스의 완전경쟁시장에서 살고 있는데요,‘좋은 삶’을 위해 그 시장을 조금 달리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경제 민주화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치권이 선심 쓰듯 내어 놓고 슬쩍 거두어간 공약과도 같이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모호하기만 합니다. 강의는 경제민주화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민주주의’가 정치영역에서의 국민주권을 의미하는 것이듯 경제민주화는 경제영역에서의 대등한, 그리고 평등한 권리를 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교수님께서도 비슷한 정의를 내려 주셨습니다. 국민 모두가 1인 1표의 경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바로 경제민주화겠죠.
사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재벌의 골목상권 장악, 대한민국의 삼성공화국화, 복지 증세 문제 등 현실정치와 현실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경제민주화의 이슈와 함께 논의되는데요. 여기에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대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부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시각일 뿐이다, 경제에 대한 정치적 관점은 형용모순이다, 나아가 의도는 선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라는 반론들이 제기되고 있어요. 이러한 부정적 시각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반박할 근거를 준비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를 지지하는 자세가 아닐까라고 한 수강자 분께서 이야기해주셨어요.
경제민주화의 논의는 시장과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경제학 수업의 시작은 항상 이 분으로부터 시작하죠. 바로 아담 스미스인데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주장하였던 아담스미스와 노벨상 수상자 하이예크는 효율과 자유와 공정의 공간으로서 ‘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경쟁시장은 가장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지불의사/ 수취의사 외의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정한 공간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케인즈는 여기에 반기를 들죠. 시장은 무분별한 욕망을 부추기고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며 사회를 분열시키는 공간이라고 본 것이 바로 케인즈와 폴라니인데요, 이들은 시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치와 사회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보다 나은 경제를 지향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시장’은 이념의 공간으로 귀결됩니다. 시장을 자유방임상태로 두어야 할 것이냐 규제와 개입을 통해 질서를 형성할 것이냐의 문제죠. 경제민주화의 논의는 여기에 새로운 관점 하나를 추가합니다. 바로 사람을 타락시키는 공간으로서 시장입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행복의 개념에 시장의 익명성, 일회성은 부합하지 않죠.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인 ‘좋은 삶’에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존재인 인간이 필요합니다. Willingness to pay와 willingness to accept 의 균형으로 형성되는 시장의 안정성이 좋은 삶의 충분조건일까요?
시장에 대한 위와 같은 관점들을 두루 다루면서 이야기는 다시 경제민주화로 돌아왔습니다. 서양철학에 비추어 경제민주화를 유형화했는데요. 시장원리를 사회 전역에 확대하자는 자유방임주의(Libertarianism) 전통에 따르는 입장, 재산소유 민주주의나 복지국가원리를 주장하는 진보적 자유주의(Liberalism) 전통에 따르는 입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장과 기업을 좋은 ㅏㄻ의 수단이 되도록 하자는 공화주의(republicanism)전통에 따르는 입장이 그것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범국가적 조세네트워크를 통해 재산소유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두 번째 유형으로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노선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바로 세번째 유형인데요. '이윤극대화’를 넘어선 사회적 가치를 시장에 부여하는 것입니다.
경제학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극대화식과 제약식을 도출해내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미적분의 기술적 문제이죠. 즉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어진 제약하에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비용을 극소화하는 노동량을 선택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산출량을 선택하며, 이를 통해 효율적인 가격을 설정하죠. 경제민주화는 왜 우리가 이윤을 극대화해야하는지에 의문을 가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 합리적으로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수단으로서 시장에 가치를 부여하자는 것인데요. 최근 이탈리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시민경제, 공정가격, 도덕경제는 모두 이러한 관점에 기인합니다. 미국의 대중음악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턴은 콘서트 가격을 시중 가격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책정함으로서, 보다 많은 팬들이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티켓을 사간 사람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였고,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관객가 가수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가격이었고 수량이었기에 그는 그 가격을 적정하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브루스에게 노래는 돈벌이 수단은 아니지만 충분히 경제적인 수단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존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여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함게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이면에 많은 사람들은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소외되고 나아가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높은 세율로 과세하여 그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도 일종의 경제민주화 수단이겠지만, 이를 넘어서 기업과 시민이 대등한 존재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마지막 관점은 바로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외침일 것입니다. 강의를 듣는 내내 생각했던 것은 공존의 방법이엇습니다. 아담스미스가 설계하였던 시장은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사회는 아담스미스의 순수성을 넘어섰죠. 대기업은 우월한 자본력과 정보력을 선점하고 있고 기득권층은 정치적, 정책적 수단을 독점하며 공정경쟁을 방해합니다. 이제 시민들이 시민덕성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적정한 가격은 무엇일까, 조금 늦게 성장하더라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할 시점인 것이죠.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반성된 미래, 한국사회 전환을 위한 조건 다음 수업은 복지국가와 증세입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그리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공존을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시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