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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고대편] 1강, 왜 고대의 고전을 읽는가
[고전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고대편] 1강(4/14), 프롤로그. 왜 고대의 고전을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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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유의 계보학 이후 두 달간 쉬고 다시 느티나무다.
학교나 책보다 배우는 게 많은 이곳에 다시 오니 설랜다. 이번 강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관한 철학강의다. 누구나 쉽게 들어봤을 이름들이고, 나에게도 친숙한 이름들이지만 그들의 철학에 대해서 알지는 못했다. 이번 강의를 통해 고대의 철학부터 시작해서 계속 철학공부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듣게 되었다.
오늘 강의의 시작부터 선생님께선 9주 강의에 대해 먼저 사고의 지도를 주시고 끝나는 주에 다시 지도를 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장정일 시인의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이란 시를 읽어주시며 느티나무에 오는 마음이라면서 시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지치고, 힘들고, 어려운 시절 세상이 보기에 민주주의에 민감한, 공동체에 민감한 우리는 변질된 현실을 그냥 살아가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셨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활동했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됐다. 당시 그리스 시대의 국가형태를 말씀해주시며 500인회와 추첨제를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도시를 운영할 사람들은 500인회의 동의를 통해 뛰어난 사람들이 임명됐다. 그 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그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도자기에 이름을 써서 투표해 도시에 해로운 자를 추방하는 제도인 도편추방제는 많이들 알고 있는데 이 제도가 똑똑하고 지혜로운 자들을 경계하는 데 쓰였다는 건 많이 알려져 있지 못한 것 같다. 더 나아가 추방으로 안될 사람들은 죽이기까지 했다.
선생님께선 소크라테스와 페리클레스의 예를 보여주셨다. 당시 아테네는 시민 종교를 통해 시민들 간의 결속력이 엄청났다고 한다. 그런 배경에서 밀레투스는 소크라테스가 새로운 ‘신’을 들여왔다고 모함했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보여주고 있듯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변론을 펼쳤다. 이 변론을 듣고 시민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더 많은 찬성으로 그를 죽였다. 페리클레스는 페르시아와 전쟁을 반대하는 명연설 이후 엄청난 박수를 받았지만 아테네 시민들은 전쟁을 하러 갔고 아테네는 그리스의 패권을 잃고 패망의 길을 걸었다.
이런 사례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민주주의는 황당한 것으로 여겨졌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를 타락한 정치라고 까지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께선 이런 민주주의를 두고 ‘평범한 사람들을 어ᄄᅠᇂ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살펴보자고 하셨다.
이후 선생님께선 철학이 정치의 깊은 곳까지 관여하고 소피스트 철학이 중심이었던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당시는 철학이 도시국가의 결속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고대 아테네는 인류역사상 철학자가 사랑받았던 마지막 시대였던 것이다. 이어 니체의 [그리스 비극 시대의 철학]이란 책을 소개해주시며 플라톤이 철학을 진리를 기다리는 행위로 바꿔버렸다는 설명을 해주셨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사유하는 것으로, 즉 행위로, 여겼는데 그걸 플라톤이 바꿔버렸다는 말이다. 철학을 성찰하는 행위로 여겼던 소크라테스의 사유는 거기서 끝나버린 것이다. 이런 뛰어난 지혜자를 추방도 하지 않고 도시가 죽였던 것이다.
선생님께선 이어서 현대의 민주주의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해주셨다.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시민의 정치 참여가 결여됐다는 ‘도망자 민주주의’. 시민들이 정치에 무지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구경꾼(Spactator)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구경꾼 민주주의’. 운동이 너무 세분화돼서 시민들을 모을 수 있는 힘을 잃었다는 ‘전도된 전체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혐오는 고대 그리스에서 내려왔다고 하셨다. 너무 분화된 사적인 이익들이 아무렇게나 추구되고 이런 수단으로 민주주의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런 현실을 ‘범죄적 민주주의’라 해서 민주주의가 이를 용납함으로 사회가 개인들의 무절제한 이기심을 실현하는 장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말도 붙여주셨다.
당시 그리스의 현실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의미 자체가 퇴색되는 현실에 대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플라톤은 정치영역에, 소크라테스는 생활세계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선생님께선 플라톤이 스승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스승과 다른 길을 걸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앞으로 있을 8주의 강의 동안 플라톤의 작품을 통해 민주주의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하셨다. 하나는 이 때 그들이 겪었던 문제가 지금도 이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대 아테네 이후 민주주의가 있던 때가 없었다는 것이다.(18세기가 되어서 비로소 시작됐지만 근대화의 과정) 이렇게 고전을 통해 현실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들을 듣고 고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지금 시대와 관련해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읽을 수 있는 동기를 얻은 것 같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1962∼)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나무 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 됫박 녹말이 되어
나뭇가지 흔드는 어깻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 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 하며
스물두 살 앞에 쌓인 술병 먼 길 돌아서 가고
공장들과 공장들 숱한 대장간과 국경의 거미줄로부터
그대 걸어 나와 서로의 팔목 야윈 슬픔 잡아준다면
좋을 것이다 그제서야 조금씩 시간의 얼레도 풀어져
초록의 대지는 저녁 타는 그림으로 어둑하고
형제들은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 벨 것인데
한 켠에서 되게 낮잠 자버린 사람들이 나지막이 노래 불러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눈물을 흘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