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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민 정치학교Ⅱ] 4강, 지역 생활정치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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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내 편을 만드는가?" "어떻게 갈등이 조직적으로 토론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는 모두 정치에 대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 둘이 가진 함의는 조금 다르다. 이는 이 질문을 던진 사람들 또한 각각 다른 분야의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분은 과천시의회에서 의장을 맡고 있는 황순식 의원님이었다. 의원님은 자신이 소속된 조직을 기반으로 선거를 통해 의장이라는 지위를 얻으신 분이다. 과천시라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를 하려면 자신과 맞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만나고 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원님은 시민들이 활동하는 향우회, 종교단체, 여성단체, 생협, 보훈단체 등의 지역 조직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시면서 이들과 관련된 본인의 개인적 경험들을 말씀해주셨다. 시민들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취미나 행사를 통한 즐거움을, 일자리나 사업에 도움이 되는 이익을, 만족감이나 사회적 의미 등의 명예를, 학습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자기발전 등을 위해 지역 활동을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런 단체들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친목을 쌓기 때문에 풀뿌리 정치운동을 하면서 지역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 지지를 얻는 데 중요한 기반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민중의집과 의료협동조합 등을 조직하는 등의 시민활동을 하고 계시는 정경섭 선생님이 던지신 질문이었다. ‘민중의 집’은 100년여 전부터 유럽 국가들에서 진보 지역 정치의 아지트가 되어온 공간이다. 1층에는 대화와 정치적 토론을 할 수 있는 술집이, 2층에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강의실과 세미나실이, 그 위층들에는 지역 단체들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인데, 이런 공간이 만들어주는 네트워크를 통해 노동자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연대를 다질 수 있었다고 한다. 민중의 집은 ‘잔돈의 집’이라고 불릴 만큼 노동자들의 푼돈을 모아 설립된 자립적 기관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나갈 수 있다. 선생님은 한국에서 유럽의 진보정당·협동조합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었지만 그것을 이끌어내었던 진보주의자들의 ‘일상사’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민중의 집이 복지제도, 노동자의 권리 확보 등의 변화를 위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소개하셨던 ‘중·고령 여성 노동자를 위한 컴퓨터 교실’의 사례가 가장 인상 깊었다. 정부기관이나 학원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교실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아주머니들이 이 프로그램에는 참가 인원도 많았고 참여도와 출석율도 높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그 이유 중 하나를 ‘중·고령 여성 노동자’라고 호명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또한 몇 년 동안 지난한 회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출범하는 마포의료생협과 당사자들의 필요에 의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동생(우리동물생협)의 사례를 대조해서 이야기해주시면서 뜻을 같이해 모인 사람들끼리라도 의사를 조율하고 일을 진행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설명하셨다. 사 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에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판타지일 뿐, 정말 중요한 질문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들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토론되어 더 나은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에 대한 도전의 전제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강조하셨다.
△(좌) 황순식 과천시의회 의장 / (우) 정경섭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영화 자신의 삶을 바쳐 활동하고, 변화를 강하게 믿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나까지도 그런 열정에 전염이 된 것 같다. 이 날 강의를 듣고 나서는 더욱 그랬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하는 시간에 한 분이 두 분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었는지에 대해 물어보셨다. 황순식 의원님은 노동당에서 당원활동을 하다가 선배의 권유와 도움으로 출마하셨다고 한다. 정경섭 선생님은 젊은 시절 바로 대학에 가지 않고 알바를 전전하다가 28세에 대학에서 사진을 배우고 그 이후 당원으로서의 활동을 하다가 이런 협동조합 운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받아 유럽의 민중의 집들을 방문했던 선생님의 모험담(?!)을 들으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머리로 계산을 하기 이전에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이 참 활동가답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두 분의 활동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하면서 응원하게 될 것 같다. 그 분은 나에게 강의를 하셨지만 한 명의 지지자를 얻은 셈이기도 하다.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학생으로서 이날의 강의는 앞으로도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좋은 선생님 두 분을 만났던 경험인 것 같다. 다음주에 ‘대항공간’을 주제로 수업에서 발표를 하는데, 정경섭 선생님께서 쓰신 <민중의 집>을 꼭 읽어봐야겠다. 이래저래 소득이 많은 날이다. 글 : 자원활동가 전미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