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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4강 - 오르한 파묵<이스탄불> (4/25)
“여러분, 서울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있나요?”
오르한 파묵의 책으로 총 3강을 맡아주신 이난아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였다.
이스탄불은 오르한 파묵이란 작가를 만든 곳입니다.
오르한 파묵이 만약 이스탄불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과 같은 소설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일찍이 발터 벤야민은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에서 도시와 문학에 대한 관계를 연구했었죠. 그만큼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는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공간입니다. 나보코프, 네이폴 같은 이민 작가들도 이렇게 말했지요.
“내가 창조적 정체성을 유배 혹은 이주에서 얻었던 것처럼, 내가 항상 같은 집, 거리, 풍경 그리고 도시에 매어산 다는 것이 나를 나타낸다.“ 그처럼 이스탄불도 오르한 파묵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도시입니다.
현재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이지만 이것은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선포되면서부터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는 이스탄불은 동방 그리스도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정치, 문화,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던 도시였다.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이 현재의 이스탄불인 것이다. 그처럼 이스탄불에는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문화유산들이 많다.
일례로 이스탄불에 있는 술탄 아흐멧 자미라는 사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곳은 오스만 제국 14대 술탄 아흐멧 1세가 1616년 준공한 사원으로 블루 모스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곳은 이슬람의 자존심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오르한 파묵은 과거 문화, 정치, 종교의 중심지로 찬란했던 이스탄불이 지금은 세계의 변방으로 밀려난 것을 자각했다. 부유하게 자랐던 그에게도 외곽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글쓰기란 그 깊숙한 비애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닮아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을 가지고 언젠가는 자신의 글이 읽히리라는 신념으로 꾸준히 글을 썼다.
그는 터키에도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것이 서양 문명 중심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 문제의식은 역시 그의 작품에 오롯이 녹아있다.
“여러분 오르한 파묵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스탄불을 먼저 읽으세요.”
이난아 선생님은 이스탄불을 먼저 읽으면 오르한 파묵에 대해 이해가 빨라진다며 일독을 권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정말 치밀하게 탐구하는 작가였어요.
서울은 여러분께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서울하면 생각나는 작가가 있나요?” 수강생 한 분이 말씀하셨다.
“외국에서 온 제 친구는 서울 사람들이 항상 짐을 싸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대요. 집값이 오르면 바로 떠날 사람들처럼. 마치 뿌리 뽑힌 사람들처럼”
질의 응답 시간에 계속되었던 논의들은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서, 서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앞서 얘기했던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제기되었다는 도시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글 : 자원활동가 최혜진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