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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착한 경제학 1강 : 시장은 불패의 신화인가
7월 5일부터 여름학기 강좌로 [정태인의 착한 경제학]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연구(진화심리학)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라는 프리즘으로 경제학과 현실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1강의 정리후기는 자원활동가 박우용(웅진지식하우스 에디터)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1강 시장은 불패의 신화인가
:시장경제의 원리와 한계, 시장의 효율성과 시장실패
경제학은 인간과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예를 들어, 완전한 인간과 완전한 시장을 상정하는 사무엘슨(Samuelson)과 애로(Arrow)류의 경제학이 있고, 인간은 완전하지만 시장은 불완전한 것으로 보는 제도 경제학이나 정보 경제학이 있으며, 인간도 시장도 모두 불완전한 것으로 보는 ‘행동 경제학’이 있다. 우리가 <착한 경제학>에서 궁극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분야는 바로 ‘행동 경제학’이다(이에 대한 훌륭한 참고 도서로 최정규의 ≪이타적 인간의 출현(뿌리와 이파리)≫을 추천한다).
인간은 과연 이기적인 동물인가, 만약 그렇다면 언제, 왜 서로 협력할까, 라는 문제는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다윈주의, 심리학, 실험 경제학 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탐구는 계속 있어 왔다.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는 언뜻 보면 간단한 문제인 것으로 보이지만, 위와 같은 의문들과 맞물리는 굉장히 심도 있는 문제이다.
경제학에서 가장 유명한 그래프는 바로 ‘수요-공급 그래프’이다. 수요량(D)과 공급량(S)의 접점인 ‘균형 가격’은 이윤 극대화와 효용 극대화가 만나는 최적의 지점으로 상정된다. 그리고 이렇게 효율적인 지점을 찾아 가는 기제를 흔히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부른다.
허나 우리에게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경제학자 스티글리츠(Stiglitz)는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다(없다)’라는 말로 이런 기제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사실 애덤 스미스의 고전 경제학은 ‘왕권’이 아닌 ‘다수의 이기심’을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본,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생각으로, 그 밑바탕에는 계몽주의가 깔려 있다. 허나, ‘보이지 않는 손’을 상정하는 고전 경제학의 허구성은 여러 가지 이론으로 비판받아 왔다.
* 옆의 <시장으로 가는 길>은 정태인 선생님이 스티글리츠의 책 중
번역이 가장 훌륭한 책으로 소개해주신 책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장 실패 이론’이다. 그 내용은 1)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재(Public goods)의 존재와, 2) 과소 생산되는 ‘외부 선’과 과잉 생산 되는 ‘외부 악’으로 나뉘는 ‘외부성(Externality)’ 효과, 3) 경쟁 시장의 질서가 왜곡되는 독점 현상과 4-1) 필요성이 아니라 ‘가격’에 의해 재화가 배분되는 시장에서 가격의 다양화가 소비자 몫을 기업 몫으로 만드는 현상, 4-2) 가격의 유동성을 허락하지 않는 상품의 존재, 5) 정보의 비대칭 현상(정보 경제학의 연구 분야이다) 등으로 뒷받침될 수 있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1) 공공재의 특징은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다. 비경합성 때문에 ‘무임 승차’가 발생하며, 비배제성 때문에 ‘공공재를 위해 돈을 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별되지 않는다. 강사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공공재 중 하나는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는 양의 외부성을 발생시키지만, 이기적 인간은 굳이 추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방송도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그런데 공공재를 공공재 아닌 것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이 ‘비배제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료 CATV에 가입한 사람만 볼 수 있는 방송이라던지, 도로 진입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톨게이트의 존재, 수도 꼭지에 달아 놓는 (그리고 공급자가 언제든 수도 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계량기 등이 이런 경우이다. 지금 종편의 허가 등 방송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2) 외부성은 ‘시장을 거치지 않는’ 특징을 가지며, 외부 선과 외부 악으로 나뉜다. 외부 선의 대표적인 예는 ‘지식(예를 들어, 수학 공식 등)’이다. 이는 한 번 공개되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과소 생산’될 수밖에 없다. 외부 악의 대표적인 예는 ‘공해’이다. 이는 시장에서 ‘과잉 생산’되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두 가지 대표적인 해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피구 해법이다. 이는 보조금과 벌금 등을 통해 외부성을 바로잡는 것이다. 또 하나는 코즈 정리이다. 이는 시장 구성원 간의 ‘차액’ 거래를 통해 이 현상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는 외부성이 발생해도 국가의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근거로 사용되며, 시카고 학파 등이 그들 이론의 주요 토대로 삼았다. 코즈 정리에 따르면 예를 들어 ‘공해’는, ‘배출권 거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피구 해법에 따르면 ‘탄소세’를 부과해여 할 것이다).
3) 독점은 대표적인 시장 실패 사례로,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TV, 자동차 등은 모두 대표적인 독점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독점에는 ‘자연 독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생산량이 크면 클수록 생산 비용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분야의 경우 무조건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이득이다. 예를 들면 ‘네트워크 산업’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전기, 철도, 가스, 우편 등의 산업은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의 경우 이득이 나기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산업의 경우 보통 공기업이 공공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으며 ‘교차 보조’를 통해 인구 밀도가 높고 낮은 곳의 격차를 바로잡는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매각 같은 경우, 사실은 부자 감세로 생긴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작업으로,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미 FTA까지 발효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재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공 서비스의 위와 같은 특징 때문이다.
4) 강사가 가장 큰 ‘시장 실패’로 보는 것은 ‘가격’이 지배적인 수치가 되면서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I) 시장은 ‘필요성’에 의해 재화를 배분하지 않고 ‘가격’에 의해 재화를 배분한다. 때문에 능력이 없더라도 재화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재화가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다. 제다가 가격을 다양하게 정함으로써 소비자의 몫이 기업의 몫으로 이전하기도 한다. II) 게다가 어떤 재화는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이 ‘치명적’일 수 있다. ‘시행착오’를 허용하지 않는 필수적인 재화(식량, 약)의 경우, 가격의 변동성이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가할 수 있다.
5) 정보 경제학은 시장에서의 ‘정보’ 문제를 고전 경제학이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애컬로프(Akerlof)의 ‘레몬 시장’ 이론이 대표적이다. 이는 재화의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정보 비대칭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을 잘 보여 준다.
게다가 ‘이기적인 인간’을 상정하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은 ‘최후 통첩 게임’과 ‘독재자 게임’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고전 경제학은 ‘타인 배려’와 ‘손해를 보더라도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때는 응징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던 스티글리츠는 시장은 ‘유사 외부성’에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금융 위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고전 경제학도 ‘국가 사회주의’도 ‘정보’의 복잡한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