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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후기] 기후정의와 배출제로(한재각)
2강은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연상되는 키워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녹고 있는 빙하', '북극곰' 등 우리가 그동안 많이 접했기에 조금은 익숙한 이미지들이 떠올랐는데요. "그렇다면, 여러분. 혹시 아는 북극곰이 있나요?"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님께서 그 다음으로 던지신 질문이었습니다. '기후위기'를 우리 일상과 조금 더 가까운 관계 안에서 이야기할 수 없을까,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신 것이었습니다. 오늘 강의는 기후위기가 실제로 우리 삶에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국 전 외무부 장관인 마거릿 배킷은 기후변화의 충격이 "환경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안보 문제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말입니다. 미국 국무부 장관인 존 케리 역시 오늘날의 난민사태를 극단주의가 아닌 기후위기로 인한 생존 문제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바로 '환경난민'입니다. 호주와 미국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서는 분쟁의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기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국가에서 기후위기를 중요한 안보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파리 기후협약'의 주요 내용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본 협약의 주요 목표는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각 나라가 각자 감축 목표를 제출하도록 하였더니 그 총합이 겨우 "3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1.5도" 인데 전 세계의 의지는 "3도"라는 것이지요. 더 과감한 목표가 필요합니다. 이후 IPCC에서는 '1.5도 특별보고서'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순 제로(net-zero) 배출 달성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0%, 전력 생산의 70~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합니다. 과연, 세계는 목표달성이 가능할까요?
작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프랑스 국민의회 연설에서 "지금처럼 배출한다면 남아있는 420기가 톤의 탄소예산이 대략 8년 반 안에 사라질 것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탄소예산'은 전 세계가 설정한 목표(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를 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입니다. 어린 소녀도 이해하고 있던 이 개념을 우리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었다니 개인적으로는 너무 부끄러운 순간이었지요. 2011년까지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였습니다. (1870년부터 2011년까지 누적 이산화탄소상당량: 1,890) 우리에겐 이제 1,000 이산화탄소상당량만 배출 가능합니다. 현재 우리가 배출하고 있는 양을 고려했을 때, 겨우 "8년"이 남은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파리 기후협약 이전에 있었던 '교통의정서'에서는 선진국들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었습니다. 개발도상국에는 어느정도 개발권을 인정해주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파리 기후협약에서는 보다 '공동의 책임'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당사국 모두가 감축의무를 지닌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2009년을 기준으로 '연간 배출량'을비교했을 때에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배출 1위입니다. 하지만 1751년부터 '누적 배출량'을 추적해본다면 미국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합니다. 배출량도 중국의 2배 정도인데요. (미국: 399.38 billion ton / 중국: 200.14 billion ton)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1인당 배출량'을 살펴보겠습니다. 역시 미국이 1위, 그 다음 캐나다, 러시아, 영국, 프랑스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후부정의(Climate Injustice)' 입니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선진국들이 오래 전부터 개발을 위해 그렇게 많은 양의 탄소 배출을 해왔으면서 '인류 공동의 위기'라는 점을 내세워 그 책임을 모두에게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재각 소장님께서는 "어떤 테이블에서는 2만원짜리 식사를 하고, 어떤 테이블에서는 3천원짜리 식사를 했는데 계산할 때에는 n분의 1로 하자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셨습니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에 더욱 취약한 국가들도 개발도상국들입니다. 이런 논의들로 비롯된 대안이 '축소-수렴 모형'입니다. 전 세계 배출량을 전체적으로 감소하면서 동시에 국가별 배출량의 차이도 감소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배출량이 많은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욱 많은 양을 줄이게 되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일상으로 보다 가깝게 돌아와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봅니다. 먼저, 영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는 벌써 '국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는 기후위기를 맞이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순 배출 제로를 위한 입법 혹은 입법예고를 선언한 국가들이 있습니다. 수리남 공화국과 부탄을 비롯하여 많은 유럽 국가들과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입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채굴을 중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새로운 화석연료 채굴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현재 채굴 중에 있는 양만 사용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목표달성을 실패하고 마는 것입니다. 석탄발전소 폐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냐고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고민과 발전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배출량 감소를 위해 재생에너지 산업에 더 많이 투자하면서 노동시장의 경제까지 확대하는 '그린뉴딜' 정책과 기존 중공업분야 종사자들이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할 때 관련 생계지원과 필요한 교육 등을 지원하는 '정의로운 전환'까지 등장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강의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룹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도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영국과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비교할 때, 영국은 배출량을 계속 감소시키고 한국은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2016년쯤 교차점을 기준으로 두 나라가 뒤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누적 배출량은 영국이 많습니다. 다만 연간 배출량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지요.) 안타깝지만 한국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보면 파리 기후협약은 물론 다른 나라 추세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에 2019년 8월, 전국 330개 단체들과 여러 시민들이 모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하였습니다. 9월 21일에는 3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전국에서 6,500명이 거리에 모여서 집회에 행진을 가졌습니다. 3대 對정부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비상선언을 실시하라. 2) 배출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라. 3)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기구를 구성하라.
이 외 전 세계에서는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많은 청소년들의 외침과 행동(예: 등교거부), 영국의 멸종저항시위(Extinction Rebellion), 독일 토지의종말(Ende Gelande!) 등 다양한 모습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만해도 그레타 툰베리의 영상이 여기저기에서 보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조금씩이지만 전 세계는 공동의 목소리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는 더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세상은 사람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 만든 곳이니깐요.
참,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직 전기 혹은 수소자동차 가격이 내연 자동차보다 비싸다는 점과 관련하여 한재각 소장님께서는 내연자동차에 환경부채(사회적 비용)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탄소배출량이 그만큼 많은 산업(예: 내연자동차, 석탄발전소 등)에서 기준 배출량 이상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동시에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성 : 정다람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