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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기자의 시민칼럼리스트 되기] 이야기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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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었다.
하루에도 수십 장씩 작성하고 읽어 내려가는 보고서가 아니다.
뻔한 주제로 결말을 짓는 사업 홍보물도 아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정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로 쓰고 싶었다.
느티나무아카데미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수업을 찾았다.
썸네일이 조금 특별해 보였을까?
아니면 ‘시민칼럼 리스트 되기’라는 말이 좋았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요즘 대세인 박상규 기자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수강신청을 마친 상태였다.
< 요즘의 대세(?)인 박상규 기자는 츄리닝을 입고 강의를 했다. 전날 바쁜 일정으로 집에 들리지 못하고 바로 강의장으로 왔다고... ⓒ참여연대 >
마음이 아득했다.
주말도 아닌 평일에 수업을 6주 동안이나 참여하겠다니 야근을 밥 먹도록 하는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래도 막상 저질러 놓고 나니 걱정과 후회보다는 기대감이 손톱만큼 더 컸던 것 같다. 마음 한 구석에서 조그마한 흥분에 가슴이 뛰었다.
살짝 긴장한 마음으로 첫 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의 강사인 박상규 기자님은 첫 수업시간에 엄청난 자기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날 대부분의 시간은 강사의 어린 시절 가족이야기와 양진호 특종 이후의 현재 모습을 이야기 하는데 사용됐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는지 이야기가 나올까 싶은 시점에 별안간 숙제가 주어지며 수업이 끝났다. 뭐지? 나 제대로 온 것 맞아?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 인생의 음식을 주제로 한 첫 숙제부터 시작해서 6주간 다섯 편의 글을 써내려갔다. 엉성한 마무리로 결말을 짓지 못한 처음과 달리 점점 글을 쓰다 보니 어떤 형태로 글을 써내려가야 하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각자가 준비해간 글을 수강생들이 함께 읽으며 소감을 나누는 합평회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솔직한 비평들이 오갔다. 이러한 평가와 조언들은 점차 수강생들을 칼럼가의 길로 한 발짝 들어서게 만들었다.
직접 글을 써보니 왜 강사가 첫 수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털어놨는지 알게 됐다. 살아있고 생명력 있는 글의 주제는 결국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찾아야 했던 것이다. 이런 글은 평범한 우리를 신문지 칼럼속의 김훈과 고공 크레인 위에 올라선 김진숙처럼 만들었다. 누구나 각자의 인생에서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 들이 있었고,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서 이것을 글로 엮어 내려갔다.
‘아랑촌’이라는 망해버린 식당을 찾아가는 여정,
졸업생에게 ‘장관부인이 되라’는 말을 덕담이라고 건 낸 교장선생님 이야기,
의뢰인과의 아쉬운 만남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을 찾은 기자님,
그리고 내가 만난 학대받는 아이들과 그 밖에 많은 이야기가 전부
수강생 각자에게 추억이고, 삶이 깃든 것이었다.
주제를 생각하고 표현하며 내면을 치유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강사는 수강생들에게서 그런 주제를 뽑아내는데 능숙한 재주를 가졌다.
<종강 후 뒤풀이. 역시 글도 좋고 술도 좋다. ⓒ 참여연대>
그렇기 때문에 이 수업은 단연 최고다!
이제 수업은 끝났지만 한동안 잊히지 않고 이 시간들을 그리워 할 것 같다.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뒤풀이와 막걸리를…….
<뒤풀이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 ⓒ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