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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기쁨과 몰입의 순간 - 박미영
<그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얹어지면, 그림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참여연대>
지난 학기 미술학교 풍경페인팅 뒤풀이 자리였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다음 학기에는 30호 인물페인팅을 그려보자 제안하셨다.
30호라니, 홀리듯이 수강 신청을 하고 막상 캔버스 앞에 앉으니 잔잔한 후회가 밀려왔다.
여기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그려야 하나. 완성이 가능하긴 한 건가.
커다란 캔버스를 들고 다닐 번거로움이 싫어 아예 참여연대에 캔버스를 맡겨 두었다.
개근만이 그림의 완성을 가져올 터였다. 수업이 끝나고 생애 첫 대작은 완성을 맞긴했다.
(물감이 덜 발린 부분이 혼자 맘에 걸려서 전시 철수 후에 다시 손 봐야하나 싶다.)
금요일 밤 피곤이 덕지 덕지 묻은 상태로 수업에 갔다 한밤중에 돌아올 때면 괜히 설레었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쁨, 캔버스에 차근 차근 물감을 발라가며 채워가는 과정의 대견함,
선명한 아크릴 물감의 여러 빛깔들에 취했던 거라고 짐작한다.
중간 중간 작업 진행이 어려워 머리를 쥐어뜯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역시 선생님과 그림 친구들에게 물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강좌가 끝나갈 무렵엔 그림을 매만지는 그 시간이 일주일에 한번 씩 맞는 기쁨과 몰입의 순간이 되었다.
<몰입x100. 카메라를 의식하고 포즈를 잡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참여연대>
인물 페인팅이라면 자화상을 그릴 것이라고 처음부터 마음먹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리하고, 작은 스케치로 그림을 계획하고, 캔버스에 옮기고, 페인팅하는 그 모든 과정들이 다 소중했다.
페인팅을 할 무렵에는 왠지 모르게 마음에 힘이 생기는 것도 같았다.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의 가라앉음이 마음을 편안케 했고, 내 세상을 색칠해나가며 나를 둘러싼 것들이 새삼 아름답다고 느꼈다.
아름답게 표현하고(살고) 싶기도 했다.
그림 안 그리고 집에서 쉬었으면 테레비나 봤겠지. 이런 마음이 생겼을 리가 없다.
전시회 때 그림 친구들의 그림 소개를 들으며, 지난 몇 달 동안 우리가 꾸준히 만나며 묵묵히 그림만 그려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림 하나 하나에 이야기가 얹어지며 그림과 그림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새롭게 솟는다.
크고 작은 그림 하나 하나를 들여다 보며 그 자체의 예쁨을 발견하고, 그린 사람 하나 하나를 듣고 들여다보면서 예쁜 구석을 발견하고 빙긋이 웃는다.
이런 걸 알아가느라고 그림을 그린다.
by 박미영
미술학교 인물페인팅前 작품보기(슬라이드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