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혁명과 전쟁의 20세기 후반기 세계문학-세 번째 강연 [북베트남 작가가 본 베트남 전쟁의 실상]소감문
혁명과 전쟁의 20세기 후반기 세계문학 세번째 강연의 주제는 ‘북베트남 작가가 본 베트남 전쟁의 실상’이었다. 1960년 중후반부터 1975년까지 있었던 베트남전쟁에 직접 참전한 바오 닌이라는 작가가 쓴 [전쟁의 슬픔]을 선정도서로 삼아 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연을 대비하여 소설을 읽었었는데, 끊임없이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는 전쟁 속에서 개인들이 얼마나 비인간화되고, 참담한 삶을 겪는지 또한, 그러한 전쟁의 경험이 종전이 된 후에도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남지는 지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힘든 서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저자가 직접 겪은 전쟁의 경험들은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독자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있다거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러한 성격의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강연 자료를 통해 본 바오 닌이라는 사람의 약력은 다음과 같았다. 그는 1952년 베트남 중부지역 태생으로써, 54년에는 하노이로 이사를 갔다. 이후 60년대를 지나며 베트남의 정세가 전쟁으로 치닫자 그는 1969년에 17세의 나이로 베트남 인민군에 자원입대한다. 투입된 전선에서 동료들이 무수히 희생되는 바람에 5개월 만에 하사로 진급하여 13명으로 편성된 소대를 지휘하며 무수한 전투에 참여한다. 그의 전쟁은 75년 사이공 진공작전에서 비로소 마무리 되는데, 그 작전에서 그를 포함하여 단 2명의 부대원만이 살아남게 된다. 전쟁이후 그는 전사자 유해발굴단에서 8개월간 활동하였으며, 대학에도 진학하고 결혼도 하면서 본래의 삶으로 돌아오는 듯하지만, 그는 전쟁의 경험을 글로 써내려가고자 1984년 응우옌 주 창작학교에 입학한다. 특히 소설 속에서 10년 전쟁의 경험이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파탄에 이르게 했으며,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과거 전쟁의 기억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는지, 그래서 자신이 왜 그러한 기억들을 글로 써내려가는 작가라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과정들이 아주 상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전쟁의 슬픔]이라는 소설은 1991년에 [사랑의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간된다. 출간 당시 검열로 인해서 제목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2년에 베트남 작가협회로부터 최고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와 큰 갈등이 있었다. 정부입장에서는 미국에 대한 승리의 전쟁이었던 베트남 전쟁을 바오 닌이 [전쟁의 슬픔]에서 비통하고 참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것을 곱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작품성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도 인정받게 되어 결국 [전쟁의 슬픔]이라는 원제목을 되찾게 된다.
그와 그의 소설에 대한 간단한 약력을 살펴보고 난 후, 전반적인 강연의 흐름은 다양한 사진자료를 함께 살펴보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바오 닌은 비교적 최근인 2017년 9월 5일에 [뉴욕타임즈]에 “내가 미국인들을 처음 만났을 때”라는 기고문을 낸다. 그가 인생 최초로 미국인을 만났을 때는 베트남 전쟁 중에 급습해야할 초소의 적군으로서 만났었는데, 전쟁이 끝난 한참 후 미국에 직접 가보니, 미국인들도 베트남인들과 똑같은 삶을 영위하는 선량한 사람들이었다는 감회를 전달하는 내용이다. 즉 전쟁 중에는 서로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지만, 실제로 우리나 그들이나 똑같은 인간성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베트남 전쟁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시각자료는 폭격과 관련한 이미지들이다. 미국은 당시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많은 폭격과 고엽제 살포를 주된 방법으로 이용해왔고, 이것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강연에서 제시하는 토론거리는 크게 4가지 주제로 제시되었다. 첫째는 도저히 글로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이야기였다. 소설의 다양한 부분에서 전쟁의 참혹한 이야기들은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드러났다. 둘째는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들에 주목해보는 것이었다. 전투를 수행하는 병사는 주로 남성이 대다수였지만, 여성들 또한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전쟁이 개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은 큰 틀에서는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부분 또한 있었다. 셋째는 소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인 프엉과 끼엔의 사랑이야기였다. 그들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연인이었으며, 전쟁이 발발하면서 약 10년의 시간동안 서로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게 되고, 전쟁이 끝난 후 뜻밖에 재회하게 되지만, 10년이라는 전쟁의 세월이 그들의 삶에 새긴 상처들은 결국 전쟁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넷째는 거듭 묘사되는 전쟁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처럼 전쟁이 흔치 않은 오늘날 사회에서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실제와 다를 수 있는데, 바오 닌은 소설을 통해서 자신이 직접 체험한 전쟁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것은 끝없는 비통함과 한이 가득한 이야기이며, 게임이나 미디어에 등장하는 전쟁에 대한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바오 닌은 소설 속에서 기존에 우리에게 익숙한 전쟁의 서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가에 대한 충성, 공동체를 위한 숭고한 희생, 아군을 지키고 적군을 섬멸하는 그러한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에 주목하지 않는다. 단지 그는 그러한 일체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동떨어진 채로 전쟁을 수행하는 매 순간순간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인간성을 말살하는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