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정치철학으로 읽는 그리스 비극 2] 제 1회 니체의 <비극의 탄생> 강의 후기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필자는 철학과 관련이 없는 전공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부끄럽지만 철학 및 정치에 무지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이에 따라 잘못 기재된 내용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리스 비극', 생소하기만 했던 영역에 다가서다
철학에 대해 얕은 관심만 있을 뿐, 배울 시간도 방법도 내지 못했던 대학생으로서 사실 강의를 수강하는 것부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강의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김만권 교수님이 그렇게 유명하시고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자자하다는 소문을 듣고 신청을 해 듣게 되었다.
내 예상보다 젊으신 교수님께서는 재미있는 농담과 곁들여 강의를 시작하셨다. 강의 주제와 맞물리는 일상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시다가, 자연스럽게 이번 강의 주제인 <비극의 탄생>을 저술한 '니체'라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셨다.
# 니체는 누구?
내가 들은 니체에 대한 정보를 한 마디로 종합하자면, 그는 '개인은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그에 따른 고통을 끊임없이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을 중시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정 종교나 이상을 맹신하며 내세, 혹은 미래에 중점을 두어 살곤 한다. 하지만, 니체는 그것들을 너머 현재, 지금에 가장 강점을 둘 것을 권한다. 다시 말해, 그는 종교나 이상 등의 '진리'만을 추구하는 것은 곧 현세의 삶을 외면하는 것이므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사상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계보학'이라는 그의 방법론이었다. 계보학이란 '당연히 믿고 있는 진실 이면의 이야기를 연구하는 학문'인데, 그 내용보다는 교수님께서 계보학을 설명하기 위해 들어주신 예시가 인상적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콜럼버스라고 답한다. 그러나 계보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럼 아시아 대륙 발견은?"
계보학을 통해 당연히 믿고 있는 진실(신대륙은 서양인 중 한 명이 발견했다) 아래 깔린 서구중심적 사고가 드러났던 순간이었다. 애초에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없다고 계보학은 알려주고 있다, 그곳에서 수천만년 전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결코 발견이 아니니까.
# 비극이란? 비극이 필요한 이유와 그 기능
그렇다면 비극은 무엇이고, 비극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비극은 그리스 연극의 한 갈래로, 우리가 흔히 아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주제로 한 연극 갈래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비극이라는 감정이나 상황이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어난 일이나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구체화하여 말씀해 주셨다.
니체의 사고에 입각했을 때, 그 살기 좋았던 그리스 시대에서 오히려 비극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비극이 필요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힘든(비극적인) 상황에서 '그리스 비극'은 삶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긍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보통 우리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때문이다.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이상) 돈을 적게 벌어서(현실) 괴롭다. 즉, '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라는 이상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지 않아 부족함을 느끼고, 그러한 부족함이 괴로운 마음을 만들어낸다.
이럴 때 쇼펜하우어라는 학자는 사람들에게 체념하라고 한다.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는데, 한 개인의 '의지'가 결국 늘 그 개인을 '무언가가 부족한 상태'로 놓기 때문이다.하지만 니체가 말하는 비극은 다르다. 니체는 애초부터 그러한 이상에 대해 관심 갖지 말 것을 당부함으로써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길 틈을 없앤다. 그리고 현세 안의 존재에서 삶을 긍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삶의 기준과 판단의 초점은 현재이고, 그 현재를 긍정하는 것이 니체의 핵심이다. 앞의 예시로 니체의 생각을 표현하자면 돈을 벌 수 있고, 돈을 더 벌 가능성이 있는 현재에 집중하며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그의 답이리라 예상된다. 그리고 이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2017년 현대인 중 한 명을 꼽자면 빚을 십몇 년 동안 청산해온 탤런트 이상민 씨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인용하는 셰익스피어의 말 중에서는 이런 구절이 있다. "힘들 때 우는 건 삼류다, 힘들 때 참는 건 이류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
(관련영상: http://cafe.naver.com/samdefense/69300)
이 부분을 공부하면서 흥미로운 토론거리 하나는 바로 '인간이 쉽게 욕망을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교수님께서는 "다 내려놨다"라는 말이 90%는 거짓말이라면서, 우리가 무언가를 체념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다. 도덕적인 사람도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그러한 행동을 하기 어려우며, 무소유를 대표 정신으로 표방하는 듯한 불교 역시 그 종교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또다른 욕망이기 때문이다.
# 니체의 생각과 2017년 현재, 그리고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소통하는 '그리스 비극'
그래서 이런 니체를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은 바로 "신은 죽었다", "다른 시간이 아닌 오늘을 살라" 등이다. 그의 저서 <반시대적 고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비록 우리의 미래가 희망을 위한 어떠한 근거를 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가 확연히 이곳에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우리의 법과 기준을 따라 살아가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어야 한다,"고.
어떻게 보면 이 말들은 19세기에 기록되었지만, 2017년 오늘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부터 일단 청소년 시기를 오로지 대학이라는 거대한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래를 상상해 왔으나, 막상 대학생이 된 현실은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울부짖으며 또 취업이라는 거대해 보이는 이상을 향해 가는 한낱 예비 취업준비생일 뿐이니까. 수많은 고비와 고통 속에서 행복한 나 개인을 만드는 건 다름아닌 오늘이고, 그것이 니체가 현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지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글을 마치며
현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이 서양, 그 중에서도 그리스의 영향을 받았기에 그리스 비극을 공부하는 것은 따분한 옛날 책을 읽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면을 깊이 탐색하며 다양한 현상들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임을 이번 강좌 첫 시간을 통해 깨닫게 됐다. 앞으로의 강의가 정말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