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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3/13(월) <기본소득, 세상을 살릴 수 있나> / 1강 : 기본소득, 저성장시대의 대안인가
기본소득은 이상주의자들의 이룰 수 없는 꿈일까
‘모두가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 바로 내가 꿈꾸는 사회이다. 가파른 생존의 벽에 부딪힌 이 세상에서 ‘꿈’이라니, 누군가는 내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꿈은 이제 아무나 꾸는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류는 절대 실현될 수 없을 것만 같던 꿈을 이루어내며 진보해왔고, 기술의 발전으로 드디어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동은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옴에도 우리는 꿈에 대해 비관적이다. 꿈을 위한 경제적 기반이 없으므로.
그러나 꿈을 꾸지 않는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나는 감히 생계로부터의 자유를 토대로 꿈의 실현을 가능케하는 ‘기본소득’의 도입은 인류의 진보를 위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기본소득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금민 소장님은 이번 <기본소득, 세상을 살릴 수 있나> 강의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이제는 기본소득이 더 이상 뜬구름같은 환상이 아닌 실질적인 저성장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3강으로 구성된 강좌의 첫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번 강의에서는 기본소득의 역사부터 개념, 다른 복지정책과의 차이, 기본소득의 도입 효과 등 기초를 다지고, 기본소득 논의의 몇가지 주요 쟁점들을 짚어보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Q. 기존 복지정책이 있는데 굳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A. 복지국가의 출발은 1942년 베버리지리포트로부터 시작되는데, 이때 도입된 복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완전고용’이었다. 모두 고용된 상태를 전제로 실업 등의 예외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만 사회보험, 공공부조 등의 정책을 적용하면 복지국가의 목표인 빈곤의 예방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고용이 불가능한 시대이므로, 필요의 원리로만 작동하는 기존 복지정책으로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한계가 있다. 빈곤이 발생한 이후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기본소득 배당을 통해 빈곤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
Q.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정책과 어떤 식으로 결합될 수 있는가?
A. 기본소득의 충분성, 즉 인간다운 삶을 위한 충분한 액수가 지급되는 조건이 갖춰진 ‘강한 기본소득 모델’이 아닌 부분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약한 기본소득 모델’에서는 기존 복지, 노동정책과의 연동이 매우 중요하다. 즉, 기본소득 지급액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조건에 부합하는 사회수당이나 일자리 공급을 통한 노동임금으로 부족분을 채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정책 중 현금지급 사회수당을 부분대체할 가능성이 크며, 공공서비스와는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다.
Q.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막대한 재정이 드는데, 그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작지 않은가?
A. 1인당 월 30만원 지급을 위해 약 180조원의 재정이 소요되는데, 재정규모만 보면 매우 커보이지만 결국 이 돈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재분배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세금을 내더라도 다시 돌려받는 돈이 있기 때문에 명목조세는 180조원이어도 순조세는 절반 이하가 된다. 실질적인 조세부담액은 훨씬 적다는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정은 국가예산처럼 어딘가에 쓰여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재분배라는 특정 목적을 위해 기능하므로, 1인당 지급받는 돈은 작아보여도 180조 규모만큼의 재분배를 통해 소득불평등이 시정된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Q.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무엇인가?
A. 기본소득은 노동시장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화되어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등의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노동시간의 단축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충분한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임금노동과 소득의 연계성이 떨어지며,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유용한 다양한 무급활동이 증가한다. 즉, 출산, 육아, 교육 등 사회재상산의 영역과 문화, 예술 등의 자유로운 활동, 사회적 경제의 출현, 창업, 정치참여 등 구성원의 주체적 활동으로 사회 전체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대안이다
강의 서두에 금민 소장님은 기본소득이 소득의 재분배뿐 아니라 ‘시간의 재분배’를 위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 말씀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누군가는 충분한 돈과 시간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풍요로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한편, 누군가는 돈도, 시간도 없어 생계에 허덕이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간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둘 중 어떤 세상에 속할지 정해진다고 할 정도로 거스를 수 없는 불평등의 흐름은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꿈을 꾸는 삶을 위한 기본소득은 이상이 아니다. 불평등의 시대, 저성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