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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강의를 들었는데 돌봄을 받은 느낌이랄까
안녕하세요.
강의 편하게 듣고 싶은 마음에 비디오를 끄고 강의를 들어서 제 이름만 기억이 나실것 같은데 저는 아카데미느티나무와 몇번의 만남으로 낯설지 않네요.^^
한채윤 님 강의 너무 잘 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강의가 특별히 인상적이었어요. 강의를 들었는데 돌봄을 받은 느낌이랄까.
어제 그러니까 5월 8일 아이들과 외출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늘 집으로 가던 길이 아닌 바닷가 올레길로 방향을 틀어 운전을 했답니다. 참 저는 제주에 산답니다.
마을길과 제주밭이 이어지는 좁은 길 맞은편에서 경운기가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먼저 지나가길 멀찌감치 섰답니다. 경운기가 점점 다가올수록 운전을 하고 계신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고 저를 향해 계속 수신호를 하고 계셨어요. 손짓으로 '나 그 쪽으로 가고 있어~', '그리고 이 쪽 방향으로 틀거야~' 오른쪽 골목으로 가실거라는 그래서 차를 좀 더 뒤로 뺐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마지막 수신호 저를 향해 '고마워~'.
어제는 올레길에서 우연하게 맞닿은 노인의 따뜻한 수어가 저를 간만에 미소짓게 만드는 장면이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장면을 쓰다 보니 눈물이 날 만큼 위안이 되는 순간이었다는 걸 알아차림하게 되네요.
성교육 강의가 그랬습니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갈거야 안전하게 먼저 안내하면서 내용을 채워주시고 매 강의마다 사전질문을 받아 맞춤형 설명과 의견을 나눠주셨지요.
저 역시 고민고민하다 이런 기회가 또 올것 같지 않아서 질문인지 고민인지도 모를 글을 보냈었는데요.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나서 첫 느낌은 '돌봄'을 받은 것 같았어요. 글로 표현이 한계가 있을법한 질문이었는데도 잘 들여다보시고 섬세하고 소중하게 다뤄주시고 경험을 나눠주시고 말 속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물론 저의 해석입니다만... 그리고 그 말이 위로와 위안이 됐답니다. 참 매회 강의 끝나고 강의 PPT를 공유해주시는 놀라움도 있었지요.
그리고 두번째 내 인생의 시의적적한 성교육을 듣고 나서 든 생각은 동성이건 이성이건 양성이건 성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 '사랑'은 사랑이다. 성체성을 알 필요는 있지만 성체성에 따라 사랑이 차별이 될 이유는 없다가 더 잘 다가왔습니다.
쓰다보니 한가지 더 생각나네요. 마지막 한가지는 관계의 안전함이 전제가 돼야 하는구나. 서로 원하는 것을 얘기하고 확인하고 합의하는 과정인데 이 과정이 되려면 안전한 소통 관계가 전제 돼야 하는구나, 저는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게 '안전한 소통 관계'이거든요.
제 평생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기억이 없고 화제에 따라 주제에 따라 또 아이들을 키우면서 필요하다고 느껴 단편적으로 책을 찾아 보기는 했으나 다섯 강의에 걸쳐 해부학 논리학 관계학을 망라하는 성교육이 도움이 많이 됐고 거기다 돌봄과 위안까지 얻은 게 많은 강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채윤 님의 온화한 미소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다음 강의 기회가 있다면 성평등 인권교육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