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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클럽 숲] 채식의 이유가 바뀌었어요
1. 이 모임이 망설여졌던 이유
동물권 이슈에 관심이 생겼지만, 사실 선 듯 공부하거나 더 깊게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난 더 공부하고 이거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는 나누고 싶지만, 내가 먹는 것을 제한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마음 한켠에 내가 이 책모임을 하고 나면, 비건을 결심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2. 그럼에도 독서클럽 숲에 노크한 마음
동물권 이슈로 나의 관심이 도착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나의 관심에서 출발하였다.
축산업으로 인한 탄소배출 비율은 우리의 생각보다 아주 높다고 들었다.
또한 축산으로 소비되는 곡물량의 비율이 높아 결국 고기를 생산함으로 인해
전세계 식량의 불공평한 구조가 생겨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결국 채식은 지구를 위해서나 인류 전체를 위해서나 옳은 일이고 실천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힘을 들여 당장 비건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그냥 편하게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살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이 나에게는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무도 뭐라고 한 사람은 없는데, 혼자 무거운 마음으로 책 모임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첫 모임을 시작하며 이런 저린 이야기가 시작할 즈음
진행자 우정님이 채식을 시작하는 것에 있어서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말이 나의 기억에 남았다.
완전 비건으로 살아가지 않는 것이지, 사실 난 이미 나름의 속도와 방식으로 채식을 하고 있었고 그 말이 나의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2021년 9월 <독서클럽 숲> 첫 모임에서 글쓴이가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3. 지금은 동물을 사랑하는 시대일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과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개나 고양이를 안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은 반려견, 반려묘를 좋아하고 많이들 키우며 그들과 가족으로 함께 살아간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는 닭이나 돼지를 아주 맛있게 먹는다. 사실 조금 아이러니한 문제이다.
동물과 인간이 그렇게 친구나 가족으로 함께 생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동물도 고통이나 사랑 따위의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고 그것을 인간과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 동물들은 인간의 옆에서 사랑을 받고 가족이 되고, 특정 동물들은 인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축이 되고 ‘고기’가 된다는 것은 사실 이상한 일이다.
4. 개, 고양이 vs 닭, 소, 돼지 뭐가 다를까?
내가 3권의 책을 읽으며 나에게 남았던 것은 우리가 흔히 먹는 ‘고기’들,
예를 들어 소나 돼지, 닭 등의 동물들도 우리가 사랑하는 개나 고양이와 다를 것 없는 감정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소나 돼지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그들이 개나 고양이처럼 하나 하나 다 각자의 고유한 개성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인간은 동물을 ‘먹을 수 있는/먹지 못하는’ 혹은 ‘사랑스러운/사랑스럽지 않은’ 등의 분류 방식을 가지고 동물을 나눈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동물들은 모두 똑같이 사랑과 고통을 느끼고 각각 고유의 개성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강아지가 아니라 병아리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치킨이 되어야 하고, 돼지로 태어났으니 돼지고기가 되어야 하고,
암소로 태어났으니 자기 새끼에게 주고 싶은 젖을 ‘우유’라는 이름으로 인간에게 빼앗겨야 하는 것들.
어쩌면 그 동물들은 인간 중심의 분류방식에 의해 감정도 개성도 없는 진짜 ‘고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독서클럽 숲>은 매월 책읽기와 단편영화를 같이 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5. 이제는 누군가의 고통 위에 나의 행복을 누리고 싶지 않다.
어찌 되었든 육식이라는 것은 감정을 가진 존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육식은 사람들에게 가리워진 곳에서 ‘공장식 축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큰 규모로 오랫동안 자행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환경 이슈로 시작해서 동물권 이슈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공장식 축산은 그 결과로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폭력’이라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채식을 하는 이유가 조금은 바뀌었다.
나의 채식은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식량의 빈부 격차를 야기하는 축산업에 대한 보이콧이었다.
이런 이유도 여전히 유효하긴 하지만, 이제 나의 채식은 감정을 가진 존재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겠다라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사랑, 연민, 긍휼 어떤 단어로 사용되어져도 상관없다.
이제는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 위에 나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6. 그럼에도 아직 비건은 힘들 것 같다.
나의 채식의 이유는 조금 바뀌었고, 모임을 시작할 때나 끝날 때나 똑같이
나는 완전한 비건이 되는 것이 가장 좋고 그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근데 이 사회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려면 너무 힘들다.
핑계라고 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비건으로 살아가기 위해 개인이 현실적으로 지불 해야 하는 (여러 의미의)비용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비건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보다 내가 치러야하는 비용이 크게 느껴진다.
그 비용 때문에 아직은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은 못 하겠다.
하지만 나의 속도와 방식으로 나는 채식을 계속할 것이고
이 사회가 비건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들이 더 낮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