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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드로잉, 나를 찾아 떠난 힐링 여행같은 시간!
딱히, 무엇때문이라고 하기 보다 누적된 피로감이 있었던것 같다. 수 년간을 다수의 논문을 뒤져가며 내 글쓰기로 완성해야 했고, 터널과도 같았던 그 지겹고도 긴 시간이 끝나 해방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상담자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연구와 교육, 임상 현장, 특히 임상현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제각각의 감정, 상처들, 거기다 상담자로서는 충격적인 상실 경험까지. 내 자신이 함몰되어 나락에서 표류하는 것 같은 느낌.... 셀프케어가 필요했고, 뭔가, 표출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서울드로잉이다.
7주간, 매 주 토요일 반나절 이상을 매여있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집안 대소사가 생길지도 모르고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그렇다고 아직 있지도 않을 일을 예상하고 걱정하며 하지 않기에는 서울드로잉, 서촌이며 서울의 근대모습등 유산을 돌며 스케치를 한다는 것은 설레는 도전이었다. 우려와는 다르게 한 번도 결석한 적 없이 마무리 되었다. 아쉬움이라면 매 주 그 장소에서의 느낌, 보기 좋은 한 장면을 성실하게 스케치하고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
7주간의 그림 스케치는 내가 다 알고 있는 장소이지만, 겉만 보고 핵심적일 수 있는 우리나라 유산에 머물렀다는 점. 다양한 관점에서 스케치한 그림은 내게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다시 정의하게 만들었다. 내게 미술의 배경이고 아름다움이란, 매우 잘 정돈된 아름다운 경치이거나 보는 이로 하여금 한적함과 여유, 풍류를 떠올리는 것들이었다. 각 자가 부여한 어떤 의미의 아름다운 한 장면은 차이와 다양성, 삶의 진면목이었다. 나는 7주간의 아름다운 서울드로잉의 스케치 여행 속에서 자연인으로서의 '나'와 만나고 타인과 조우하면서 '우리'가 되는 경험을 하였다.
미술이라는 매개로 공동체의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참여해서 얻어진 것은 아니었을 거다. 조용히 묵묵히 서포트 해주신 스탭선생님의 친절과 실제 감각으로 느껴진 바에 충실하며 자기 감정을 싣는것을 강조한 선생님의 말씀, 미완성의 작품도 아름다운거 하나라도 콕 찝어 보신 안목과, "예쁘지 않아요~"하시며,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으로, 덜 예쁘더라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마저 갖게 한 큰 힘들이 작동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동길을 마무리하며 참여자들과 함께한 추어탕을 시작으로 한 점심시간들. 점심을 함께하며 나눈 소소한 담소, 미술관을 돌며 함께했던 좋았던 시간들도 크게 한 몫 했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또 다시 미술여행을 함께 할 것을 설레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