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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의 시간, 공간, 사람] 3강 한국 근현대의 공간 ; 자연이 만든 경관, 인간이 만든 경관
시공간. 말의 순서에서도 그렇지만 역사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걸어온 여정과 흐름, 즉 시간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니는 학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구히 흐르는 시간은 인식함으로써 존재하는 다소 추상적인 관념인데 반하여 공간은 그 순간에 직접 딛고서 그 안에 있게 하는 기반으로서 실재이기도 하다. 하여 그 실재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구체성을 통해 일련의 믿은 그 자체를 형성하여 인간의 당면한 삶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에 의해 변화되는 관계를 맺기도 한다.
'공간'의 형성과 변화는 인간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까. 과거와 현재에 인간들은 공간과 영역을 어떻게, 얼마나 실감하고 인지하였을까. 현대인에게 공간과 영역은 m,km 등 수치로서 인지된다. 동시에 자신이 직접 보고 밟지 않는 곳에까지 매체 등을 통한 간접경험으로써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체감적이고 실재적인 영역이 아니라, 지도를 매개로 한 인식되고 상상된 관념적 인식이며, 이것은 거리와 면적의 계량적 수치, 혹은 교통수단과 소요시간 등으로 계산되어 재정리 구획화되어 있기도 하다.
결국 인간이 실제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은 이른바 생활반경일 것이다. 이에서도 현대와 전근대인에게는 차이가 있다. 강사는 출산에서부터를 통해 상징적으로 이 점을 설명한다. 현대인은 병원, 조리원, 자택 등을 출산 전후에서부터 세분된 공간들을 이동함으로써 삶을 시작하는 반면, 전근대인은 금줄, 삼칠일, 백일 등이 상징하듯 이동이 없이 뿌리내린 삶을 시작해 살아간다. 일상과 평생에 이동반경 역시 현대인이 변화된 생활 양식과 교통수단으로 끊임없이 장거리를 이동하는 반면, 전근대인은 대개 토지 고향 향토를 중심으로 한정된 영역에 근거하여 평생을 살아간다. 때문에 공간에 대한 감각이 근본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떤 변화의 소산일까. 대개 고대 각 문화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공간의 세계관은 천원지방이다. 동시에 땅이 이루는 사각형은 농경이 시작된 후, 구획화와 합리의 산물인 인위적 모습이다. 하여 사각형은 인위와 그것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지상을 상징한 반면, 원은 자연, 본디에 존재하던 것으로 하늘이자 신적영역을 상징한다. 건축물 등에서, 혹은 황제의 -천자, 즉 반신적 존재- 상징이 팔각형 등 사각에서 원으로 변해가는 모양을 취하는 것도 이 결과이다. 여하튼 지간에 '천원' 과 구별되는 '지방' 으로서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세계인 공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말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근대의 세계는 지극히 좁았으며, 자신의 뿌리내린 세계관에 한정되었다. 여행은 특별한 사유로 이루어지는 고된 여정이었다. 반면 권력자에게는 관념적으로 광대한 영역이 천하, 세상 등으로 존재했으며 이것을 순행 등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체험 체감 하는 한편 인지하고 다룸으로써, 공간 자체를 사유함으로써 소유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런 권력에 의해 탄생된 특별한 공간이 도시였다. 도시는 자연경계가 아닌 특별한 경계 -성벽- 를 지님으로써 구획화된 인위적인 동시에 구별되는 특정한 공간이었다. 그 특별함은 도시의 주인인 권력자와 그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나눠가지는 신성함으로 조작되었고 '구별되는 공간'으로서 도시의 특수성을 두드러지게 하였다.
산업혁명과 근대화 이후 도시는 종래의 특별히 경계지어진 공간에서 표준적인 생활의 공간으로 변화하였다. 이것은 도시 거주자의 증가 탓인데, 첫째는 도시의 유인요인에 의한 유입 및 거주 인구의 증가, 그리고 도시 자체의 증가에서 비롯되었다.
하여 도시적 삶 자체가 근대적 삶의 표준이 되었는데, 앞서 말했듯 도시는 애초에 인위적이며 기획된 공간이다. 이것은 근대성 역시 마찬가지이며 결국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근대 도시적 삶과 그 공간은 근대성이 압축적으로 표현된 산물이기도 하다.
그 변화된 삶은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로 시공간이 압축된 동시에 밀집된 삶이다. 빠른 이동, 빠른 변화, 자력이 아닌 교통수단에 '실려' 이동함으로써 움직임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어 주변의 흐름을 바라보게 되는 것에서 인간은 변화와 속도를 하루하루 체감하게 되고, 결국 근대적 감각에서 '안정=지체'라는 느낌을 안겨주어 끝없는 변화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며 쫓게 변해왔다.
한편으로 시공간의 압축은 인간간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단축하였으며, 거리감의 부재 즉 자기 공간의 박탈에 익숙해지는 동시에 시작적인 도시에 체감적으로 익숙해져 관념까지 근시안적인 단견에 물들었다.
그런 끝없이 변화하고 불안정한 삶 속에서 공간은 일시적인 공간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서 본원적인 의미를 지니는 '장소'가 되지 못한다.
그에 대한 목마름, 불변과 지속성에 대한 욕구가 투영되는 것이 불멸이어 보이도록 오래 보내온 시간 자체를 담지하고 있는 문화재들에 대한 애호이며, 동시에 공허함을 달랠 새로운 시대가치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현대 건축물, 이른바 랜드마크들이다.
시간과 공간을 2,3강에서 인간이 어떻게 인식하고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지를 확인한 후, 다음 마지막 강의는 그러한 인간 자체는 어떠한 속성을 지니고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변화해왔는지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