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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민주주의] 2강 - [어쩌면 몰랐던] 역사가 만들어낸 성 이야기 성적 차이에 대한 의외로 치밀한 환상
저번 강의에서 우리는 ‘나는 여자/남자입니다.’ ‘너는 여자/남자이다.’ 라는 확신을 향해 의문을 가져보고 그 답변에 대한 사회적 전제들에 생물학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의문을 제기해보았습니다. 우리가 믿어왔던 'XX' 'XY'염색체에 배신(?)도 당했고요, 세상에 많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다양한 염색체 작용과 성기의 형태도 알게 되었습니다. 호르몬이 얼마나 바쁜지, 그리고 성에 대한 ‘상식’들이 호르몬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왔다는 것을 알고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여성, 남성에게 인간의 본질인양 부과된 사회적 역할과 규범, 관념들이 형성된 역사를 기독교 역사를 중심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왜 기독교인가? 라는 의문이 먼저 드실 텐데요, 기독교는 그 역사에 비해 단기간에 엄청난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떨치고 있는 종교입니다. 많은 학살을 자행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문화적으로 동서양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지금 글로벌 시대에, 서양 문화의 중요한 바탕이어 온 기독교를 알면 지금 우리 사회에 서양문화가 얼마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얼마만큼 잠식해 있는지 알 수 있겠지요.
예수가 등장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세상을 이원론적으로 보았습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허구이며 이데아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지구에 종말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때를 잘 넘기기 위해서 극단적인 금욕 생활을 실천하고 있었고요. 또한 계급이 있던 시대였습니다. 노예와 여자, 아이들은 성인 남성의 통치 하에 살고 있었습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사람들이 수학, 과학, 철학을 발달시키고 이성을 중시하고 있었지요. 이 시대 사람들은 아주 많은 신들을 섬기고 제를 지내고 신탁을 받았습니다.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때 사람들의 일종의 경전이었습니다.
그런 때에 예수가 등장했습니다. 예수는 ‘평등’ ‘사랑’ ‘유일신’을 말했습니다. 계급에 짓눌린 사람들, 이성에 짓눌린 사람들은 예수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에 위로를 받고 그를 따랐지요. 예수가 죽고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의 말을 정리하여 기독교를 만들었고 기독교는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오랜 박해를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로마는 다양한 신을 인정해왔는데 기독교는 유일신을 주창했기 때문이죠.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내분 된 로마를 통일하면서 기독교를 공인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기독교의 영향력은 커졌습니다. 황제에게 기독교는 유일신이라는 점에서 민중을 하나로 통합하고 통치하기에 유용한 종교였습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성경을 두고 분분한 종교계 인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하나의 종파만을 기독교 정통 교리로 채택하도록 하는 회의를 열었는데, 이것이 니케아 공의회입니다. 이때 채택된 종파는 ‘니케아 신조’로 여기서 나온 게 삼위일체 교리입니다.(성부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이때부터 정치와 종교가 결합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가 남/녀 성체계와 성관념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아우구스티누스 때부터입니다. 그는 ‘인간은 아담과 이브의 원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 원죄는 정자를 통해 옮겨진다고 했습니다. 섹스는 죄를 옮기고 죄를 잉태하게 하는 행위이므로 죄악에 해당하게 됐지요.
이때 사람들에겐 의문이 생깁니다. “그럼 예수는? 죄 있는 자가 인간의 죄를 사하러 왔다고?” 거기에 이런 답변이 돌아옵니다. “예수는 ‘처녀’ 마리아의 몸에 성령에 의해 잉태되었다.” 사람들은 또 질문합니다. “그럼 인간 마리아는? 그도 정자를 통해 태어났으니 죄가 있지 않는가?” 여기서부터 마리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시작하고 마리아의 변천사가 시작됩니다.
마리아의 시작은 가난한 집의 부인이었으나 죄 없는 예수를 잉태한 존재로 만들어지면서 점점 ‘성녀’가 되어 갑니다. 그 시대의 그림에서 그것을 엿보는 방법은 마리아의 옷 색입니다. 마리아의 옷은 검정색에서 점점 빨강(황제의 옷 색) 그리고 빨강과 파란색을 함께 걸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또한 예수를 잉태시켜준 성령과의 관계 묘사도 달라집니다. 성령을 맞이하는 마리아에서 성령의 절을 받는 마리아로요.
마리아에 대한 해석과 더불어 마리아와 대비된 존재로써의 여성-마녀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마녀로써의 여성은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게 한 뱀으로 표현됩니다. 이것도 그 시대의 그림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노트르담드 성당에서는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 조각 발 아래 선악과를 감싸고 있는 여자 뱀을 새긴 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성교가 죄악시 된 시대에 마리아는 점점 만인의 연인이자 성녀가 되어 갑니다.
근대로 들어서면서 이성과 과학이 다시 꽃을 피우며 기독교는 그 빛이 쇠해 가는 듯 했습니다. 과학은 근대의 새로운 종교가 되었습니다. 정치는 과학과 결탁하여 과학을 여성들을 통제하거나 열등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여성의 질을 ‘축축하고 은밀히 숨겨져 있는 곳’으로 표현하였고 출산의 고통은 여성의 원죄에 해당한다며 출산 시 마취제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포유류’라는 분류 항목의 말 안에는 ‘아이에게 젖을 주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 종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부각되어 있습니다.
방대한 양이기에 강의를 정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강의의 메시지를 분명히 요악하고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사회에서 정설처럼 얘기되는 것들의 많은 부분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즉, 시대에 따라 정치, 과학, 종교는 결탁되어 변형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규범과 관념들은 실은 소수 권력의 필요에 의해, 해석되고 변형되어 온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역할은 그것들에 질문을 던지기를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규범에 맞지 않는 나의 모습을 거제하기 이전에 규범에 의문을 제기해보는 것입니다. ‘만약 판도라의 상자를 연 판도라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면 어떻게 해석되었을까?’ ‘동양에서 성은 어떻게 얘기되어져 왔지?’ 옳다고 애기되어 지는 것들에,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상식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남들의 해석에 내 인생과 사고방식을 맡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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