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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의 시간, 공간, 사람] 1강 프롤로그 ; 새로운 역사 –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역사
작은 역사, 평범한 역사,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가가 이번 첫 강의 제목이였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위해 맨 처음으로 우리에게 던져진 물음은 '역사란 무엇인가' 였다. 우선적으로 강사인 전우용 교수가 밝힌, 그에게 역사의 정의란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연과 사물과 맺어온 관계의 총체' 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인간이 시간과 공간을 인지하는 방식과 모습, 그리고 그것을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혹자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불변이되 시대와 환경만이 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사의 견해에 따르면 그 변화하는 시대와 관계 맺음으로써, 또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으로서 사람 역시 진화의 도정에 있는 존재로서 틀림없이 변화한다.
그렇다고 해도 하여 해서 실제적으로 입에 담아지는 '역사'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역사란 '과거에 있었던 일' 이다. 혹은 게 중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지녔다 여겨져서 선별되어 기억되는 일부이다. 종래의 입장에서 역사는 '과거'의 일이었으며 그것은 동양사에서는 창고의 출납기록이 마쳐졌음을 뜻하는 '역'이란 한자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역사는 정녕 '이미 끝난 것' 에 관한 기록에 불과한가? 현대인은 이른바 역사를 얼마나 역사화 (객관화, 상대화) 할 수 있는가? 우리와 무관한 오랜 예쩐의 사실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E.H.카의 금언대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이며 '산 자가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일이었다.
그러다 다시, 그 금언은 현재에도 나왔던 당시와 같은 유효성을 그대로 지닐 수 있을까? 어떤 이론의 어지가 없는 것일까? 강사의 견해에 의하면 현대 사회는 급속한 변화가 오히려 일상인 시대다. 새로운 것이 오히려 익숙하며 '새 것(NEW)' 자체가 가치를 지녀 신념으로서 내재화 되어 모든 것의 변화가 당연시 되는 시대이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데 하문 유리는 역사란 (정녕)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 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화는 온전히 가능한가? 우리는 '과거'라는 거대한 존재 자체와 총체적인 대화가 가능한가? 그 대화를 통해 단숨에 핵심까지 이르는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는가? 우리는 과거를 모두 기억할 수 있는가? 우리의 대화 상대가 되는 과거는 '극히 일부' 일뿐이다. 하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과거는 기억되는 것 뿐이다. 누군가 기억에 남기고자 하는 것이며, 그리하여 전해 이어지는 일부이다. 하여 역사의 승자는 기록하는 자라 하는 것이며, 동시에 승자가 기록의 처분권을 지녀 특정한 기억만을 남기는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기억은 객관적이지 않으며 하나이지도 않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느끼며 해석하듯 기억과 기억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관점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그것은 단지 방향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심도, 즉 부여하는 중요도의 차이이기도 하다. 하여 같은 사건에 대한 대치되는 기억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는 끊임없는 고민이자 논쟁이다. 보편적 동의가 이루어진 듯한 집단적 기억 역시 시대에 따라 변화되기 마련이다. 한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시각의 변화를 낳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특정한 해석, 기억에만 영구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가능할까. 그리고 정당할까. 실상 그것이 국가권력에 의한 역사의 결정권-해석권 독점이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위험성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역사에, 기억에 '옳음' 이나 '바름' 을 부여할 수 이는가. 그것이 합당한가.
이와 같이 기억은 그 자체로도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동시에 우리가 과거의 '기억'에 접근하는 것은 기록을 통해서인데 기록은 반드시 모든 것을 남기지 않는다. 기록자가 '중요' 하다고 여기는 것만을 남기며 또한 감추고자 하는 것은 기록하지 않음으로써 사라지게 한다. 헌데 문자라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일부 식자층의 전유물이었다. 때문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기록은, 그것을 통해 용이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과거'는 글의 가치관으로 걸러진 것 뿐이어 왔다.
하여 역사는 오랫동안 치자의 학문으로서, 그들에게 통치를 위한 자료집의 역할을 하거나 그들의 정통성을 보증하는 위헙의 집대성에 불과한 것이었다. 때문에 영웅과 위인들의 역사였으며 정치와 권력에 대한 기억이었다. 이러한 치자의 지위를 강탈해 전유한 것은 근대의 국가와 민족이었다. 절대적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로서 신성성을 가장한 '조국'과 '민족'의 역사였으며, '우리' 의 역사였다. 그 결과는 '우리'와 '저들'의 구분이며, 나아가 집단이기주의와 '저들'의 배제-말살이었으며 그 귀결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집단 학살이었다. 그 충격적인 교훈과 경험에 힘입어 반성과 재고가 이루어져 종래 국가-민족 사관의 해체가 시도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와 '저들' 의 구별을 뛰어넘고자 한 시도는 애초에 '우리'란 무엇인가로 이어졌다. 그간 '우리' 라는 총체로 묶여 집단적 범주에 포획되어 억눌려 있던 소수자들, 더 작은 집단과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 등장하였다. 하여 그간 귀 기울이지 못했던 목소리, 소수자 약자 그리고 기록되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궤적, 즉 본강의 주제인 '작은 역사' 에 대한 탐구와 접근이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미시사 일상사 생활사이다. 하면 기록되지 않은 역사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그것은 다음 강의의 '한국근현대의 시간, 공간, 인간' 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그 과정을 통해서 보다 살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