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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으로 그리스 비극 읽기](3) 오이디푸스 왕
그리스 비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안 들어보신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이디푸스 비극은 이야기가 만들어 진 시대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충격적인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언대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됩니다. 그리고 종래에는 자신의 눈을 스스로 해한 뒤 도시에서 스스로 떠나게 됩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문학적으로만 읽는다면 ‘운명을 피하지 못한 자의 비극적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월 5일 있었던 김만권 선생님의 강연에서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문학적 관점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들여다보았습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누구도 자신이 행한 행위의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라는 괴물을 해치우고 왕이 된 자”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업적으로 명예로운 자리에 오른 자라고 할지라도, 지난날에 죄가 있으면 그에 대한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예언을 통해 자신이 미래에 어떤 잘못을 저지를지 알고 있었습니다. 오이디푸스는 부친살해와 근친상간이라는 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합니다. 죄를 짓지 않기 위한 오이디푸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는 한순간의 화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고, 어머니와 근친상간하는 죄를 짓게 됩니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예언되었던 대로 자신의 현재의 죄(미래의 진실)와 마주하게 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도시를 떠나게 됩니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도 마찬가지지만 그리스 비극에는 ‘합리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그리스 비극에서 주인공들은 최대한 이 비극을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끝내 이 비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책임을 지게 됩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는 “자신이 절대 의도하지 않았던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교훈을 남깁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이디푸스 이야기 또한 (좀 전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죄를 짓지 않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죄를 지은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죄(진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이전에 이야기 했다시피 실제로 오이디푸스는 자신에게 내리는 처벌로 자기 자신의 눈을 찔렀고, 스스로 도시를 떠나게 됩니다.
68혁명 그리고 부친살해
오이디푸스 이야기와 함께 이날 강의의 또 다른 주제는 68혁명 이었습니다. 68운동은 ‘시대를 바꾼 혁명’으로서 종종 부친살해로 설명되곤 합니다. 긍정적으로 봤을 때에는 부친이라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억압적인 체제에 항거한다는 의미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는 아버지를 ‘죽인다는’ 폭력의 개념으로 설명이 되기도 합니다. 68혁명은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그리고 (약간은 결이 다르긴 하지만) 중국의 문화대혁명까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항거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폭력’을 사용했고, 이 변화를 위한 폭력 사용의 합당함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68혁명은 당시 장기화 되었던 폭력으로 인해 서구에서는 테러리즘으로 보이기도 했고, 중국에서는 실제 엄청난 살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폭력으로 변화를 만드는데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했던 폭력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는 것 입니다. 결국 이들이 사용한 폭력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변화라는 이름으로 가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