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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독서클럽-공화국의 위기] 1강, 정치에서의 거짓말
참여연대 15기 인턴, 정당, 정치발전소 등 많은 단체에서 활동하고 1년 만에 돌아온 [느티나무 아카데미]. 늘 보던 간사님들도 그대로이고, 수강생들도 익숙한 얼굴들이 여럿 보인다. 김만권 선생님의 강의를 듣지 못했던 기간 동안 대체재로 선생님의 책 [참여의 희망]과 [정치가 떠난 자리]를 읽으며 조금은 성장했겠지 생각하며 강의를 들었다.
한나 아렌트의 『공화국의 위기』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쓴 책이 아니라 베트남 전쟁, 60년대 민권운동과 뉴레프트운동. 이 세 가지 상황을 배경으로 따로 따로 쓴 논문 3개를 엮은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 그녀는 정치권력이 시민들로부터 분리되어 그들을 조작과 거짓의 대상으로 삼을 때 성공할 수 없으며, 진정한 정치적 법적 권력은 시민들에게서 나오며, 폭력은 권력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때에만 분명하게 지목할 수 있고 또 제어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아렌트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이 있다. “정치와 폭력은 같이 가지 않는다는 것.” 그녀 이전, 인류의 모든 정치학에서 혁명은 폭력과 땔 수 없는 관계라고 가정했지만, 그녀는 유일하게 혁명과 폭력을 구분했던 이론가였다. 그녀의 이러한 생각은 말년작인 [공화국의 위기]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선생님은 “폭력과 혁명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 이것이야 말로 아렌트가 일생동안 맡았던 프로젝트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 지점을 계속해서 강조하셨다.
이어서 ‘설득’을 주제로 말씀하셨는데, 정치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행위 중 하나는 설득이다. 따라서, 정치에서 설득이 필요하고 중요한데, 그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시민들은 언제나 손가락질 한다. 정치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거짓말을 많이 하는 친구에게 우리는 ‘너 정치하면 잘하겠는데?’란 농담도 곧잘 한다. 하지만, 아렌트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사실과 정치는 같이 갈 수 없다. 사실과 함께 해야 하는 건 언론과 학교지 정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들으면서 4.19혁명, 87년 민주화운동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건 학생들이었고 언제나 사회에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교수들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사회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로 여겨지는 사회가 돼버린 것이 안타까웠다.
더 나아가서, 아렌트는 정치에서 거짓말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언론이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거짓말은 현실 앞에 무너진다”고 말했다. 맞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언론이 정치에서 거짓말이 상대적으로 적게 생산되도록 만들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언론이 침묵 등으로 사실을 왜곡할 때 정치에서 거짓말이 살아남을 수 있고 오히려 거짓말이 주(主)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아렌트는 정확히 지적하고 있었다. 아렌트는 [정치에서의 거짓말] 말미에, 언론이 자유롭고 타락하지 않는 한, 언론은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언론을 제 4의 정부기관이라고 여기며 진실과 관련된 언론의 품위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사실(Fact)과 진실(Truth)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사실은 보는 시간·공간 등에 따라 다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즉,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 사실인데, 위안부를 바라보는 식민사관의 관점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면, 진실은 항상 그대로인 것으로 진리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플라톤은 “진리는 자명하다”라고 말하면서 진리는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진실. 정치는 항상 진실해야 한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와 도덕은 다르다”고 주장했고 아렌트 역시 진실과 정치는 다르고 함께 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인은 진실을 밝혀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언론의 역할일 뿐이다.” 이것이 아렌트가 [정치에서의 거짓말]에서 주장하고자 했던 가장 핵심적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