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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독서클럽-위기의국가] 제1강 지구화의 조건과 국가
4월 30일, 김만권의 독서클럽-혼자 읽기 어려운 책 함께 읽기2<위기의 국가>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본격적인 수업 시작에 앞서 강좌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강좌에 대한 기대와 신청동기는, 많은 분들께서 그 전에 들었던 김만권 선생님 수업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선생님에 대한 신뢰로 이 수업을 이어 수강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강좌에서 다룰 사회학자인 ‘바우만’에 대한 관심이 동기가 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2) 국가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질문은 무엇인지 또한 나누어보았는데요, 국가의 의미 그리고 정체성은 무엇인가, 국가와 시민의 관계, 국가의 필요성,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 우리는 언제까지 국가 권력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등의 생각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나누어 본 국가에 대한 질문들이 4주간의 <위기의 국가>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서서히 답을 찾아가길 바라봅니다.
세계적인 석학 지그문트 바우만(오른쪽)과 이탈리아 사회학자 카를로 보르도니.
바우만과 보르도니의 “위기의 국가”를 본격적으로 읽기 위해, 1강에서는 지구화에 입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우만은 ‘액체근대(liquid modernity)’ 개념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개념은 그 전에 얘기하던 근대성과는 조금 다른 개념의 근대성인데, 본래 ‘modernity’ 개념은 전통과의 단절, 합리화, 신과 봉건주의에서 탈피한 이성과 자본주의를 의미하며 그 개념이 매우 명확합니다. ‘liquid modernity’는 ‘globality’와 관련 있는 개념인데, globality는 상호의존성이 높다는 것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것이죠. 누구에겐 기회가 되고 또 누구에겐 위기가 되는데, 선명하지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경계가 움직이고 있다’ 즉 ‘액체근대’ 개념과 연관이 있습니다. 바우만은 globality의 예시를 이렇게 들었습니다. 1) 보호망을 스스로 거부한 사람들 2) 사람들이 알아서 ‘걸어나가게’ 만드는 것(위기의 국가의 표지 그림이 나타내는 바입니다) 3)국가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것.
바우만은 이 책에서 보통 ‘베스트팔렌모델’이라 부르는 것을 ‘포스트 베스트팔렌’ 모델로 칭하였기 때문에, 책을 읽으실 때 포스트베스트팔렌 모델을 베스트팔렌 모델로 바꾸어 생각하시면 이해하기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기의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화’의 프로세스를 알아야 합니다. 지구화란, “기술 혁신에 기반하여 기존의 민족국가의 틀을 넘어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등 인간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그리고 대규모로 행해지고 심화되고 있는 상호의존성의 과정입니다. 지구화란 ‘기술 혁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경제’ 영역에서의 지구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영역을 나누어 사고해야 탈출구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는 지구성(globality)의 조건이 민족국가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것만 이해할 뿐 그 실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구화는 정치, 경제, 문화 등의 각 영역에서 각 영역마다의 특징을 가지면서도 서로 얽혀서 진행되고 있는 다면적 현상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가 등장하고(WTO, IMF, WB 등) 초국가적 기업이 등장하여 전세계 200대 초국가기업의 생산량이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바우만이 액체근대 개념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경계(고체)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세 가지 형태가 드러납니다-국가 위로 권력이 분산되는 것(대표적으로 EU), 국가가 권력을 쥐고 있는 것, 국가 밑으로 권력이 분산되는 것(대도시 연합). 문화적으로는 하이브리디제이션(모든 문화들이 하나로 섞여드는 현상), 글로컬리제이션, 다문화주의, 문화적 국제주의, 문명의 충돌 등의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정치, 경제, 문화적 양상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현상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표현한 “liquid mdernity”에 더 열광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구화가 진행되면서 정치가 시장에 종속되고, 그래서 권력이 시장으로 이동하여, 권력 없는 정치의 모습이 나타나며, 국가(보호) 없는 국가주의의 형태가 되는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는 다시 정치의 통제 아래 위치할 수 있을까요? 다시 정치가 권력을 찾아올 수 있을까요? 바우만도 과연 그것이 진짜 가능할지, 의문을 가집니다. ‘공위기’라는 것이죠.
‘베스트팔렌 모델’은 지구화라는 현상이 현저해지기 이전의 세계질서를 묘사하는 모델로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의 국민국가 중심의 세계질서, 즉 ‘국가주권’의 절대성을 보장한 체제입니다. 우리에겐 포스트 베스트팔리아, 네오 베스트팔리아의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과연, 국가는 정말 시장에 손을 든 걸까요, 아니면 혹시 편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걸까요? 국가가 정말 약화된 걸까요, 혹시 더 강한 국가가 뒤에서 조정하는 건 아닐까요?
바우만과 보르도니가 그려내는 세계는 ‘디스토픽 포스트 베스트팔리아’, 즉 근대의 견고한 벽이 액체화되어가는 가운데 국가가 권력을 잃었으나, 새로이 원했던 권력은 형성되지 않아 그 권력의 상실이 오히려 개인의 위기를 낳은 상황, 바로 공위기(interregnum)입니다. 바우만은, 이제 더 이상 국가는 우릴 보호해 줄 생각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개인이 알아서 할 일 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또한 개인도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이번 시간은 <위기의 국가>를 읽기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본격적으로 1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홉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홉스는 ‘국가의 의무는 구성원의 보호’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유명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뜻은 ‘각자가 각자의 해석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해석의 다름이 혼란을 만들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질서를 만드는 것이 국가입니다. 개인들은 나의 해석을 버림으로써 보호를 보장받고, 국가는 보호를 해줌으로써 해석의 권위를 가집니다, 즉 판단과 폭력을 독점하는 것입니다.
첫 시간, <위기의 국가>를 위한 큰 그림을 듣고 나니 앞으로의 수업들이 더욱 기대되네요. 선생님 말씀처럼, 이해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가며 각자의 해석을 만들면서 우리가 가장 처음에 나누어 보았던 ‘국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느정도의 답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