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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고대편] 6강, 플라톤의 형이상학
[고전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고대편] 6강(5/26), 플라톤의 형이상학
지난 강의에서 말씀하셨던 트라시마쿠스, 글라우콘, 칼리클레스 라는 정의를 바라보는 세 인물들의 시선에 대한 가 좋은 것이라서가 아니라 불의를 저지를 수 없는 허약함 때문, 즉 법은 사회적 약자들이 어쩔 수 없이 맺는 약정이다 라고 주장하는 글라우콘, 그리고 우월한 자가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칼리클레스에 대해 다시금 설명하시면서 이번 강의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셨다.
[국가]의 5~6권은 플라톤의 철인통치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선생님께선 이 부분에 대한 설명에 앞서 먼저 동굴의 비유를 말씀해주셨다. 동굴과 언덕의 개념. 동굴에서 나온 철학자가 흐릿한 불빛만을 보다가 언덕으로 올라와 찬란한 태양빛을 보고 각성한다는 개념말이다. 이 비유에서 플라톤이 생각하는 철인정치의 두 가지 방식이 드러난다. 첫 번째로는 언덕의 개념에서 철학자가 다스리는 이상국가이고 두 번째로는 동굴의 개념에서 독재자들이 철학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선생님께선 여기서 언덕이 Episteme, Knowledge의 의미를, 동굴이 Doxa, Power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하셨다. 이 논리를 알기에 권력들(Power, Doxa)이 지식을 생산하려 한다고 말씀하셨다.
플라톤은 올바른 삶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좋은 삶이란 존재하고 좋은 것이 올바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선생님께선 플라톤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삶을 개인들이 누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어떻게 객관적인 올바른 삶을 알 수 있을까? 어떻게 개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의 우연을 비교할 수 있을까? 선생님께선 이런 질문들이 인식론으로 이어진다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정확한 지식을 알 수 있는 지적능력이 있다는 것이 ‘인식론’인데, 그것은 경험을 배제하고 얻는 지식에 관한 ‘형이상학’과 경험을 벗어나선 어떤 지식도 없다는 ‘형이하학’으로 구분될 수 있다. 선생님의 설명 덕분에 평소 난해했던 개념인 형이상학 등 흐릿한 것들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어 선생님께선 플라톤의 형이상학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플라톤 인식론의 입장은 한 마디로 의심할 수 없는 ‘실재’를 찾으려 하는 형이상학적 입장이다. 플라톤은 실재(Reality)와 외연(Appearance)으로 세상을 구분했는데. 실재는 참된 무엇이고 외연은 겉으로 보이는, 감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플라톤 철학은 의심할 수 없는 실재를 향한 탐구이다. 선생님께선 플라톤 철학에 대한 탐구는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하셨다.
현실에선 실제로 있는 상태(실재)와 우리가 인식하는 겉모습(현상)이 다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실재)과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외연)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선생님께선 실재가 가장 훌륭한 상태에 있다는 가치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하셨다. 플라톤은 실제로 가장 훌륭한 상태에 있는 실재만이 모든 질서들의 본보기(model)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실재가 모든 생성되는 것들의 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거나 기본적인 원리를 제공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플라톤은 왜 실재가 가장 훌륭한 상태에 있다고 믿었을까? 선생님께선 그것이 실재가 ‘항상 존재하며 불멸하고 변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실제로 플라톤은 실재만이 참된 진리이며 참된 진리만이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확실한 본(model)을 제공해준다고 그리고 실재를 본보기로 삼아야 가장 훌륭하게 아름다운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선생님께선 플라톤의 이원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이원론이란 몸과 혼의 구분을 통해 설명이 되는데, 플라톤은 [파이돈]이란 책에서 이를 인간의 몸과 혼에 상응시켜 설명했다. 선생님께서 플라톤이 말했던 혼은 감각기관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혼만이 실재를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더 나아가 혼만을 사용하여 알려고 할 때, 영원히 존재하고 불멸하며 바뀌지 않는 순수의 세계를 꿰뚫을 수 있다고도 말씀해주셨다.(여기서 ‘순수’란 경험을 배제함을 뜻한다) 혼을 사용해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선 혼의 나쁨을 제거해야 한다. 이는 혼의 순수화 과정, 즉 동굴의 비유로 치면 언덕을 오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플라톤은 아무나 ‘실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실재’를 인식하기 위해 혼을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다듬어진 혼의 최상의 상태를 지성이라 한다. 선생님께선 ‘좋음’에도 실재가 있고 이런 좋음의 실재가 정치질서 속에 명백한 기준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올바른 상태(justice)라고 말씀하셨다.
이 몸과 혼의 개념을 정리하면 이렇다.
• 보이는 존재 → 몸 → 감각 → 생성 소멸되는 것, 변화하는 것 → 현상 → 올바르지 않은 상태 → 본이 될 수 없는 것 → 혼란 ‘의견’
• 보이지 않는 존재 → 혼 → 지성 → 항상 존재 불멸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 실재 → 올바른 상태 → 본이 되는 것 → 질서 ‘(의견의 다양성을 장려하는) 원칙’
선생님께선 다음으로 지성, 추론, 믿음, 상상으로 이루어지는 ‘선분의 비유’를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가치판단의 필요성과 함께 철인통치에 관해 설명해주셨다. 지성을 실현하는 우월한 존재가 철학자인데 이는 순수한 혼의 결정체이다. 그리고 철학자는 질서의 부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플라톤은 지성을 갖는 것이 통치자의 자격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이 철인통치에 대해 플라톤이 제시한 가능성은 앞서 말했듯이 지성을 가진 철학자가 통치자가 되는 것과 통치자가 철학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선생님께선 플라톤도 후자의 방식으로 통치자들을 보좌했던 적이 있다고도 말씀해주셨다. 마지막으로 철학자를 배출하는 집단양육, 엘리트주의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강의를 마치셨다.
오늘 강의에서 선생님께서 최고의 선을 찾아내기 위해 올바른 상태와 올바르지 못한 상태를 가리는 기초적인 작업이 요구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의’에 관해 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방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치인들이 ‘정의’(올바름)에 관한 생각을 하길 바라며 누굴 뽑을지 결정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또한 정치인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정의에 관해 생각해야하지 않나 싶었다. “신문을 읽고 라디오를 듣는 모든 일상의 남자와 여자들은 그들의 지배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믿고 그대로 행하도록 만들어질 수 있다.”라는 히틀러의 장담처럼 시민들의 박약한 정치의식은 언제 어디서든 현실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한 쪽의 논리가 아닌 순수한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일반 사람들이라면 삶의 기로에서 올바름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이익을 위해 결정할 것이고 이를 정당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선 소크라테스가 시민정치를 주장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강의를 듣고 정말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깊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