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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계보학] 1강,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자유의 계보학] 1강(1/21),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한나 아렌트, “자유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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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국 근현대사를 배울 때 가장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이다.
‘자유’라는 개념은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었다. 그리고 정치철학 강의 또한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매 강의마다 같은 생각, 막연하지만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강의도 신청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이 강의는 질문을 쌓아주는 강의인 것 같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어지간하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고 그래서 “죽음 앞에서만 생각한다”고 했다. 선생님께선 그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질문이 쌓이게 되면 생각하기 마련이기에 어느 부분에서도 명확한 답은 내려주지 않지만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준다는 점에서 이번 강의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강의는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었다. 강의를 시작하고 1부 한 시간 동안은 자유주의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강의 커리큘럼을 훑어봤고 나머지 한 시간 동안 준비해주신 자료와 함께 아렌트의 이론을 살펴봤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시작인 ‘존 롤스’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강의는 시작됐다. 동시에 정치철학이라는 말의 모순을 설명해주셨는데 정치는 행동(act)이고 철학은 사유(thinking), 즉 움직임 + 멈춤이라는 말인데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설명하셨다. 그래서 Action in Thinking, Thinking in Acting, 행동과 이론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다음으로 ‘한나 아렌트’라는 이론가(철학하는 사람이라 불리기 싫어했다)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그녀의 살아왔던 삶과 그녀의 저작들에 대한 설명들, 그녀의 이론 등을 설명해주셨다. 그 가운데 학문적 일관성에 집착하지 않았던 아렌트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책의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함에도 제안 받은 매력적인 책 제목을 용인한 아렌트, 독자로 하여금 빠져들게 했던 글쓰기 방법,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까지도 설득시켰던 아렌트의 인생 등을 말씀하시며 정치의 본질은 설득이라고 하셨다.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눈에 불을 키고 싸우려 들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만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될 내용이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텍스트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먼저 1절에서는 근대 자유주의, ‘정치는 선택이다’라는 정치적 자유에 대한 언급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자유는 정치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경향’으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아렌트가 인식한 정치란 ‘유서 없이 남겨진 유산’과도 같은 것이었다. 정치적 자유라는 이유로 가지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서 아렌트는 ‘자아가 세계를 등지고 숨어 있는 내적 공간’이라고 말한다. 즉, 그냥 도망치는 것일 뿐 그것이 양심의 공간인 ‘마음’이나 사유의 공간인 ‘정신’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분배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렌트가 가지는 약점인데 그녀는 ‘인간은 자유롭기 위해서 삶의 필요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야만 한다’고 했다. 즉, 모든 것을 다 지키면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유는 해방과 함께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타자들의 무리와 공적 영역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공공영역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다 사적 영역에서 사유하니까 ‘공유된 세계’(the common world)를 상실하게 됐고 자동적으로 자유를 상실하게 됐다. 즉, ‘공유된 세계’를 잃어버린데 근대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한 아렌트는 자유의지를 자유로 착각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해서 자유와 의지를 구별한다. 의지의 본질은 변덕인데 선과 악을 향한 의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한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려할 때 반대 방향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의지는 끊임없이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을 때 의지하고 자유는 행위와 동시에 발생한다. 그리고 그리스의 폴리스를 언급하면서 공연예술가와 같이 자유도 타자의 현존을 필요로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후 왜 의지와 자유를 동일시하게 되었는지와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to act”라는 뜻의 단어들을 설명해주셨다. 또한 인간이 새로운 시작이기에 새로이 시작할 수 있고 시작이라는 기능을 가진 것이 바로 자유라고 하셨다. 이와 함께 아렌트의 말들을 인용하면서 어둡고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인간이 행위하는 존재인 한 그는 시작이다. 그러므로 예견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을 바라는 일, 정치 영역에서 ‘기적’을 준비하고 기대하는 일은 결코 미신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실주의적 태도일 것이다. 저울의 눈금이 재앙 쪽으로 기울면 기울수록 자유 속에 수행된 행위는 더 기적적으로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선 바뀔 것 같지 않은 역사의 체인 속으로 자신을 던질 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고 하셨다. 점점 더 재앙 쪽으로 기울어지는 대한민국 정치현실이 우리의 자유 속에 수행된 행위를 기적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