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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정치사상] 2강, 보충자료
김만권 선생님께서 2강 보충자료로 보내주신 내용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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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참여연대 강의에서 로크는 정치권력에서 자연권에서 행사하는 권리를 양도하는 게 아니라 권리행사에서 빚어지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일정 정도의 권위와 권력을 부여하여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했었지요.
그랬더니 고등학교에서 법과 윤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께서 교과서엔 홉스 모든 권리 양도, 로크 부분 양도, 루소는 그런 거 없음이라고 나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역시도 고등학교 다닐 때 그렇게 배운 듯 한데요,
홉스에서는 "모든 사적 판단의 권리"는 포기하고 주권에게 객관적 3자로서 모든 판단권리를 넘겨주지만 "자기 보존의 권리" 그 자체는 양도되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사적 판단을 포기함으로써 자기보존의 권리가 자연스럽게 행사되지 않다가 국가가 이 자기보존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면(예를 들어, "네 목숨을 끊어라"라고 명령하는 행위) 즉각적으로 이 권리가 행사되며 나아가 사적 판단의 권리까지 회수됩니다. 특히 여기서 '자기보존'은 계약을 맺게 되는 이유라 '자기보존의 권리'는 정치권위에게도 양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적판단을 행사하여' 실행하는 '자기보존의 권리'는 '자연권'이라 저항은 항상 시민권이 아닌 자연권으로서 행사됩니다. 이로 인해 시민혁명, 시민저항 따위는 홉스의 체계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지요.
로크에선 자연 상태에서 개인들이 다른 개인들에게 right to judge and punish를 갖는데요, 이 때 개인적으로 행사되는 이 권리로 인해 생겨나는 불편함(로크는 불편함이라고 표현한다)으로 인해 이 불편을 해소하기 정부에 power to judge and punish를 줘서 해결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문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치권력과 관련된 부분에서 right to punish란 식의 표현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심지어 개인들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right to punish만큼 power to punish란 표현을 자주 씁니다.(아래 웹사이트는 스탠포드에서 로크 이론을 소개해놓은 곳인데요 개괄적으로 보기에 괜찮습니다. 이 소개문에서도 정부의 punishment와 관련하여 right이란 표현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power란 단어가 자주 쓰이고 있답니다. http://plato.stanford.edu/entries/locke-political/#LocPun.) 자연상태에서 갖는 개인들이 타자에 대해 갖는 권리는 right으로 쓰지만, 정부가 무슨 right을 양도받아 갖는다는 표현은 거의 없고 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개인 대신 power를 지닌다는 식으로 표현하지요. (여기서 right과 power의 차이를 물으신다면, 로크가 지지하는 천부적 권리는 반드시 보호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지만, power, 특히 정치권력은 상황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부분은 사실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주로 옛날 문헌이기는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로크가 right to judge and punish를 넘겨준다고 실제로 해석하기도 하고, 반면 또다른 일부 학자들은 권리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위에게 이를 해결할 power를 부여하여 정치적으로 개인이 갖는 이 천부적 자연권이 행사될 필요가 없게 만든다고 봅니다. 사실상 양도되는 권리란 없다는 것으로 특히 이 입장은" 천부적 자연권은 계약상에서 시민의 권리 일부분이라 시민들은 계약을 위반한 왕을 암살하거나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라는 해석과 일치하는데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상 개인이 개인에 대한 right to judge and punish는 유보되어 있지만, 개인이 자신의 정부나 왕을 향한 right to judge and punish는 전혀 유보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로크에겐 혁명과 저항권이 시민의 권리가 됩니다.
이런 복잡한 논리를 도식적으로 전부 양도, 일부 양도 식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더불어 저와 함께 수업하고 계시는 많은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는 이 내용을 어떻게 절충시키라 말씀드릴까?" 저도 고민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교과서가 잘못된 거야 혹은 논란이 될만해"라고 말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선생님들께 속시원한 해답을 못드리는 것은 해석이 분분한 내용을 이것이다라고 찍어 말할 수 없는 학자의 입장 때문이고, 제가 교과서와는 다른 해석(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최근의 해석)을 지지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