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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의 이해Ⅱ] 4강, 동아시아의 불교
끊김 없이 오강남 교수님의 종교 이야기를 따라가고 싶었는데 지난 번 강의를 듣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특히 불교에 대해서는 놓치고 싶지 않았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오강남 교수님의 책, ‘세계 종교 둘러보기’를 빌렸지요. 교수님 말씀을 직접 듣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수업 내용이 이 책에 기반하고 있으니 수업을 듣지 못한 분들은 물론 예습, 복습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수강생들에게는 오강남 교수님께서 매주 한 분씩 책을 빌려드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강의에서는 붓다의 출생부터 성장과 깨달음을 얻은 과정,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듣고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번 주 강의는 붓다의 입멸 이후, 불교의 발자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초기 경전의 성립
붓다가 열반에 들고 제자들이 붓다의 말씀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를 결집이라고 합니다. 1차 결집은 제자 크샤파가 붓다의 제자이자 사촌인 아난다에게 붓다가 하셨던 말씀을 그대로 외우도록 부탁한 것을 이릅니다. 아난다는 “이와 같이 나는 들었습니다.(여시아문, 如是我聞)”는 말로 시작하여 붓다의 말씀을 줄줄 외우는데 이를 경(經, Sutra)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제자 우팔리가 주로 규범이나 예법에 관한 붓다의 말씀을 읊는데 이를 율(律, Vinaya)라고 합니다. 경과 율은 구전되어 내려오다가 후세에 글로 옮겨집니다. 마지막으로 후대 학자들이 경이나 율에 주석을 단 것이 론(論, Abhidharma)입니다. 이렇게 경, 율, 론을 ‘세 개의 바구니’라는 뜻의 트리피타카(tripitaka)라고 부르고, 한문으로는 삼장(三藏)이라고 합니다.
2. 대승불교의 등장
불교는 시간이 흐르며 여러 부파로 나뉘는데 크게 대승불교(Mahayana)와 소승불교(Hinayana)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소승불교가 개인적 수행을 통해 아라한이 되려는 소수 엘리트 중심의 불교인 데 반해 대승불교는 보살 정신을 추구합니다. 당장 열반에 들 수도 있지만 자비심이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힘쓰면서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입니다. 소승불교는 주로 스리랑카, 버마, 태국 등으로 퍼져서 남방불교라고도 불리고, 대승불교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으로 퍼져서 북방불교라고도 합니다.
대승불교에는 중관학파와 유가학파가 대표적입니다. 중관학파는 나가르주나가 창시한 학파로 공(空) 사상을 가장 중시합니다. 궁극실재·절대는 제한을 받을 수 없으므로 비었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공(空) 사상입니다. 힌두교의 브라흐만과 매우 흡사한 대목입니다. 또한 진속이제라 하여 진리를 궁극진리(permanent truth)와 일상진리(conventional truth)로 나눔으로써 현실에서의 혼란을 피합니다.
유가학파는 오로지 의식만이 있다고 말하기 때문에 유식학파라고도 합니다. 우리의 의식만은 공(空)하지 않다는 일체유심조, 우리의 의식이 시작되고 들어가는 알라야식(Alaya-vijnana)의 개념을 가르칩니다. 알라야식은 칼 융의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과도 통하는데, 우리의 생각들이 실제로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성정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공동 저장소인 알리야식으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또한 여래장이라고 하여 우리가 모두 부처님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유가학파의 가르침입니다. ‘나’안에 진리가 있다는 이러한 가르침은 힌두교를 비롯한 여러 심층종교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내용입니다.
3. 중국의 불교
부모님에게서 받은 신체를 훼손할 수 없고, 자손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중국에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구도에만 전념하라 하는 불교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3~4세기경의 정치 상황에 잘 맞았고, 불교에 귀의하는 것은 인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받아들여져 불교가 퍼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발전한 중국의 불교는 크게 삼론종, 유식종, 천태종, 화엄종, 정토종, 선종의 여섯 종파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삼론종은 나가르주나의 사상을 토대로 성장했고, 유식종은 유가학파의 가르침을 이어받아서 삼론종, 유식종을 인도 불교에 충실한 종파라 하여 Buddhism in China라고도 합니다. 반면 나머지 천태종, 화엄종, 정토종, 선종은 완전히 중국화된 종교라 하여 Chinese Buddhism이라 부릅니다.
그 중에서도 <화엄경>을 중심으로 발달한 화엄종은 법계연기(法界緣起)를 가장 핵심적인 사상으로 말합니다. 법계연기는 온 우주가 다 연결되어있다(related interdependence)는 뜻으로 상즉, 상입의 개념을 함께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문은 집의 한 부분이지만 문이 없다면 집일 수 없습니다. 창문, 기둥, 벽, 지붕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문 없이 집 없고, 집 없이 창문도 없으며 이렇게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된 것입니다. 내 뺨에 온 우주가 들어있다는 말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인데 우리는 싸울 이유가 없으니 투쟁 사관이나 진영 논리 역시 법계연기의 가르침 앞에서 힘없이 허물어집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힘들고 지쳐 있던 제 마음도 함께 놀라우리만치 고요해졌습니다. ^^
<아미타경>을 근거로 뻗기 시작한 정토종은 법장의 48서원 중 18번째 서원에 따라 ‘나무아미타불’을 욉니다. 누구든지 절대적인 믿음과 정성스런 마음으로 아미타불의 이름을 부르면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그리스도교의 최종 목표가 천국인 것과는 달리 정토종의 최종 목표는 극락왕생이 아닙니다. 정토에서 사는 것은 아직 존재가 소멸된 상태가 아니고 단지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 열반에 드는 것이 보장된 상태일 뿐입니다.
아미타불은 왼쪽에 관세음보살, 오른쪽에 대세지 보살을 거느리는데 특히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괴로운 중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열 개의 얼굴, 천 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 하여 ‘11면 천수 관음보살’이라 합니다. 이 관음보살은 인도에서는 남성 보살로 형상화되는데 재밌게도 중국에 와서는 여성 보살로 나타납니다. 이는 아마 완벽한 신적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남녀 양성구유(Androgyneous)의 성질이 부여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모든 것이 상즉, 상입하되 의식만이 존재한다는 가르침에 유난히 절망, 분노, 미움, 자괴로 가득 찼던 저의 올해가 승화되어 단단한 무언가로 안에 차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가 ‘종교를 믿게 되면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던데 네가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합니다. 음... 아마 이제야 어른이 되기 위한 100단계 중 1단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강의를 마칠 즈음이면 1단계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내 뺨 안에 우주가 있다는 마음으로 내 뺨도 네 뺨도 어루 만지며, 살아야 할텐데...
어른이 되어 가는것에 공감공감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