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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의 이해] 1강 - 조로아스터교
[세계 종교의 이해] 1. 조로아스터교
누군가 종교를 물으면 '무교'라고 답해왔고 스스로도 '신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믿음의 문제를 떠나 학문으로써의 종교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강좌를 신청하게 되었다. 기독교의 성서인 성경만 보더라도 실은 그만한 대 서사극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여러 종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공부하고 이해하다보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일상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 강의는 오강남 선생님의 저서「세계 종교 둘러보기」를 주교재로 하고, 8주 동안 매주 화요일에 열린다.
1. 서먹함을 녹이는 아이스 브레이킹(Ice-Braking) 시간
첫 강의인만큼 수강생들 간의 긴장을 풀기위한 시간이 마련되었다. 딱딱하게 놓여있던 책상을 밀어버리고 각자의 얼굴을 마주보도록 의자를 둥글게 배치했다. 모두들 비슷한 표정으로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났다. 나이도 천차만별, 다른 취향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강의실 가운데를 빙글빙글 돌며 학창시절에나 해볼 법한 게임을 하고 있자니 금새 키득키득하는 소리가 들렸다. 게임 후에는 각자 정해진 파트너와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간단히 자기소개도 하면서 서로의 얼굴을 익혔다. "참여연대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라고 말한 분이 계실만큼 낯설기도 했지만, 평소처럼 강의를 시작했다면 절대 나오지 못했을 정겨운 분위기가 강의실 전체에 훈훈하게 퍼졌다.
2. 종교간의 평화가 없으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
오강남 선생님께서 강좌의 첫머리부터 마칠 때까지 강조하신 부분이다. 한스큉은「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On being a christian)」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종교 간의 배타적인 태도를 꼬집어 지적했다. 종교에 대한 기초 연구가 없으면 종교 간의 대화가 불가능하고, 종교간의 대화가 없으면 종교 간의 평화가 불가능하며, 종교간의 평화가 없으면 세계 평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선생님의 뒤따르는 설명.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가 간 분쟁의 대부분이 종교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씀이었다. 평화와 공존을 강조하는 종교가 오히려 전쟁을 낳는 이유는 서로 간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세력 싸움이 극심해 정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니 더욱 쉽게 납득이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한국 기독교의 배타적인 성격에 대해 특히 불편함을 나타내셨다. 세계교회총회(WCC)의 10회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을 두고 한국기독교총회가 무작정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교회총회는 기독교의 근본주의에서 탈피하여 타종교와의 평등한 교류와 대화를 중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세력이다. 이들은 기독교에서 죄악으로 일컫는 동성애 역시 포용의 대상이며, 세계질서가 자본주의 중심으로 흐르는 것과는 별개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도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나는 한달 전쯤 세계교회총회를 반대하는 한국 기독교 단체의 서명 운동에 엉겁결에 펜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들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말도 안되는 단체에요!"라며 집요하게 쫒아오는 탓에 서명을 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얼토당토 않는 유언비어였다. 한국 기독교의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오해를 빚어낸 셈이다.
3. 서양 종교 전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조로아스터교
다른 종교에 비해 알려진 바가 적지만 조로아스터교는 유대교를 비롯해 이슬람교, 그리스도 교에 큰 영향을 끼친 종교이다. 교주는 조로아스터(Zoroaster)이며 니체의 저서에 등장하는 '차라투스트라'가 바로 그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 그는 30살에 자기 키의 아홉 배나 되는 천사장을 만났고 그로부터 "한 분의 신이 있다"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조로아스터교의 유일신은 '아후라 마즈다', 그 이름은 '지혜를 가진 주님'이라는 뜻이다. 조로아스터교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유일신'이라는 개념이 조로아스터교에서 최초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독교 교리의 초석인 유일신, 심판, 천당, 지옥, 부활과 같은 가치들 모두 조로아스터교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세상의 선과 악에 관한 조로아스터교의 이분법이다. 완전하고 완벽한 창조주를 상정하고 있는 기독교에서 '왜 악이 존재하는가?'는 꽤나 골치아픈 질문일 것이다. 조로아스터교는 선악의 문제를 선신(스펜타 마이뉴)과 악신(앙그라 마이뉴)의 존재를 통해 해결했다. 즉, 악의 문제를 악신으로 설정하여 무마한 것이다. 오강남 선생님께서는 "세상은 악한령과 선한령의 대쟁투(Great Controversy)"라고 묘사한 조로아스터교의 경쟁적 역사관이 배타적 종교 문화로 왜곡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이야기한 것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예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한다. 현실에 만연한 기독교의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사랑과 평화와 같은 본질적인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4. 강의 중에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이번 강의의 수강생 분들은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을 해내 선생님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선생님께서 농담삼아 던진 수수께끼의 답도 금새 맞추어 내는 바람에 조금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셨다. 강의가 끝난 후 수강생들이 던진 질문과 선생님의 대답을 정리해보았다.
1) 목회 공부 중에 기독교의 기본 교리를 배울텐데, 왜 한국 교회가 유독 배타적인 색채를 보이는 건가요?
- 현재 우리나라의 신학과에는 세계 종교 과목이 없습니다. 설령 있다하더라도 기독교의 우수성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웃 종교와의 대화를 강조해 자기 종교만 고집하는 옹졸함을 극복해야 하는 게 중요합니다.
2) 니체와 조로아스터의 관계는 무엇인가요?
- 니체는 자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사실 니체는 불교를 받아들인 서양 철학자이자, 그의 사상 중 많은 부분이 동양 사상에 기인하고 있기도 합니다. '영원회귀' 같은 개념은 불교의 윤회 사상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서양이 동양 종교의 영향을 받은 사례는 많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바그너의 오페라에도 불교의 개념이 등장하고, 마틴 부버는 「장자」에 감명을 받아 「너와나」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3) 유교도 종교라고 할 수 있나요?
-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합니다.「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이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유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 종교를 정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변화 혹은 변혁(Transformation)입니다. 종교를 통해서 변화를 체험하고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이것을 위해서 힘쓰는 것이 종교입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괴테는「아라비안 나이트」를 제대로 읽기위해 아라비아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의 언어만 아는 사람은 아무 언어도 모른다"는 명언을 남겼다. 막스 뮐러는 그의 저서 「동방성서(SBE)」에서 괴테의 말을 인용해 "하나의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외적비무장 상태를 갖추는 것보다 내적비무장의 정신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며, 한쪽이 승자가 되고 상대가 패자가 되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했다. 오강남 선생님께서는 한 사물이라도 여러 방향에서 본 모습이 다르듯 자신의 종교와 관계없이 이웃의 종교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셨다. 선생님의 언어로는 '특수인지능력의 활성화!'라고.
나 역시 한국에서 자라면서 불교와 기독교의 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강의를 통해 종교 자체의 본질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가 지니고 있는 심층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인가보다. 참고로 오강남 선생님께서는 현재 <종교너머, 아하!(http://www.njn.kr)>라는 단체에서 동양 종교에 대한 강의를 하고 계시다고 한다. 참여연대의 이번 학기는 서양 종교를 다루고 있지만, 동양 종교와 함께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글 : 곽민해 자원활동가
어떤 시간이었는지,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 잘 알 수 있어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