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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쇼] 표현의 자유를 찾는 사람들, 박경신 교수, 최승호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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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되고 참신한 참여연대 토크쇼 후기
표현의 자유를 찾는 사람들 - 박경신 교수, 최승호 피디
글 : 자원활동가 김주호
“우리나라에 찾아온 표현의 자유의 위기는 대선이 어떻게 끝나든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의 법제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MB정부는 이 제도를 악용했을 뿐이다.” - 박경신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중징계, 미네르바 사건,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국정원의 명예훼손 소송, MBC파업, 음란물의 기준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 논란,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에서의 정치적 의사표현 금지 조항 위헌판결까지...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수많은 사회적 갈등이 벌어졌다. 어떤 이들은 표현의 자유가 남용되고 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어떠한 주장이 타당한 것일까?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이유로 이토록 뜨겁게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것일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시민들의 각성? 아니면 정권 차원의 강력한 제재?
# 이야기 나누기1. 박경신 교수 : 표현의 자유 현주소를 말하다
박경신 교수는 지난해 7월 남성의 성기 사진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련 의결 결과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실어 정보통신법 상 음란물 배포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열린 항소심에서 고등법원은 벌금 300만원의 유죄 선고를 내렸던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위기가 잘못된 법제도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러한 잘못된 법제도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표현의 자유가 마치 원래는 없었다가 새로 생긴 것과 같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이유는 이러한 잘못된 법제도를 정권 차원에서 악용했기 때문이며, 결국 이러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잘못된 법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 진실유포죄, 미약한 문제제기를 자체를 봉쇄하다.
우리 형법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은 물론 진실한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또한 처벌하고 있다. 실제로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가 사업장 앞에서 사용자에 관련된 내용을 피켓으로 들었다가 유죄로 처벌된 예가 있다. 당장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어도 실명보도를 하게 되면 해당 언론사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익명보도를 하게 되면 사람들이 그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게 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여러 현장고발 보도프로그램들은 익명처리와 모자이크로 인해 바닥만 보다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했던 한 여자 변호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PD수첩을 통해 방영되자 거기에 같이 출연했던 또 다른 여자 변호사는 오히려 자기가 그 문제의 변호사로 오인 받는다며 실명보도를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알고 보면 만두파동, 치킨파동의 경우에도 이물질이 나온 제품이 어떤 것인지 사실대로 보도를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어떤 제품이 문제의 제품인지 알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모든 만두와 치킨을 먹지 않아 생긴 사건이었다. 즉, 서로가 서로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사회는 제대로 발전하기 어렵다.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재판이 벌어지면 만약 해당 사실이 진실로 밝혀지더라도 결국 피고인은 처벌을 받게 되므로 법조인들은 진위여부를 정확히 입증하지 않고도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고 유죄판결을 받아 현재 형이 집행 중이지만 정작 검찰은 주가조작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도 주가조작을 했다는 정봉주의 발언에 근거가 불충분하고 그것이 근거 없는 의혹제기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을 뿐, 판결문에 주가조작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명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근거 없는, 혹은 근거가 미약한 의혹제기를 할 수 없게 되면 사실상 권력 비리에 대한 고발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권력 비리에 대한 고발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며, 권력 비리 자체가 어둠의 장막 속에서 이루어지는 부정인 만큼 그 두꺼운 벽을 삐져나오는 작은 단서들 밖에는 남지 않기 때문이다.
장자연 사건의 경우에도 관련 사실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고인이 유언장처럼 남긴 리스트는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서를 가지고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게 되면 그 어느 누구에 권력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된다.
노회찬 의원의 경우도 똑같은 사례다. 검찰이 삼성의 떡값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안기부의 불법감청 X파일이 이상호 기자에게 전달되었지만, 관련 당사자가 아닌 그 어느 누구도 그 파일의 작성자가 안기부가 맞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은 결국 ‘근거 없음’이었다. 이런 미약한 단서라도 일반에 공표되어 누군가를 분노시키고, 하다못해 관련 당사자만이라도 분노시켜서 해명보도라도 하게 해야 그러한 비리 사실이 어둠의 장막에서 진실의 빛으로 걸어 나오게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러한 문제제기 자체를 법으로 금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진실에 의한 명예훼손제도가 존재함으로 인해 사회의 평가시스템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을 적용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발생시켜 결국에는 정말 든든한 근거가 없으면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 사람의 미약한 정보에 다른 사람들이 정보를 더하고 거기에 당사자의 반증을 더하고, 반복되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진실에 가까워져 가는 것이지만 진실유포죄는 그러한 과정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이다.
- 모욕죄, 당신은 모욕당할 권리가 없다.
대한민국 형법 제311조에 규정된 모욕죄는 전 세계에서도 독일, 일본,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죄이다. 말대로 남을 모욕하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몇 해 전, 배우 문근영 씨가 많은 기부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찬사를 받자 보수논객인 지만원 씨가 ‘문근영의 외할아버지가 빨치산 이었다’는 문제 제기를 했고, 거기에 한 네티즌이 “지는 만원이라도 냈나”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모욕죄로 고소를 당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모욕죄는 원래 전근대 유럽에서 중세적인 마인드로 만들어낸 법 규정이며, 이는 봉건제를 지탱하는 계급적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사상이 유교윤리로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각자의 자리가 있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과연 자신에게 주어진 그 자리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 서로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이 내재되어 있다. 즉 진실을 말하더라도 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시키면 처벌을 받도록 함으로써 귀족들이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도록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따라서 모욕죄가 처음에 만들어질 때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은 모욕죄를 주장할 수 없었다.
유럽의 경우에는 1930년대 나치가 봉건적 잔재를 없애면서 모욕죄 규정을 폐지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 모욕죄를 받아들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에는 모욕죄의 문턱이 높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욕죄의 문턱이 높아 법조인 친구라도 있지 않으면 사실상 모욕의 피해를 구제받기 어렵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하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자기가 당한 모욕의 피해를 검찰을 통해 보전받기가 상당히 힘들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에서 모욕죄는 일부 힘 있는 사람들, 즉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자기의 체면과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주로 작동한다. 실제로 모욕죄의 주요 처벌대상은 집회 시위 참가자나 철거반대 농성자이다.
미국에서는 욕설을 통제하는 경우도 사상통제일 수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베트남전 당시 강제징용이 실시되자 많은 시민들이 반전시위와 함께 징병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옷에 “Fuck the draft”라는 말을 쓰는 것이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언어란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감정을 전달하기도 하는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어떠한 감정은 꼭 그 단어를 써야만 전달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2002년 효순미선 촛불집회 때도 시위구호가 ‘Fucking USA’였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다. 많은 욕설들은 주관적으로 증거가 있는 증오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감정의 표현들을 일일이 국가나 다른 누군가가 분석하고 판정해서는 안 된다는 게 다원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그 모욕죄 역시도 검찰이 직접 개입하서 단속하는 경우는 우리 나라 뿐이다. 심지어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모욕죄에 대한 형량이 높다.
-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 자체가 폐지되어야
명예훼손에 대한 우리의 형사처벌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시민의 정치적 인권을 명시해놓은 두 개의 협약, 자유권협약과 사회권협약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둘 다 가입이 되어있는 반면에 미국은 자유권 협약만, 북한은 사회권협약만 가입되어 있다.
지난 4-50년간의 판례들을 종합해 내놓은 유엔 인권위원회 일반논평에 따르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는 점차 폐지되는 추세이며, 이러한 제도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즉 무죄판결이 나오더라도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이 제도를 남용하는 사례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형사처벌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에서 2007년까지 전세계에서 명예훼손으로 감옥에 간 사람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200여명에 불과하며, 우리나라는 전체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이야말로 왜 명예훼손으로 인한 형사처벌 제도가 폐지되어야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이들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한번의 사건으로 너무나도 많은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 이야기 나누기2. 최승호 PD : 피디수첩 탄압으로 본 언론의 자유
“언론사가 언론인에 의해서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MBC가 과거에도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지만, 이 정도로 망가진 적은 없다. KBS, MBC, YTN, 연합뉴스의 연대파업 같은 정도의 싸움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언론사에서 처음 일어났던 엄청난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현실을 바꿔내지 못한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 주간경향 1005호 [지승호가 만난 사람]해고 투쟁하는 PD수첩 최승호PD 중에서
황우석 사건, 스폰서 검사, 4대강 등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던 MBC PD수첩에는 늘 그가 있었다. 그러나 최승호 전MBC PD는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지난여름 해고되었다. 또한 22년간 숱은 화제의 프로그램을 방송했던 PD수첩은 방송이 중단되었다.
- 그들이 방송을 잡으려고 하는 이유
언론분야에서 방송은 상당히 중요하다. 광고주 협회가 조사하는 신뢰도 조사에서 KBS는 영향력 면에서 50%정도이고 여기에 MBC까지 합치면 약 70%에 이른다. 전문가들 조사에서는 한겨레도 높은 편이지만 광고주 협회 조사에서는 그 영향력이 0.8%에 불과하다는 것을 봐도 방송의 강력한 파워를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정권입장에서는 방송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러한 방송통제가 많이 사라졌고 그래서 황우석 보도라든지 큰 보도들을 할 수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때는 마치 그동안의 통제를 모두 모아 한 방에 몰아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러다 보니 그 영향력은 전두환 정부 정도는 되었을 것 같다.
엄연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정부는 방송을 통제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방송법, 방문진법과 같은 방송통제체제 덕분이다. 어디든 사장의 선임은 중요하다. MBC는 이사회의 구성상 청와대가 지시하면 여당 측 이사 6명이 야당 측 이사 3명을 누르고 사장을 일방적으로 선임할 수 있다. 최승호PD의 경우에는 25년간 방송을 만들어왔고 나름 시청률 등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무엇을 만들겠다고 하면 국장급에서 사실상 막기가 어려운데, 그렇게 해서 방송을 하면 난데없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사과명령을 한다든지 경고조치를 내린다. 그럼 회사에서는 그걸 또 꼬투리 잡아서 인사 조치를 하고 특정주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다. MB정부 들어서는 여기에 검찰도 동원되었다. 이렇게 철저한 통제체제 속에서 거르고 걸러 나온 방송은 대개 여권에 유리한 내용은 더 뻥튀기하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통심위에서 공정성 심의를 하지만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만 걸리지 정부를 편파적으로 편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심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제작 비화
최승호PD는 그동안 4대강을 다룬 프로그램을 3번 만들었다. 시민단체들은 4대강의 본질을 대운하라고 하는데, 그는 MB정부에 이러한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프로그램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반응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4대강의 표면적인 목표는 가뭄, 수질, 홍수예방 세 가지다. 물을 가둬놓는데 수질이 좋아질 리는 없으니 최승호PD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의문을 가졌지만, 사실 가뭄과 홍수 예방에는 4대강 사업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광우병 보도로 한창 주목을 받고 있었던 때라 나름 공정하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취재에 나섰지만 답이 보이질 않았다.
강바닥을 준설해서 물의 양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물을 어디다가 써야할까? 평야나 고지대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로 공급을 하거나 또는 수도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4대강 사업에는 물을 공급하는 계획이 아예 없었다. 강에다가 관수로를 뚫어서 필요한 곳에 연결을 해야하는데 그런 계획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최승호PD는 관계자들에게 어째서 물공급 계획이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본류는 지류가 낮고 실제로 땅이 가문 곳은 지대가 높기 때문에 관을 매설해서 그 물을 끌어올리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실 물로도 쓸 수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최승호PD는 공무원들에게 이 물들을 어디에 쓰려고 가두어 놓는 것이냐고 물었다. 4대강사업추진본부의 국장급 인사들은 이 물이 하천유지용수, 즉 강을 생태적으로 강답게 유지하는 물, 그러니까 찰랑찰랑 보기 좋고 물고기들이 살기에 행복한 그런 용도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래서 그럼 왜 홍보할 때 물부족을 해결한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불분명했다.
최승호PD는 그럼 가뭄을 그렇다 치고 홍수라도 뭐가 있겠지 싶었다. 그렇지만 4대강 본류들은 홍수가 나지 않는다. 워낙 큰 강들인데다가 오랫동안 역대 정부들이 제방을 잘 쌓아놓은 덕에 200년 빈도의 엄청난 폭우가 내리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되어있었던 것이다. 국가하천의 경우에는 97%가 이미 정비된 상태였다. 2009년 여름에 비가 많이 왔었는데 당시의 국토전체 피해액수 중에서 4대강 본류의 비율은 0.5%에 불과했다. 결국 4대강 사업을 하더라도 0.5%의 피해액수를 줄일 수 있을 뿐, 홍수의 근본적 해결이라고 할 수 없었다.
최승호PD는 이 4대강 사업에 뭔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취재도중 그는 댐 토목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수자원학회를 찾았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계의 최고원로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는 이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사업인데 여기에 대해 어떠한 대응을 할 것인지가 논의되고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는 물부족, 홍수예방이 불가능하니 차라리 이것을 대운하가 아닌 ‘낙동강 주 운하’ 등으로 부르면서 사업을 펼치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취재내용을 최대한 공정성의 냄새를 풍기면서 첫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 후 무지막지한 통제시스템 때문에 더 이상 이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가 예산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첫 방송이 나간 후 욕을 엄청 먹었는지 이번에는 국장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안 맞는 얘기만 주주장창 하길래 제 딴에는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좀 넣고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따져보니 아니더라 이런 포맷으로 방송을 만들었다. 이 방송이 상당히 인기가 좋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공정언론시민연대라는 한 시민단체가 방통심위에 제소를 했다. 제작진이 소환되어 두 시간정도 논쟁을 벌였다. 그는 “공정성 심의라는 게 펙트를 이야기해야 하는 건데, 양쪽 주장의 분량을 같게 하기 위해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내용을 같이 붙여야 공정하다는 것인가? 이건 물타기 아닌가? 방통심위는 이러한 것을 권장하면서 공정성 심의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건 국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는 것이다. 만약에 이런 식의 공정성 심의를 하고 그것을 근거로 처벌을 한다면 앞으로의 탐사보도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당시의 위원장님은 공정성은 문제 삼지 않고 권고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조중동에서는 다투듯 기사를 썼고, 그걸 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고나 권고나 다를 바가 없었다.
‘수심 6m의 비밀’은 MBC노조가 파업을 통해 만들어 놓은 저항의 공간 사이에서 제작될 수 있었다. 그때는 기획 취재 단계를 막지 못했는데 방송하려는 순간 정부에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했고, 다행히 법원에서는 기각되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불방을 지시했고 여기에 시민사회계의 압력이 가해지자 한 번 더 불방시키면 제2의 촛불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결국 방송을 막지 못했다.
- 방송의 공정성, 점령하라!
최승호PD는 PD수첩을 둘러 싼 모종의 플랜을 짠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PD수첩을 없애고 담당PD들을 다 자르고 시사교양국을 아예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으며 PD수첩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을 부장으로 앉혔다. 170일간의 파업을 푸는 과정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직접 노조에 약속을 하기도 했고 파업을 풀고 돌아가면 새누리당을 책임지고 설득하겠다, 김재철 사장 문제를 국민의 눈높이게 맞춰 처리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방문진 이사들이 김 사장의 해임을 막았다. 이것은 방송의 통제구조를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러한 구조의 틀 속에서는 자신들이 이사회에 개입해 해임을 무산시킨다고 하더라도 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계산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개입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일처럼 되고 말았다.
결국 방송을 통제하고 있는 이 법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의 페이스대로 방송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형태를 깨야만 한다. 방송법과 방문진법, 이걸 깨야 방송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