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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세션후기]평화교육워크숍:누구나맘대로톡톡 - 나와 세계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0월의 마지막 날, 평화교육 워크숍의 네번째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나와 세계 - 날뛰는 차별과 마주하기 입니다.
나는 오늘 또 어떤 "아하!"의 순간을 맞이 할 수 있을까 기대감을 한아름 안고 자리했습니다.
진행자가 잔잔하게 안부 인사를 건네며, 지난 시간 레아씨와의 오감을 자극 받았던 워크숍을 놓친것을 안타까워 했어요.
그 날 이후로 함께 하는 참여자들끼리만 친해진것 같다며 '서운해' 했답니다. ^^
(근데, 정말 우리끼리 친해진것 같아서 쫌 미안ㅎㅎ)
1.
상상을 해봅니다.
동물원에 가서 동물들을 떠올리고 가장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동물 한가지를 마음속으로 꼽습니다.
네 명씩 조를 이루고 색지를 네 등분하고 차례대로 돌아가며 머리-가슴-배- 다리 부분을 각자가 꼽았던 동물에 맞게 그림을 완성해 갑니다.
어떤 그림이 나왔을까요?
에그머니나!
세상은 넓고, 우주는 무한에 가까우니까...
은하계 어딘가에는 이런 생물체가 있을 수도 있으.... ^^
한 사람씩 차례가 돌아갈 수록 갈등을 하게 되더라구요.
위에 사람이 그린 동물을 따라 그려서 완성해야 할까? 내가 먼저 생각하고 있던 동물을 그려야 할까.
우리 모두 각자 나름의 이유대로 위에 사람것을 따라 그렸든, 그리지 않았든 했었답니다.
간단한 그림 그리기에서 무엇을 생각해 보셨나요?
우리는 정말 서로 다르구나, 다른 생각을 갖고 있구나 또 한번 "아하!"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2. 정체성 모자
예쁜 고깔모자를 써보았어요.
고깔에는 '병역거부자', '키크고 마른 허약한 남성', '예쁜 젊은 여성', '뚱뚱한 여성', '이주노동자', '정신지체장애인'. '왕따' 등의 표현이 적혀 있는 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내가 쓴 고깔모자 위에 붙어 있는 글귀를 나는 보지 않은채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 언어를 통해서 "어떤~사람"이라고 표현된 글 귀를 맞춰보는 놀이였어요.
'이주노동자'라는 고깔은 쓴 분에게 "냄새나 절루가", "짜증나",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더군다나 고깔을 쓴 사람이 몇 마디 표현을 듣고 단박에 정답을 맞췄을 때
여러가지 불편한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특히, "예쁘고 젊은 여성"에 대한 표현에서도 그 거북한 느끼은 같았는데요. 칭찬인것 같지만 남성적인 시선이 그대로 녹아있는 표현과 말투를 내뱉을 때는 소름이 끼치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3. 서울 v s비서울, 젋은 vs 나이듦, 학사이하 vs 석사이상, 영어가능자 vs 불가능자
제목만 봐도 짐작이 되셨나요?
진행자가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쪽과 저쪽으로 나눠서 보라고 했을 때까지 별다른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림 그리기, 정체성 놀이를 했을 때처럼 우린 많이 다른 사람들이구나 정도 인식했다고 할까요.
그런데 활동을 마치고 무엇을 느꼈는지 소통을 하면서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 하셨습니다.
"내가 속한 그룹이 계속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쪽은 한국사회에서 우열하다고 여겨지는 그룹이고, 다른 한쪽은 그 반대의 경우같았습니다. 나는 한 쪽에 계속 서있었는데, 마지막에 다른 한쪽으로 불편한 다리를 잡고 옮겨 걸어가면서(몇주전 다리에 부상을 입어 거동이 조금 불편한 참가자였다)이렇게 나뉘어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속했던 그룹에 있던 사람들도 계속 바뀌고 있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다를 뿐인데, 이렇게 다름이 차별이 되는구나!
앞서 진행한 모든 활동을 정리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차별이 구성되는 과정과 언어에 대해서, 한마디로 해결책을 이야기해 보자면.
이분법적인 언어가 정답을 만들어 낸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최고/최저, 이성/감성 이런식의 분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표현(정답)들을 만들어 내는것이 둘 중에 하나만이 정답이라는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에게 차별 받은 젊은 여성의 사례, 차남으로서의 집안 내의 차별, 직장에서 권위에 대한 복종 강요...
내가 받은 차별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설명해 주면서, 또 다른 사람이 동조해 주고 조언해 줄 때 나에게 따뜻한 위로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질문, 여기 모여있는 16명의 생각이 얼마만큼 다를 수 있을까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와 신상공개라는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완전)그렇게 해야 한다" 에서 부터 "절대 그렇게 하면 안된다" 까지의 생각을 일렬로 서보라는 엄청난 질문이 던져졌다. 16명이 일렬로 서기 위해서는 양쪽에 서 있는 사람과 협상을 통해서 네 생각과 내 생각을 따져 보아야 한다는 전제도 붙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각자의 생각은 "달라도 너무~" 달랐지요.
16명이 일렬로 섰기 때문입니다. 결정해야 된다는 생각에도 '신중히 결정해야 된다'는 언어가 붙은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었고, 하나는 찬성하지만 또 다른 하나는 큰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에 옆에 사람보다 오른쪽에 섰다라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독재자가 군림하는 이웃나라에 미군과 한국군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연합공격을 할 수 있다>라는 두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을 받고 협상하는 과정보다 조금 더 여유있고 빨리 줄이 세워졌다. 역시 이유는 다양했고 정도의 차이도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같이 돌림노래를 배웠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평화를 이야기 할 때 많이 부르는 노래라는 설명이 기억이 납니다.
"툴라툴라마마 툴라 툴라마마 툴라 투라 에투투 -
움 움마에 움 움마에 움 투루루.......아에!
툴라투 툴라마마 툴라 예~띠
툴라투 툴라마마 툴라 오마에-띠"
그리고 오늘 세션을 모두 마친 뒤 짧은 소감을 날씨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기분 좋을 정도로 쌀랑한 바람이 부는 시원할 날'. '해가 쨍쨍한데, 그렇게 너무 쨍쨍하지 않아서 좋은 날', '비가 내려 나뭇가지 위에 물방울이 ㅤ맺혀 있고 그 사이로 쌍무지개가 떠있는날'. ' 구름 가득낀 하늘 어딘가 구름 사이 빛이 내리 쬐는 날', '맑은 하늘에 바람이 쉭-하고 지나가는 날', '무슨일이 벌어질 듯한 느낌의 따뜻한 바람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