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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세션후기]평화교육워크숍:누구나맘대로톡톡
아카데미 느티나무는 올 여름부터 평화교육에 대한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준비 과정도 길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분들이 기획과 진행에 대한 의견을 온,오프라인으로 수 없이 많이 교환했습니다.
참여연대 아카데미에서 평화교육워크숍을 할 수 있을까. 한다면 잘될까. 시작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많은 질문과 고민들이 교차했지만, 뚜껑을 열기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었던 워크숍의 뚜껑이 드디어 지난 10월 10일 수요일에 열렸고 이제부터는 매 세션이 진행될 때 마다 그 기록을 남깁니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저녁 7시에 가까워지자 한 두분씩 워크숍 장소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로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문 안쪽으로 들어선 분들에게서 약간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섞인 눈빛이 읽혀 집니다.
그도 그럴것이 느티나무홀에는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습니다. 뻥 뚫린 공간에 돗자리 몇 장 그리고 방석 몇 개만이 깔려 있습니다.
군데 군데 색지에 적혀진 평화와 관련된 글귀와 전면에 걸려있는 플랭만이 이곳이 워크숍이 열리는 장소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을밤과 어울리는 음악이 나지막히 홀을 가로 지르고 있습니다.
간단히 명단을 확인한 뒤 장내를 서성이며 준비된 다과와 김밥을 먹고 있습니다.
안면이 서로 있어 보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어디서 뵙지 않았었나요?" "네, 지난 봄에 그 워크숍에서..."
대부분 서로 잘 모르지만, 눈짓 인사를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돗자리 가운데서 말하고 있진 않지만,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기를 기다리는 존재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짐작컨대 진행자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돗자리로 모여듭니다. 한 두명씩 신발을 벗고 반짝반짝 빛나는 은박 돗자리 위로 올라 섭니다.
진행자는 돗자리 위에서 편안한 느낌으로 잠시 걷기를 청합니다.
내가 익숙한 보폭으로, 한 걸음 두 걸음 걷습니다. 사뿐사뿐, 요리조리 움직이며 걷습니다.
걷는 사람들에게 다시 어깨 인사를 청합니다.
어깨를 서로 부딪치며.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눕니다.
잠시 걸었을 뿐인데, 신기합니다. 땀도 나는것 같고, 몸이 따뜻해졌습니다.
모든 사람과 어깨 인사를 나누어 갈 즘에, 걷던 것을 멈추고 그 자리 앉았습니다.
"자신이 평화를 느낄 때가 언제인지,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내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를 한 사람씩 3분동안 이야기 합니다.
상대방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종이에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림의 제목을 붙입니다.
서로에게 그림을 전달하고, 진행팀에게 라벨지를 받아 그림 제목을 적어 몸에 붙입니다
그렇게 등을 마주대고 온전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림을 그리고, 그림에 제목을 붙여준 바로 그것이.
워크숍 내내 사용하게 될 나의 별칭이 되었습니다.
다시 홀 안을 걸어줄 것을 요청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손뼉을 마주치며 흥겹게 걷습니다. 짝짝! 여기저기서 웃음 함께 경쾌한 마주침이 울려 퍼집니다.
아까와는 다른 한 사람을 만나 등을 대고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진행자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짓고 싶은 평화 농사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세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어떤 일을 해야하며 누구를 만나야 할지 서로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역시 한 사람은 이야기하고 한 사람은 듣기만 합니다. 듣고 있는 사람은 떠오르는 이미지를 종이에 그립니다.
과정이 끝나고, 서로에게 그림을 선물했습니다.
큰 원으로 모두 모여,
나의 별칭과 선물받은 그림을 펼쳐 보여주며 내가 짓고 싶은 평화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합니다.
참, 여러가지 별칭이 나왔네요.
비우는 평화, 잠평(잠자리의 평화), 돌멩이(나무그늘 아래 돌멩이), 알고파 평화, 풀어내기, 야옹, 산책, 재충전중, 숲 속을 걸을 때, 이동의 기쁨, 파장...
대부분 별칭이 자연과 연관된게 많았어요. 아무래도 자연에 들어 있을 때 가장 평화로움을 느끼나 봅니다.
내가 짓고 싶은 평화 농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사람들과의 관계, 활동을 할 때, 일을 할 때 느껴지는 폭력 혹은 조금 더 평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 갈 것인지에 대한 스무명의 소중한 생각을 온전히 나누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네요.
느티나무홀 군데 군데 붙어 있던 평화와 관련한 다양한 글 귀들을 둘러보며 나의 마음을 잡아 끄는 문구 앞에 서 있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그 이유를 공유했습니다.
십여가지의 글귀가 붙어 있었지만, 아래의 글귀가 참여자들의 마음을 잡아 끌었습니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건 조금 기억나지만, 해보면 이해가 간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911 이후)우리 모두 무슬림이다
어쨌든 세상은 강자가 지배한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생기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할 곳도 인간의 마음이다
국가와 폭력과 남성은 삼위일체
평화는 질서가 있은 이후에 가능하다
내가 타자가 되는 것
아프냐? 나도 아프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때로는 너무 싫었던 말인데...)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새삼 마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 타자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소통 하는 것, 이 모두가 참여자들이 함께 공감하고 있는 화두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은 조금도 시간을 허투로 사용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진행자는 서있던 순서대로 "하나, 둘, 셋" 으로 돌아가며 세 조를 만들었고,
<평화 장애물>, <교육 장애물>,<폭력의 원인>에 대해서 각기 세조의 사람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있는 힘껏 많이 적기를 시도했습니다.
여기저기 겹치는 장애물들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물도 발견했습니다.
장애물에 공감하시나요? 어떤 장애물이 커보이나요?
그리고 이제 다시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워크숍에 대한 기대치와 내가 워크숍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가만히 앉아 쓰다보니
기대되는 것은 금방 적을 수 있었는데,
내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쉽사리 적기 참 어려웠습니다.
그 어려움에 여러분이 공감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 또한 흥미로운 지점임을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씩 이상은 기여를 하시겠다고 공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여자 모두의 '기대치'라는 물줄기가 '기여치'가 모여있는 아래로 흐르며
여러 갈래로 뻗쳐 나가는 형태의 아름다운 강물이 만들어 졌습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서로가 함께 호흡하며
서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을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참여형 워크숍.
‘참여적(P)-낯설게하기(E)-예술적(A)-창의적(C)-대화식(E) 의 P.E.A.C.E. 페다고지’를
맛보고, 놀아보고, 실습해 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세션을 마무리했습니다.
여러분께도 그 울림이 전해지길...
두 가지 지식
- 젤랄루딘 루미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 그 하나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책이나 교사로부터 개념을 배우고
암기를 하면서 배우는 지식,
전통으로부터, 또한
새로운 학문으로부터 배우는 지식이다.
그러한 지식의 힘으로 너는
세상에서 일어선다.
남을 앞서기도 하고
남에게 뒤처지기도 한다.
그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에 따라,
그 지식의 장 안팎으로 드나들며,
네 안의 지식의 판에 더 많은 지식을 새긴다.
또 다른 종류의 지식이 있다.
네 안에 이미 완성되어 존재하는 지식,
샘 판에서 흘러넘치는 샘물 같은 지식- 그 신선함이
가슴 한가운데를 적신다.
이 지식은, 시들지도 썩지도 않는다.
그것은 늘 흐르며,
밖에서 안으로- 배움을 연마하는 통로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이 두 번째 지식은
샘의 근원이다.
네 안으로부터- 밖으로 흘러넘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