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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1강 축산 산업화가 빚어낸 공포, 광우병
광우병의 공포로 광화문광장이 뜨거웠던 이명박 정권의 집권 초기에 나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그 때 벌써 내 친구들 중엔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드리운 녀석들도 있었지만 나는 축구와 같은 것들에 더욱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축산 산업화가 빚어낸 공포, 광우병’ 이다. 그러나 이번 강의의 핵심은 광우병이 아니었다. 물론 화두는 광우병이었지만, 주 내용은 축산 산업화를 통한 극단적 이익추구가 어떻게 인간사회와 환경을 황폐화시키고 피폐하게 만드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광우병은 그 축산 산업화가 가져온 다른 수많은 폐해 중의 하나였다.
현대사회에서 축산은 대개의 경우 기업적으로 이루어진다. 소의 경우 한평 남짓의 축사에 한 마리씩 넣어 최대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면서 근육을 줄이고 살을 찌운다. 이런 과정으로 소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소고기 1Kg당 8Kg의 곡물이 소요된다. 닭고기 1Kg을 기르기 위해서는 2-3Kg이, 돼지고기 1Kg을 위해서는 4Kg의 곡물이 소요된다.
이것은 육류소비의 풍조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곡물 소비량은 2배, 4배, 8배 증가하게 됨을 의미한다. 유럽과 미국, 한국, 일본 등의 산업국들의 부유한 국민들이 소고기 1Kg을 소비할 때마다 곡물 8Kg이 소비되고 곡물이 부족해져 곡물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게 되어 개발도상국의 빈민들의 밥그릇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축산업에 소요되는 곡물은 인간 식량의 1/3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축과 인간이 한정된 식량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제레미 리 프킨이 『육식의 종말』에서 지적하였듯이 한쪽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식량자원을 갈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육식위주의 식습관으로 비만이 문제시되는 것이다.
또한 축산업은 엄청난 양의 수자원을 소비하며 전 세계 물 부족의 큰 원인이다.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곡물 재배에 비해 15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며, 다른 가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축에게 먹이로 주는 곡물을 기르기 위해서도 수자원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참으로 엄청난 양의 수자원이 육식을 위해 고갈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소 1마리는 하루에 23Kg의 분뇨를 배출하고 1만 마리의 소를 가진 농장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11만 명의 인구를 가진 도시의 쓰레기의 양과 유사할 정도로 그 양이 많다고 한다. 그밖에도 소의 트림이나 방귀로 인해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공해 및 환경오염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마존에서는 축산을 위해 산림을 불태우고 불탄 산림을 바탕으로 자라난 초목들을 먹이로 주면서 산림파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우병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광우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병이 아니다.
육식에 대한 욕망으로 굶주린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곡식을 빼앗아 가축에게 먹이고, 소를 빨리 살찌우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죽은 소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이는 인간. 그렇다면 광우병은 육식과 이윤추구의 욕망으로 자연의 질서를 깨뜨린 인간에게 내려진 자연의 경고가 아닐까?
글 : 공채원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