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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5강 - 사례 : 청년 이그나이트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5/14)
공동체란 나에게 허상에 가까운 단어다. 실제로 실체가 없기도 하고 정확한 정의를 잘 모르겠기도 하고. 막연하게 드는 느낌은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에 가깝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수 있는 사람의 집단이지만 워낙 개인주의가 사람들에게 익숙해져있는 시대라 어딘가에 소속되어있음을 속박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사회에서 어딘가에 완벽한 공동체를 꾸리기란 가능할까?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고민들만 머릿속에 떠오르던 나. 아쉽게도 5강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듣게되었다. 다음시간(6강)에는 실제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고 하니 논의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듯. 이번 강의는 마지막 사례발표로, 청년 이그나이트와 온라인 협업공동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이하CC)에서 각각 한명씩 참여해 자신의 공동체를 소개했다.
1. 청년 이그나이트
‘전태일을 계승한다’는 말을 듣고 살짝 오해했다. 운동권임을 티내기 위해 그런 줄 알고. 우리 사회에서 ‘운동권’이라는 단어는 그 한마디로 공동체를 규정한다. 경험해 볼 것도 없이 저사람들은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는. 그러니 굳이 티를 낼필요는 없을텐데. 왜?
섣부른 걱정과는 달리 좀더 인간적인 의미의 전태일정신을 본받고 싶다는 청년 이그나이트의 대표 김선경씨. 자신의 버스비를 힘들게 일하는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는 데 쓰고 자신은 몇시간이 걸려 집까지 걸어갔던 그 마음을 계승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 살지 않고 타인과 나누려는 마음. 경쟁에 내몰려 남을 돌아보지 못하는 청년세대가 경쟁에서 벗어나 좀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청년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미친듯한 실업률 높은 등록금등등. 이러한 문제를 청년들이 힘을모아 해결해나가기 위한 단체가 청년 이그나이트다.
2009년, 같은 고민을 가진 5명이 모여 제일먼저 한 일은 카페를 만든 것. 모임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참고한 모델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주역이었던 ‘커피파티’와 ‘마을회관’.마을회관의 발상이 참신했는데, 시골의 마을회관처럼 뭐든 필요한 것들이 다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청년들은 한푼 두푼 모아 종로 한복판에 카페를 마련했다. 이후 카페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여러 세미나와 선거참여운동, 재개발지역 마을꾸미기 등등. 그들의 취지에 공감,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5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이번해를 시즌2로 정의하며, 구성원과의 소통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 재정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집합할 공간을 가진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같이 모여 이야기할 공간이 없으면 그 공동체는 너무도 쉽게 해체 위기에 내몰린다. 약속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는 관계를 맺기 때문일까. 언제나 항상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니까. 공유하는 공간이 있다면 그래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 아무 때나 그 공간에 가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항상 있다니 생각만해도 소속감이 생기지 않는가. 또 그 공간을 기반으로 주위의 지역사회와 교류할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그런 점에서 카페를 만들었던 일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러 가지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돈이 없으면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용기를 내서 공간 만들기를 실행한 이그나이트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입이 안정적이게 자리잡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월세와 세금 등등으로 인건비를 마련하진 못한다. 언젠가 내가 아는 가난한 활동가 언니와 공동체를 위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언니는 공동체 주택을 운영하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했다. 지나가다가 서있는 허름한 빌라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며 하는 말, “저 땅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뭐든 할 것 같은데..”. 재벌들은 너무도 쉽게 가지고 있는, 공간이 없어 공동체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그녀에겐 꿈이다.
2.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이하CC)
CC의 사례발표는 나에게 뜻밖의 충격이었다. 공동체라는건 고정된 사람들이,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지속된다는 나의 편견을 산산조각내주었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 붕괴 이후의 세대인 젊은이들은 예전 어른들처럼 태어날 때 부터 소속되어있는 공동체가 없다. 그러다보니 주로 스스로 공동체를 찾아나선다. 이는 현실세계 뿐 아니라 가상세계인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네티즌들은 여러 동호회, 커뮤니티들을 통해 비슷한 흥미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CC는 이런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CC라는 단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나로서는 그들이 하는 일을 이해하기에 좀 어려웠다. 주로 온라인 컨텐츠 저작권 문제에 관련된 일을 하는데, ‘저작자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저작물 전파에 제약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놓은 저작권 규약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이하 CCL, Creative Commons License)다. CCL은 아직 한국에서 공식지정된 규약은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훨씬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하는 일도 다소 생소했지만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도 생소했다. 온라인 협업 공동체이므로 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빠르게 모이고, 일을 한다. 예를들어 ‘저작권 관련 외국 원서 번역’이라는 일이 있으면 하고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하는 식이다. 일을 하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은 모임을 만들어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또 CC의 멤버가 다른 곳에 가서 중심이 되어 공동체를 만들기도 하고. 쉽게 모였다 흩어지는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라서 그런지 결집과 해체가 자유로운 것 같았다.
느슨한 집단도 공동체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좀더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 할 수 없을까, 변하는 구성원들 속에서도 좀더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져갈 방법이 없을까 등등... 주요 업무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공동체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가 고민을 들으며 공동체구나! 라고 생각했다. 관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보여서다. 사무처와 상근자를 만들기도하고 없애보기도 하고, 서로 평등한 소통을 하기 위해 회의방식을 바꿔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의 CC가 만들어졌다.
CC나 이그나이트, 각각 공동체의 특징은 있겠지만 그들의 고민은 모든 공동체가 현재 하고있는 고민일 것이며 미래에 할 고민일 거다. 이번 수업은 수강생에게 실제 공동체 운영에 따른 고민을 한번쯤이라도 미리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게 했다.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과정은 분명히 다사다난하고 순탄치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이 경험과 과정은 쓸데없는 게 아니라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삶의 궤적이 한군데에서 만나고, 그것이 함께 뻗어나가는 과정일테니까.
후기작성 | 신동은(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