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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6강 -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5/9)
[문학으로 읽는 이슬람 사회와 문화 6강]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랍문학 마지막 강좌는 살와 바크르의 책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로 진행되었다.
살와 바크르는 이집트의 페미니즘 여성 작가이다. 기존의 아랍 여성 작가들의 일반적인 페미니즘 경향은 남성의 억압이 여성 고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살와 바크르는 여성 고난의 원인이 남성 중심 사고와 사회적 가치관을 비판 없이 인정하는 남녀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들에는 주로 하층민에 속하는 여성들의 고난을 형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 고난의 원인을 규명하고 남녀 간의 투쟁이나 남성에 대한 여성의 적대적 태도를 지향하기보다는 여성 인격을 폄하하는 사회 관습과 가치관 개혁을 통해 남녀 해방이 이루어지는 것을 그리고 있다.
살와 바크르는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는 소설을 통해 이집트 여성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전 작가가 잠시 감옥에 있었을 때 감옥의 여죄수들과 대화를 나눈 경험이 이 소설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감옥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15명의 죄수들이 있고 서술자인 아지자의 입으로 여러 상황들이 설명이 된다. 아지자는 알렉산드리아 귀족층 여자이며 살인죄로 수감이 되었다. 그는 어린 자신을 성적으로 유린했던 자신의 새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가 사랑을 배신한 것을 알고 결국 죽이게 된 것이다. 감옥에 수감된 여성들은 그런 식으로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수감되어있다. 아지자는 황금마차를 타고 하늘로 가는 상상을 통해 현재의 힘든 상황을 도피하려고자 하는데 재소자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자신의 황금마차에 탑승시킬 사람들을 고른다. 거기에는 나름의 탑승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은 그녀가 남성, 제도 또는 사회적 통념에 의한 희생자인가하는 것과 희생정신, 형제애 같은 도덕적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15명의 여성 재소자들은 단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아니라 남성 중심의 가치관에 희생된 희생자이기도 하다. 그들이 정상적인 삶의 범위를 벗어나 교도소에 오게 된 이유는 남성들의 폭압, 권리 침해 같은 계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작가 살와 바크르가 바라보는 여성문제, 사회문제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구체적인 예가 되고 있다.
지난 5강에 이어서 강의를 진행해 주신 김능우 선생님께서는 책에 대한 설명에 앞서 이집트 여성 문학의 발전과정과 여성해방 운동의 전개 과정을 함께 설명해주셨다. 이집트의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은 19세기 후반 시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아랍문예부흥 운동과 무함마드 알리의 현대화 계획에 힘입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점차 여성 교육이 증가함으로써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의식은 깨어나게 되었다. 작가 살와 바크르에게도 글쓰기는 단지 억눌린 감정을 발산하는 통로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도구로 작용했다.
수업이 끝나고 1층에 있는 까페 통인에서 김능우 선생님과 함께 하는 뒷풀이가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대부분이 여성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책 내용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쉽게 형성되었다. 남성들에게 핍박을 받았던 여성들의 복수가 통쾌하게 들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집트에서 여성문제를 제기한 남성 지식인들 중 하나인 까심 아민 (1863~ 1908)은 근본적으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다고 말했고 여성의 참여 없이 이집트는 문명국가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났지만 여성은 여전히 소수 집단으로 존재하고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한다. 그러나 살와 바크르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 문제들은 여성들이 연대해서 남성에 대항하는 방식만으로 해결 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페미니즘이 하나의 권력 집단이 되는 것도 또한 페미니즘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현실 불가능성을 말해주는 것 같이 단정적으로 들려 조금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황금마차의 승천을 그들이 꿈꾸던 여성해방이라 간단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황금마차는 승객들을 태웠고 마차 창문과 문들을 단단히 닫았으며 백마들은 황금 날개를 움직이며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글 : 최혜진 수강생,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