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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반도 평화구상 2강 - 북한의 후계체제 이후 북중관계는 어디로 갈것인가
세력확장에 나선 미국과 중국,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말 안 듣는 동생, 친했다가 오래 전에 싸우고 아직도 사이가 안 좋은 친구, 끊어진 호랑이의 일부, 다른 나라, 우리의 적……. 인연의 끈을 잡았다가도 놓아버리는 이 단어들은 어디를 묘사하는 것일까? 그렇다.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38선 이북의 곳, 바로 북한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과 북의 관계는 적대관계에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되어 교류가 활성화되기에 이르렀다. 눈물로 지새운 날짜를 감히 세지도 못하는 이산가족들이 부둥켜안고 변해버린 세월의 흔적을 어루만졌으며, 입으로만 부르던 일만 이천 봉의 금강산에 직접 올라가보기도 했다. 또한 한국의 기업들은 개성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해의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잠시,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오뚝이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연평도 사건과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은 고조되었으며, 남북 간 대화는 그대로 ‘단절’되었다. 현 정부는 북과의 대화 단절 속에서 오직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뒤이어 금강산 관광도 중단되었으며, 2차 북핵 실험도 진행되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수렁 속에 빠진 가운데 중국이 급부상하고 미국이 태평양을 건너와 긴장하고 있는 지금, 동북아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도 매우 궁금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참여연대 평화학교(38선 아래 '레알' 청춘들에게)의 제 2강에서 정창현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그 해답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듯하다.
사실 북한과 중국은 친한 사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1990년대 중반 당시 북한이 심한 경제위기를 맞던 중에 중국이 북에게 지원해줄 것을 약속했지만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은 채 생색내기에 그쳤던 것이다. 비슷하게 위기를 맞고 있던 태국에게는 거대자금을 지원해 준 것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2009년도 7월에 중앙 외사영도소조회의를 개최하고,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중국의 대북정책은 전환기를 맞는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다시피, 중국은 거대 자금을 지원하여 북한에 인프라를 건설하고 시장에 투입하려고 한다.
오로지 뉴스와 책으로만 북한의 소식을 접하던 것이 전부였다. 기근이 발생해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굶어죽었다고 하면 슬퍼했고, 연평도 사건을 들었을 때는 분노했고, 많은 이들이 탈북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그들이 무사하길 바랐다. 하지만 이번 강연에서 북한에 직접 수차례 다녀오셨다던 정창현 교수님께 듣는 소식들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2008년도에 이집트 자본이 투자하여 북한에 휴대폰이 보급된 후 3년 만에 휴대전화 사용은 100만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또한 대형마트가 매우 인기 있는 바람에 대리점이 몇 군데에 더 생겼으며, 패스트푸드점도 지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구의 문화가 빠르게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급부상 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등 여러 국가 간 국제관계를 좌지우지하는 변수가 된다. 미국에겐 중국의 부상이 반가울리 없다. 그래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에 해병대를 배치하는 등의 군사적 전략, 한국과는 FTA, 다른 동북아 국가들과는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를 맺는 경제적 전략 등을 이용해 방어태세를 갖춘다. 중국은 나선과 황금평에 상업, 관광 문화 산업, 농업, 항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자본을 투자하는 중이다. 이쯤하면 이념으로 양분되어 한국·미국·일본이 남방 3각을 이루고, 북한·중국·러시아가 북방 3각을 이뤘던 과거와 전혀 다르질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념으로 서로를 양분하던 냉전시기와 21세기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북한이 중국 자본 영향을 거대하게 받으면서 38선 아래의 사람들은 이러다 북한이 중국 세력 하에 놓이면 어쩌나 우려를 하기도 한다. 북·중간의 경협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 중 중국종속론이 이를 의미한다. 반면 현 정부가 내세우는 것은 북한 개방 촉진론으로, 북·중 경협은 북한의 개방을 촉진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북이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동남아, 미국자본을 유치하여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북중 공동이익론(경협 다변화론)도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전 정부보다 비교적 소극적 자세를 취하며 전략적 인내만을 보여왔던 오바마 행정부와 한국의 이명박 행정부 아래 남·북 관계는 다시 덧난 상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정창현 교수님은 중국종속론을 우려하기는 이르다고 하신다. 1년 후에 한국에 들어선 새 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칠지 아직은 모르기 때문이다.
한·미 FTA와 TPP가 작년부터 한국 사회에서 주요 화젯거리가 된 이후, 현재는 탈북자 북송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범법자로 취급하는 중국 정부에 항의의 뜻을 표하고 유엔인권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반면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는 진전될 기미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열렸던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은 모든 핵 활동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고, 미국은 북한의 영·유아를 위해 24만 톤의 영양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단일한 패권을 갖던 과거를 넘어서 중국이 G2로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으며, 북한은 중국의 영향으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 남한과 북한, 이 한반도 주변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가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 속에서 남한은 이들에게, 또는 북한은 이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기적이지 않고 지혜로운 해결책이 필요할 때다.
★ 이 글은 2012 평화학교를 수강하고 있는 한나래 님이 2강 '북한의 후계체제 이후 북중관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를 주제로 한 정창현 민족 21대표의 강연을 듣고 쓴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