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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반도 평화구상 1강 - 21세기 동북아의 미래, 제국인가 공동체인가
참여연대 2012 평화학교 -38선 아래 ‘레알’ 청춘들에게-의 첫 강좌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남주 소장(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이 시간 이남주 소장님께서는 강력했었던 중국의 패권 질서를 살펴보고, 두 개의 패권이 충돌하는 21세기에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 주셨습니다. |
미중경쟁 시대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중화 질서 속 동북아
주류적 국제정치이론이라 할 수 있는 현실주의에서는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가 전쟁의 가능성을 줄인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세력전이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에 따르면 대국들 사이의 힘이 비슷해질 때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동북아 지역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 질서는 정치적 위계 질서가 형성된 조공체제 속에서 농업과 유교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으며, 중국의 패권 하에 한반도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화 질서의 균형이 깨졌던 명청교체기라던가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적 제도와 기술로 무장한 일본의 패권 도전, 그리고 미소대립 등으로 인해 한반도는 전쟁의 주요 무대가 되었다.
21세기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감각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2. ‘G2시대와 한반도’
19세기 서구 열강의 동북아시아 진출로 인해 중국은 상업적 민족국가로 변모했고,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미국과 소련의 패권에 가려져 있는 듯 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의 해체와 2008년 미국의 경제 금융위기 이후 지구적 질서는 21세기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경제협력구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고, 정치군사적으로도 한반도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중국의 부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남한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구축된 분단체제와 한미동맹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안보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남한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지구적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에 우리는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미중경쟁은 한반도 내에서 남북의 대립을 격화시킬 것이며, 나아가 한반도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무대로 전락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3. 새로운 상상력, 다자안보협력
과거 농업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중화 질서가 상업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의 제국주의적 질서보다 평화적이고 안정적이었다는 주장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화 질서의 불안정은 한반도에 전쟁을 발생시켰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그리고 한국전쟁까지 동북아 패권교체 과정 속에서 한반도가 전장터가 되었던 역사적 경험이 그것이다.
‘G2시대’를 맞아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한미동맹과 한중협력 관계를 어떻게 조화롭게 유지,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매우 중요해졌다.
단기적으로 볼 때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한미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이 관계가 한반도의 긴장을 야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한미동맹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중국이 당장 동북아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대체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에 올인하는 것을 우려해왔다. 또한 북을 압박하는 기조의 남한 대북정책이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데 남한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자신들의 핵심이익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중미간 경쟁이 본격화되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나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 양자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따라서 다자안보협력은 동북아에서 안보의 딜레마를 피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즉, 중국과 미국을 개별적으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관련 국가가 합의하는 제도와 규범 내에서 동북아 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다자안보로 가는 데 있어 지금의 6자회담 틀은 중요한 실험대가 될 수 있다.
다자안보협력을 논하기 위해서는 관련국들 사이의 신뢰를 강화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특정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군사동맹을 강화하거나 적대정책을 추구하기보다는 동북아에서 평화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참가국들의 의지와 그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논의가 진전된다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는 곧 남북관계 복원과 이를 위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다자안보협력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 글은 김한보람님이 평화학교 1강 '21세기 동북아의 미래, 제국인가 공동체인가'를 주제로 한 이남주 평화군축센터 소장의 강연을 듣고 쓴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