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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사회학 먹거리 대안찾기 1강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는 10월 24일부터 매주 월요일 6회에 걸쳐 '희망의 사회학 -먹거리 대안찾기'를 주제로 연속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월 24일 열린 첫번째 강좌에 "먹거리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왜?" 를 주제로 원광대 김흥주 교수님이 강의해주셨습니다. 아래는 강좌를 녹취한 내용입니다. 먹거리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자원활동가 최혜인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먹거리를 생각하며, 개인적 차원의 행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사회적인 먹거리 문제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food citizen이 되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먹거리를 선택하는 행위는 나 자신에 의한 일입니다. 수입산 육류를 구입하는 것도, 내가 채식을 하지 못하는 것도 개인적인 실천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입산 육류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선택을 강요하였고, 육식 위주의 문화는 채식을 별난 것으로 바라봅니다. 뿐만 아니라, 먹거리의 생산, 분배 등 보다 넓은 차원에서의 문제들은 사회 구조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렇듯 지극히 개인적인 줄로 알았던 먹거리 문제를, 사회적 차원의 먹거리 문제로 새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 사회학
‘먹거리사회학’ 이란 먹거리를 대상으로 한 사회학적 연구를 말합니다. 이 연구에서 먹거리는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영양학에서는 ‘식품’, 우리의 일상에서는 ‘음식’, 국가차원에서는 ‘식량’, 생협에서는 ‘먹거리’.. 이처럼 자신들의 공간에서 먹거리는 각각 다르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먹거리 속에 녹아 있는 ‘사회적 관계’를 살펴보면, 생태성, 관계성, 복지성, 지역성, 교육성, 이 다섯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생태성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은 서로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야 하지만, 근대사회는 이를 해체시켜 놓았습니다. 근대사회가 분리시켜 좋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구조화 하는 것을 ‘생태성’이라고 합니다.
2. 관계성
근대사회 이후 과학기술의 횡포로 분리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우리를 소회시키고 개별화하였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우리는 ‘관계성’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3. 복지성
지구에는 전세계인이 먹고 남을 만큼의 식량이 존재하지만, 지구의 3분의 2는 기아에 허덕이는 삶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식량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분배의 문제입니다. ‘복지’차원에서 불공평한 분배구조를 개선하고 먹거리 정의를 구축해야 합니다.
4. 지역성
거대 곡물회사가 대다수 나라의 먹거리를 지배하여 국가의 식량자급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하나되는 것이 세계화라지만, 세계화는 오히려 모든 관계를 해체시키고 있습니다. 공간적 거리와 사회적 거리가 중시되는 지역성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5. 교육성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알고 food citizen을 양성하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먹거리 사회학을 세분화하면 지역차원에서 이루어지는 local scale,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national scale, 초국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global scale이 있습니다. 이는 거시이론, 일상사례, 신천전략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는데, 우선 거시이론은 다음 강의에서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지역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사례연구는 거대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농민과 농민간의 연대로 이루어지는 local food, 마을 만들기 운동인 커뮤니티비즈니스사업 등이 있습니다. 이는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생태적 가치를 지향해야 합니다.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대안먹거리사례로는 식생활교육, 참여와 운동, 공공급식이 있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을 통해 국가차원의 일상 교육이 실천되길 희망해봅니다. 초국적차원으로는 공정무역이나 global NGO를 통해 대안먹거리를 위한 행동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먹거리 위험사회
먹거리 위험사회란 광우병, 구제역처럼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전지구적으로 먹거리 위험이 확산된 것을 말합니다. 먹거리 위험사회는 먹거리 안전에서의 위험, 먹거리 보장에서의 위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안전한 먹거리는 내가 직접 길러 먹는 것, 신뢰하는 사람이 직접 길러 나에게 주는 것입니다. 이는 같은 지역에서 이웃 간에 가능한 일입니다(local food). 또 먹거리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먹거리는 단순히 양적 보장이 아닌, 질적 보장이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고(접근성), 선택의 여지가 있는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해야 합니다(적절성). 또 생태적이고 지역사회에 기반한 먹거리를 보장해야 합니다(지속가능성).
산업사회에는 사회적 계급, 돈의 분배, 실업, 질병 등 ‘복지’를 통해 정책적으로, 기술적으로 제거 가능한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험사회에서는 개별화, 공포, 불확실성, 불신 등 궁극적인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어렵고, 보다 깊숙이 문제가 내제되어 있기 때문에 소통과 신뢰를 통해 풀어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산업사회의 기아 문제는 식품의 영양, 사회복지제도로 문제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었지만, 현재의 GMO문제는 예측 불가능하고 과학으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한국인의 먹거리 위험인식
다음은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먹거리 위험인식에 대한 설문 분석입니다.
한국인이 느끼는 피해가능성에서는 환경오염, 먹거리, 교통사고로 인한 위험인식이 가장 높았습니다. 먹거리 위험인식 중 각 항목별로는 비만, 음주, 방부제 색소 향료 등 식품첨가물로 인한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품안전 면에서는 국내산과 수입산 간의 인식 차이가 환연했습니다. 특히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신이 가장 컸고, 일본의 방사능 누출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인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신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수입산 먹거리 구매율은 35%에 육박하고, 그 중 육류는 70%정도를 차지합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먹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강요된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식당인식으로는 소규모 식당과 군대급식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애초에 관계 속의 먹거리에 대한 신뢰가 높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면, 호텔식당과 패밀리레스토랑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는데, 이를 통해 ‘관계’보다는 ‘시스템’을 신뢰하는 경향을 알 수 있습니다.
생산유통 부분에서는 소규모로 생산을 하는 농민과, 대규모로 생산을 하는 농민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이 전의 식당에 대한 신뢰도에서는 소규모 식당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았는데, 이는 우리사회의 이중구조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대규모 식품 가공 해외 식품업체와 소규모 식품 가공 식품업체에 대한 신뢰도는 가장 낮았습니다.
정보신뢰에서는 재밌는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정부 관료, 식품기업의 광고 순으로 정보신뢰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반대로 가족과 농민에 대한 신뢰도는 가장 높았습니다.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안전하다는 정보보다는 안전하지 않다는 정보를 믿는다는 비율이 75%에 달했는데, 이는 우리사회가 저신뢰 사회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 또한 압도적으로 낮았고, 미국산 소고기, 구제역에 관련한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비율도 70%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에 관련해서는 안전도, 친환경 여부, 생산자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는 반면, 가격에 대한 신뢰도는 낮게 나타났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처럼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생산자의 노력이 배가 되는데, 이러한 노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입니다. 따라서 인식부족 문제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적 가치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먹거리 의식으로는 상당히 진보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GMO, 미국산 소고기 수입, 친환경 무상급식 부분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2008년의 촛불집회가 정당하다는 비율과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비율은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대안농업의 인지도는 대체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이를 통해 먹거리 문제를 인식하기는 하지만, 행동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먹거리 행동 패턴으로, 패스트푸드와 미국산소고기는 먹지 않는다는 비율이 높았지만, 제철음식과 로컬푸드를 먹는 비율이 딱히 높지 않은 것을 볼 때, 명확한 행동 패턴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음식선택행위를 보면 갈비, 김치, 전통 한식의 선택 비율이 높고, 와인, 소시지의 비율이 낮았습니다. 이는 우리의 음식 성향이 서구화되지 않고, 아직까지 지극히 한국지향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먹거리에 대한 정보 확인행동으로 원산지와 유통기한은 적극적으로 확인하지만, 성분과 첨가물은 거의 확인하지 않는 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전의 먹거리 위험인식 중 각 항목별 심각성에서 방부제 색소 향료 등 식품첨가물에 대한 위험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아, 우리의 이중적 태도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친환경 식품을 의식하는 정도는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1. 한국인의 먹거리 위험성을 인지하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인식의 이중구조). 이러한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먹거리 교육을 통한 먹거리시민, food citizen 양성이 필요합니다.
2. 먹거리 속의 관계를 지향하면서도 호텔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듯이, 결과적으로 시스템을 신뢰하고 있습니다(신뢰의 다층구조). 또 친환경 식품에 대해 만족하지만 가격을 신뢰하지 못하고, 수입한 식품을 불신하면서도 이를 구매하는 것처럼, 시장합리적 선택, 혹은 강요된 선택을 하는 양상입니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가 강화되어 대안먹거리체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또한 먹거리 정의 실현을 위한 관계와 소통에 바탕을 둔 새로운 패러다임의 먹거리 정책이 필요합니다.
3. 2008년의 광우병 파동과 2010년의 구제역,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학습효과를 불러 일으켰고, 정부 정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가져왔습니다(저신뢰 사회). 이처럼 앞으로는 먹거리 지위와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연대성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세력은 정치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