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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인문학 7강 집,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7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가격 대신 ‘가치’가 넘치는 집을 만들자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마지막 강의인 7강은 성공회대 교양학부에서 문화인류학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김찬호 교수가 맡았다.
# 집, 자식에 올인하는 대한민국
사람 말고 집을 짓는 동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개미나 벌은 사람보다 더 정교하게 집을 짓는다. 곤충 다음으로는 조류다. 새가 집을 지을 때 제일 중요한 게 통풍이라고 한다. 까치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집을 짓는데, 미리 안전점검을 하는 거다. 사람은 처음에 동굴 생활을 했는데 그 때의 생활습관이 언어에도 남아 있다. ‘드러눕다’에서 ‘드러’는 (동굴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일어나다’에서 ‘나다’는 (동굴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두 발로 걷고 정착을 하면서 사람에게 거주 공간이 중요하게 됐다. 정착을 하면서 인구도 증가하게 된다.
문화재의 상당 부분이 ‘건물’이다. 건물은 중요한 삶의 흔적이다. 역사 속에 등장한 다양한 주거 건축 양식은 그 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집이란 뜻을 가진 단어는 다양하다. 家, 가옥, 가문, 집안, house, home…. 일본어로 집은 ‘이에(ぃぇ, 家)’로 우리나라 집 개념과는 다르다. 우리는 철저하게 혈통위주이다.
▲사진=free-pet-wallpapers.com
한국 사람의 큰 걱정 두 가지는 집 걱정, 자식 걱정이다. 교육과 부동산에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한국은 압축․고도성장을 거친 한국의 소비수준은 높은 편이다. 보통 의식주라고 하는데, 요즘은 ‘의식주교(交, 교통․통신)’이다. 의식주교에서 ‘의식교’는 확실하게 풍요로워졌다. 그런데, 유독 주(住)는 사정이 더욱 열악해졌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해도 후배에게 옷을 줬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이 없다. 주거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졌다.
캐나다로 간 큰 형이 있다. 목동 30평대 아파트를 팔고 갔는데, 지금 토론토 시내에서 마당이 있는 3층 집에서 산다. 부동산 가격은 어떤 가치를, 무엇을 반영하는가? 나는 어떤 집을 원하는가? 가치와 가격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2배 오르면, 가치도 2배 오른 걸까? 2배만큼 좋아졌나? 집을 그렇게 높은 가격에 사 놓고도 우리는 집에 오래 있지 않는다. 집에 안 간다. 비싼 집 사놓고 잠만 자고 나온다. 집이 안식처가 아니라 가설주택이다. 집에서 삶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다른 걸 위한 임시장소다. 딸아이를 보면 집이 분장실이다. 화장은 해도 이불은 안 갠다. 그걸 말 하자니 치사하고 그냥 넘어가자니 화가 난다. (청중 웃음)
# 1인 가구 느니 자살률도 늘어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이다.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사별’이 큰 원인이다. 사별하면서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은데 자살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과 일본은 유독 고령화가 심하다. 인구 고령화에는 출생, 사망, 이동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이동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며느리만 받는다. 베이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인구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지난 2년간 노인 자살이 5배나 늘었다. 옛날에는 자식이 노후대비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주거형태가 아파트로 오면서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생활의 얼개를 보면 이렇다(아래 그림). 아, 여기에 학교와 사교육 시장도 넣어야할 것 같다. 가족 친화와 거리가 먼 구조이다. OECD 국가 중 최장으로 일하고 수면시간은 제일 적다. 그러니 가족관계를 맺을 틈이 없다. 그나마 소비시장이 가족관계를 이어주고 메워준다.
<생활의 얼개>
재개발, 뉴타운으로 골목이 사라지고 마을이 없어졌다. 집은 ‘사는 곳’으로 심미성, 공동체성, 역사성이 있다. 조용하게 혼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집에서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명심보감에 “손님이 오지 않으면 집안이 저속해지고, 시서(詩書)를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지느니라”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집들이, 돌잔치, 장례, 함들이 등 집이 거점이 되는 행사가 많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집에 손님이 오지 않으면서 부모를 통한 인맥도 형성되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큰 재산 중에 하나가 다양한 인맥이지 않을까?
# 변화하는 가족의 범위
1인 가구가 늘면서 사회가 위험해지고 있다. 무연사(無緣死)는 죽었는데 시체를 거둘 사람이 없는 것이고, 고독사는 죽는 순간에 혼자 있는 것이다.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무연사도 느는 추세다. 일본은 셰어링 하우스(sharing house), 노인홈 등이 있다. 혈연을 넘어선 대안가족 형태이다.
▲셰어링 하우스를 다룬 일본의 한 프로그램. 사진=tokyokawaiietc.com
우리나라는 부작용이 상쇄되고도 남을 성장을 이뤘다. 요즘 ‘감속사회’란 얘길 한다. 차가 감속할 때 쏠리듯이 수단과 목적의 구분없이 성장하면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상실한 것 같다. 글로벌 앵거(Gobal anger)에 정확한 목표가 있으면 좋은데,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상대로 싸운다. 옛날에는 세대별로 과제가 있었다. 독립이나 민주화는 그 시대의 큰 미션이었다. 다음 세대에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힘들지만 이것이 또 힘 빠지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 집의 인문학 강좌 후기 전편 보기
<1강> 민현식 "건축가에게 듣는 집 이야기"
<2강> 안창모 "우리는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아왔나"
<3강> 박철수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소설을 통해 본 우리들의 집"
<4강> 김재영 "집 살live것인가, 살buy 것인가"
<6강> 박인석 "내 집 한번 지어볼까 : 내 집 짓기의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