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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인문학 6강 내 집 한번 지어볼까 : 내 집 짓기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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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6강의 강의정리 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찾아라, 아파트 경쟁상대를!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주, 즉 집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 강좌를 소개한다. 6강은 경기도 용인 죽전동에 두 필지를 매입해 직접 집을 지어 살고 있는 박인석 교수(명지대학교 건축대학)가 ‘내 집 짓기’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 설계 5개월, 건축 8개월
주거건축을 전공으로 삼고 가르치고 연구한다. 내가 살고 있는 죽전동은 토지공사가 2000년에 개발한 지구이다. 두 필지를 매입해서 집을 지었다. 집 설계는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는 설계 경향이 나와 맞아서 조남호 건축가에게 의뢰했다. 땅을 사고 나서 설계에 5개월, 건축에 8개월 걸렸다. 설계도 오래 걸렸고, 함부로 시공을 못하게 해서 건축도 오래 걸렸다. 건축은 보통 4개월에서 5개월이다.
직업에 ‘가’자가 붙으면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진지하게 설계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건축가는 1만 건축사 중 약 1~2백명 정도다.
# 녹지를 돈 주고 사야하는 단지 공화국
집을 지은 내 개인의 소망은 마당있는 집, 작업실, 서재에 대한 꿈이다. 2층 주택 전세로 살다 1987년에 17평대의 미분양 아파트를 2천만원 대에 사면서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계속 평수를 늘려가며 아파트 생활을 했다.
건축가들은 집을 설계할 때 집은 내 존재의 근거라고 생각하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건 의미 없는 관념이라고 생각한다. 매일의 삶과 소망들이 내 존재의 근거이고 이를 채워주는 것이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독주택이 매일의 삶과 소망을 실현시켜줄 가능성이 높다.
▲ 살구나무집 모습. 사진=salgustory.tistory.com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기보다는 ‘단지 공화국’이다. 단지화 전략인데, 이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공원, 하천 같은 공공환경에 투자를 안 해도 되게 만들었다. 주변에 공공환경이 얼마나 없으면 청계천을 와서 거닐까? 선진국 도시는 거의 예외없이 걸어서 5분 안에 하천과 공원이 있다. 우리는 녹지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주말마다 버스타고 청계천도 가고 북한산도 간다. 단지화는 이런 욕구를 시민 각자가 돈을 내서 구입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돈 주고 산 녹지다. 대신 정부는 돈 한 푼 안 쓴다.
아파트이던 단독이던 ‘단지’여야 평판이 좋다. 큰 단지일수록 녹지가 있고 주차장이 있다. 단지는 내 돈 주고 산 사막의 오아시스다. 우리나라의 공공영역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다. 단지화 전략은 정부입장에서는 영민한 전략이다. 돈 안들이고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건축산업까지 부양시켰다. 이와 비슷한 게 사교육이다. 정부는 교육에 투자를 안 한다. 대신 중산층이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사교육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경쟁할 주택모델이 나타나야 한다. 이 주택은 공공공간과 맞닿는 건축으로 지어야 한다.
마당있는 집이 소망인 나는 아파트를 살 때도 ‘땅 찾기’를 했다. 아파트에서는 1층이나 최상층이 가능하다. 홍제동에서 마당을 쓸 수 있는 아파트 1층에서 6년을 거주했다. 즐겁게 살았다. 그런데, 누가 침입하면 어떡하느냐며 민원이 들어왔다. 속내는 “왜 마당을 즐기는 행위를 하느냐”였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땅의 조건은 집 가까이에 녹지가 있고 제1종전용주거지역이며 지구단위계획이 있는 곳이다. 단독주택 지을 땅을 찾으러 판교신도시, 죽전지구, 동백지구 등을 돌아다녔다. 살구나무집은 바로 뒤가 녹지이고 제1종전용주거지역이었다. 땅을 살 때 제1종전용주거지역인지 아닌지 유심히 봐야 한다. 구분 표시는 지역마다 다를 수도 있는데 죽전동은 제1종전용주거지역이 R1이었다. R1은 밀도가 낮아 주로 외곽에 배치된다. 이것은 자연과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녹지가 가깝고 용적률이 낮아서 땅값도 싸다. R1은 층수도 2층 이하이고 1층에 점포를 놓을 수 없다. 허용용도도 다중주택을 제외한 단독주택이거나 2가구 이하의 다가구주택이다. R1, R2 용도를 살펴봐야 한다.
# 제안과 도전으로 평당 5백에 집을 짓다
좋은 집은 ∇보통 수준의 예산으로 지을 수 있는 집 ∇실용적인 집 ∇품격있는 집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는 집이다.
단독주택 하면, 집장사가 짓는 집이거나 ○○사장님 댁 집이다. 집짓기의 양극화다. 건축비는 다가구 주택을 지으면 평당 3백만원대이고 ○○사장님 댁 집처럼 작품주택을 만들면 7백만원 대이다. 나는 건축가에게 평당 “470에 맞춰 달라. 최대 5백이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아파트 기본형건축비는 평당 460~480만원이다. 건축가라면 일반시민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건축가가 이에 동의했다.
살구나무집은 공사비 조정과정과 건축가의 제안과 도전을 거쳐 최종 시공비가 평당 505만원이 나왔다. 5백만원 선이면 중산층용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재견적을 3번이나 받았다. 조남호 씨는 시공업체에 다가구 건축 시공비인 평당 300~350으로 견적을 내라고 하고 거기에서 필요한 항목만 올렸다. 싼 것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곳은 좋은 자재를 썼다. 건축가에게 맡겼을 때 시공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다시 하는 게 많아서다. 건축가는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명한 어느 건축가에게 “얼마에 집을 짓냐?”고 물었더니 “평당 750만원, 싸면 650만원”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으니 “박 교수님, 거기서 평생 사실 거 아닙니까? 아파트는 끽해야 10년입니다. 30년 가도 괜찮으려면 비싸질 수밖에 없어요.”라고 하더라.
실용적인 집은, 단열은 기본이고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은 집이다. 그래서 되도록 겹집이어야 하고 창호는 좁은 게 좋다. 막 지었어도 3년 된 듯한, 10년이 지나도 3년 된 듯한 집이어야 한다.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 살구나무집 외벽은 벽돌로 했고 지붕은 징크로 했다. 외벽에 돌을 붙이는 집도 있는데, 돌은 내장재지 외벽에 쓰일 자재가 아니다. 평지붕은 10년 지나면 문제가 생긴다. 품격있는 집은 솔직한 재료를 쓰는 것이다. 솔직한 재료는 자기 재료를 드러내 싸도 질박한 느낌을 준다. 집의 형태나 담장이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도록 담장을 올리되 흙을 두기도 했다.
▲ 겹집과 홑집, 사진=http://user.chollian.net/~sahar2/lect01.htm
# 아파트 한 채로 단독주택 지을 수 있어야
집짓기의 첫 번째 쟁점은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이다. 마당만이 문제라면 아파트도 해결가능하다. 아파트의 1층이나 최상층은 마당을 쓸 수 있다. 단독주택은 공공영역이 개별공간과 만난다. 내가 내놓은 화분이 공공의 공간을 꾸민다. 그렇지만 아파트(단지)는 개별공간과 공공영역이 분리되어 있다. 삶의 숨결이 경계선 안으로 다 숨어있다.
아파트의 동선을 도식화하면 나무구조이다. 아파트는 사람이 다니는 루트가 한 가지이다. 공용 공간에서 만날 사람이 한정돼 있다. 아파트 몇 동 몇 호를 찾아가는 길이 정해져있다. 반면, 그물망 구조는 선택경로가 다양하다. 이 골목에서 들어가고 저 골목에서 들어간다. 만날 사람이 열려있다. 그물망이 소속감을 북돋는 구조라면 나무는 소집단을 만드는 구조이다. 그래서 단지성을 해체하는 것이 주거건축의 큰 과제이다.
단독주택에 살면 청소, 택배, 방범, 난방 등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를 불편하다고 생각해야 할까? 아파트에 사니까 시민이 공공서비스 수혜의 일부를 담당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시민의식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싶다. 아파트에 살면서 공용공간은 책임지지 않고 개인공간만 책임지려고 한다.
두 번째 쟁점은 집짓기를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느냐이다. 올해 4월 이정희 의원이 발표한 ‘각 지자체별 종부세 부과 주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418만채의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 중 1세대 1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인 12억원 이상인 주택은 전국에 총 37,461채(전체주택의 0.26%)였다. 살구나무집을 지을 때 10억 정도 들었는데, 그럼 내가 상위 2~3%에 해당하는 사람인가? 그렇지는 않다. 분당 있을 때 살던 47평 아파트가 제일 비쌀 때 11억이었고 쌀 때가 8억5천이었다. 그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23평이었고 땅값은 평당 2850이었다. 말도 안 되게 아파트 땅값이 비싼 거다. 아파트 한 채를 단독주택과 바꿀 수 있다면,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다. 그러면 아파트와 바꾼 집이 훨씬 많아 질 수 있다. 땅콩집도 좋은 본보기다. 아직 우리나라는 허용되지 않지만 외국의 타운하우스도 좋은 예다.
▲ 외국의 타운하우스 모습. 사진=http://www.mountaingetawaysinfo.com/the-confusing-parts-of-townhouse-insurance/
쟁점 세 번째는 설계비와 건축가의 가치이다. 보통 사람들은 설계비를 많이 주는 것을 이해를 못 한다. 건축설계 기준은 공사비의 설계비(7%) 더하기 감리비(1.5%)다. 공사비를 3억~5억이라고 보면 3천~4천만원이다. 설계는 짓고 싶은 집과 예산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건축가는 시공현장에서 빛나는 지혜를 발휘한다. 건축가가 시공현장에서 일하는 거 보면, 나는 저렇게 못하겠다 싶더라.
마지막으로 유지관리비이다. 살구나무집(난방면적 70평)과 분당 아파트(전용면적 40평)의 유지관리비(도시가스․전기․ 상하수도 요금, 보안업체 관리비)를 비교했다. 2월에 도시가스 요금이 백만원이 넘어 깜짝 놀랐는데, 베이크 아웃(bake out) 때문이었다. 이후에는 많이 내려갔다. 1년을 비교하면 유지관리비는 살구나무집이 1만원 정도 더 나올 것 같다. 보안업체 관리비까지 포함한 비용이다.
아파트가 바뀌려면 경쟁상대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와 바꿀 수 있는 집, 아파트만큼 경제성이 있는 집이어야 한다. 살구나무집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만족하며 산다.
Q&A
1. 목조 Vs 콘크리트
살구나무집은 하이브리드로 했다. 경사지붕은 콘크리트가 어렵다. 그래서 지붕만 목조틀을 했다. 목구조는 단열재 사이로 공기가 통한다. 세월이 지나도 좋은 재료는 벽돌이다. 목조로 해도 비용은 비슷하고, 공사기간은 단축할 수 있다. 참고로 싸게 지으면 싼 값을 한다.
2. 단독주택지 보존은 불가능한가?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보면 비관적이다. 주택경기가 하향곡선인데, 개발이익을 쫓으면서 환경을 망칠 것이다. 단독주택을 보존하려면 동네 기반시설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기반시설에 예산을 쓰는 데 인색하다. 게다가 뉴타운도 안 팔리는데 여전히 단지화 전략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아파트 아니면 다세대를 짓는 정부의 주택정책 때문에 건설산업도 대기업 대 영세업체로 양극화되었다. 일본은 주택 100만호 중 40%가 단독주택이다. 마을의 기반시설에 투자하지 않으면, 단지가 되는 순간 ‘도시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참고
① 집의 인문학 강의에 함께 하셨던 박철수․박인석 교수의 ‘살구나무집’이 궁금하면 티스토리 살구나무 아랫집을 방문해도 좋다. 살구나무집 짓기 과정도 볼 수 있고, 집의 바깥은 물론 내부도 구경할 수 있다. 살구나무집 중 아랫집이고 블로그 구성에 소설과 한국주거사라는 목록이 있는 걸 보면 운영자 살구아저씨는 박철수 교수라고 생각된다. http://salgustory.tistory.com/
② 이정희 의원의 ‘각 지자체별 종부세 부과 주택 조사 보고서’ 보러가기
http://www.heenews.co.kr/bbs/view.phpid=hee_rpt&page=6&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it&desc=asc&no=417